
야생에서 노닌 딸의 자취. 사진출처 ‘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 (이레출판).
[매거진 Esc] 사진 읽어주는 여자
우리가 처음부터 야생에서 동물들과 살았다면 말이 통했을까? 1990년 나미비아에서 태어난 프랑스 소녀 티피 드그레는 코끼리·표범·악어와 의사소통울 한다는 소리를 곧잘 들었다. 실제 그가 영화 주인공 타잔처럼 동물들과 대화를 했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사진을 보면 야생 동물은 그에게 친구였다.
이 사진은 티피 드그레의 부모 알랭 드그레와 실비 로베르트가 찍은 사진이다. 그들은 프랑스 사진가들이다. 아프리카, 마다카스카르 등에서 야생의 동물과 자연을 촬영했다. 티피 드그레는 그 촬영 중에 보물처럼 생긴 딸이다. 두 사람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 여주인공 티피 헤드렌의 이름을 따서 딸의 이름을 지었다.
티피 드그레가 8살이 되던 해 부부는 야생에서 산 딸의 사진들을 모아 사진집을 냈고, 그 책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뜨거운 아프리카 태양 아래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티피의 모습이 아름답게 표현된 사진집이다. 피사체와 사진가의 심리적인 거리감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진가 역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셔터를 누르지 않았다. 이후에는 티피의 야생 생활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출처 ‘동물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 (이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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