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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 그녀의 손

등록 2008-06-18 23:40

[매거진 Esc] 하우 투 스킨십
배우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모니터를 보며 촬영한 사진을 고르는데,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라, 이 스튜디오에서 나한테 이런 스킨십을 할 사람이 있었던가? 돌아보니 인터뷰한 그녀였다. “와, 잘 나왔다. 난 이런 표정이 좋더라. 어때요?” “아아, 네. 좋은데요.” 등 뒤로 느껴지는 손에 신경이 쓰여 목을 움츠리며 겨우 대답을 했다. 그날 저녁 우연히 매니지먼트사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났다. 커피를 마시다가 낮의 촬영 생각이 나 슬쩍 물었다. “연예인들은 스킨십이 참 자연스럽더라.” “그렇지. 나이가 많든 적든, 조금만 친해지면 팔짱 끼고, 손 잡고들 해. 다들 사랑받고 주목받길 원하니까. 무의식적으로라도 그렇게 되나봐.”

생각해 보니 그렇다. 스킨십을 하려면 두 사람 사이 물리적 공간을 좁혀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있다. 사람들은 서로간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 공간은 굉장히 주관적이어서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달라진다. 공간이 좁아지는 것은 심리적으로 가까운 사이여야 가능하다. 내 얼굴 앞 10㎝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친구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니 결국 다가올 수 있는 만큼 친한 사이라는 말이 되는 거다. 스킨십을 한다는 건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 가까워지려는 노력의 과정이다.

돌이켜 보니 나 역시 20대에는 누구보다 스킨십 마니아였다. 남자친구와 한 치의 틈도 없이 붙어 있으려고 했고, 여자친구 팔짱을 끼고 다녔고, 선배의 어깨에 기댔고, 후배에게 등을 내주었다. 친해지기 위해,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쓴 거다. 그런데 요즘은? 가족 외에 다른 사람과 스킨십을 한 적이 없다. 손을 잡은 적도 없는 것 같다. 더는 누군가와의 공간을 좁히려 노력하지 않는다. 스킨십이 필요한 때란 생각이 들었다. 비록 연예인은 아니지만 말이다.

김현주/ <코스모폴리탄> 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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