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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황금똥을 다오

등록 2008-04-16 22:31

코피 루왁, 황금알을 낳는 고양이가 있었다.
코피 루왁, 황금알을 낳는 고양이가 있었다.
[매거진 Esc] 이명석의 카페정키
여기저기서 사람도, 그 사람이 주는 선물도 잘 물어오는 친구가 있다. 5년 전쯤 또 뭔가를 물어왔다. “누가 고양이똥 커피를 준대.” 제법 유머러스한 이름이군. 나도 방에서 굴러다니는 덩어리를 보고 커피 원두로 착각한 적이 있지. “에스프레소 원두 괜찮은 건 없대?” 친구의 지인은 고양이똥은 다음으로 미루고, 캐나다에서 가공한 원두를 보내주었다.

얼마 후 코피 루왁(kopi luwak)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때 고양이를 붙잡고 똥을 구걸하지 않은 걸 백만 번 후회했다. 인도네시아의 긴꼬리 사향고양이가 먹고 배설한 커피콩이 지상 최고의 커피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 않지만, 가장 희귀한 커피라는 건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니까. 1년에 500㎏ 정도만 생산되는데 그 대부분을 일본인들이 휩쓸어간다나.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가끔 이벤트성으로 판매되고, 국내의 백화점에 등장해 뉴스를 타기도 했다. 영화 <버킷 리스트>의 갑부 잭 니콜슨이 애음하는 커피 역시 루왁이다.

나는 루왁 이야기를 들으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잡일들을 맡아 하는 난쟁이들이 떠오른다. 고양이들은 아마도 커피나무에 기어 올라가 제일 잘 익은 커피만 쪽쪽 뜯어먹은 뒤, 그 결과물을 일꾼들 머리 위에 뿌직뿌직 싸놓을 거다. 우수한 콩을 선별하고 과육을 세척하는 과정을 생물학적으로 해결해 버린 결과, 거의 시럽과도 같은 모양에 지극히 복잡한 아로마를 만들어낸다나? 루왁과 고급 원두가 섞인 커피를 마셔볼 기회는 있었지만, 순수한 그 맛을 만날 순간은 아껴두고 있다.

카라콜리, 또는 피베리라는 커피는 좀더 쉽게 만날 수 있다. 보통 두 쪽으로 갈려야 할 원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한몸으로 붙어 버린 녀석들이다. 통통하니 모양도 실한데, 맛 역시 부드럽고 풍성하다. 코끼리콩이라고 하는 거대 원두 ‘마라고지페’ 역시 애호가들의 사랑으로 귀한 몸이 되어 있다.

와인만큼은 아니지만, 커피 역시 희귀성을 무기로 특별한 날의 한잔을 기대하게 한다. 그렇지만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이라는 무거운 이름을 부른 뒤, 커피 한잔에 블루마운틴이 두세 알이나 들어갔을까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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