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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맡은 봉주가 불쌍해 흑흑

등록 2008-07-09 19:15수정 2008-07-12 16:10

올 상반기 시청률 왕좌에 오른 〈이산〉의 바통을 이어받기 위해 경쟁하는 월화드라마 〈식객〉. 에스비에스 제공.
올 상반기 시청률 왕좌에 오른 〈이산〉의 바통을 이어받기 위해 경쟁하는 월화드라마 〈식객〉. 에스비에스 제공.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만화·영화에 이어 드라마로도 나온 〈식객〉
〈최강칠우〉〈밤이면 밤마다〉 계속 누를까

<이산>의 왕좌를 이어받고자 미루고 몰아서 하는 편법 편성도 마다지 않았던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 시청률 경쟁에 에스비에스 <식객>이 승자의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하지만 속단하긴 이르다. 아직 반 이상의 레이스가 남은데다 한국방송의 <최강칠우>, 문화방송의 <밤이면 밤마다>까지 세 드라마 모두 다른 개성으로 고정팬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이산>의 초창기 시청률이 10%대였던 사실을 고려하면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왼쪽)와 <소울메이트> 작가 조진국씨가 월화드라마 편성표를 ‘부위별’로 맛봤다.

조진국 맛없는 것부터 먹어 보자면(웃음) 나는 사극을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지 <최강칠우>가 제일 안 땡기더라. 간이 잘 안 뱄다고 할까?

정석희 <최강칠우>는 좀 다른 시선으로 봐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퓨전사극이라는 말은 좀 부족하고, 주성치 영화나 <안녕 프란체스카>를 볼 때의 의도된 허접함이 주는 재미가 있지 않나. 잘 보면 그것도 마니아가 된다니까.(웃음) 드라마 끝날 때마다 문정혁이 ‘오직 사랑과 평화만이 가득한 세상을 위하여’라고 내레이션을 하는데, 처음에는 엄청 민망했다. 그런데 들을수록 이 드라마의 묘미다.


에릭은 꾸준히 연기 좋아지는 듯

나는 꼭 옛날 5공 시대에 가수들 노래 테이프 맨 뒤에 들어 있는 건전가요 듣는 느낌이라 거부감 들던데. 거기서 보여주고 싶은 동화적인 긍정성이 뭔지는 알겠는데 너무 노골적이라 매력이 없다. 또 의도된 어설픔이 제대로 살려면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에릭이나 젊은 배우들이 그런 디테일을 보여줄 만큼 올라와 있질 못하다.

<최강칠우> 출연진의 톤을 보면 <소울 메이트>와 좀 비슷한 느낌이 있다. 너무 잘하는 배우들이 어설픔을 뛰어난 연기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특별히 잘하는 거 없는데 그게 드라마 안에서는 잘 섞여서 이상하거나 튀지 않는다.


올 상반기 시청률 왕좌에 오른 〈이산〉의 바통을 이어받기 위해 경쟁하는 월화드라마 〈최강칠우〉. 한국방송 제공.
올 상반기 시청률 왕좌에 오른 〈이산〉의 바통을 이어받기 위해 경쟁하는 월화드라마 〈최강칠우〉. 한국방송 제공.
우리는 그때 어설픔을 의도한 게 아니었어요.(큰 웃음) <소울 메이트>는 시트콤적 성격이 강하니까 코믹을 챙기고 싶었을 뿐 연기를 어색하게 해 달라고 주문을 한 건 전혀 아니었거든. 그런데 배우들이 어설픈 가운데 열심히 하니까 그냥 시청자들이 좋게 봐 준 거지.

그런데 <최강칠우> 1회 시작하고 끝나기도 전에 인터넷에 에릭 연기 논란 기사가 떴다. 어처구니가 없더라. 기사 미리 써놓고 기다린 것 같던데, 내가 보기엔 그렇게 논란이 될 만큼 못하는 것도 아니다. 에릭은 <나는 달린다>부터 <불새> <신입사원> <무적의 낙하산 요원> <케세라세라>까지 꾸준히 연기가 좋아지고 있다.

에릭뿐 아니라 윤은혜나 성유리 등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성장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데, 그 과정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열심히 하는 게 눈에 보인다. 사실 나는 <식객>을 꼬박꼬박 챙겨 보다가 대담 준비하느라 <밤이면 밤마다>를 다시보기로 봤는데 에이, 이거 볼걸 싶더라. 난 <밤이면 밤마다> 아주 재밌던데?

재미에 비해 시청률이 많이 안 나오는 데는 김선아의 캐릭터 논란도 있는 것 같다. 허초희에게서 삼순이가 보인다는 건데 사실 그건 삼순이라기보다 김선아 스타일로 보는 게 맞다. 그게 매력이고. 그런데 굳이 변신에 대한 트집을 잡는 건 뭐랄까, 비판을 위한 비판처럼 느껴진다. 김선아는 허초희라는 캐릭터를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데 말이다.

김선아-이동건 커플도 괜찮고 문화재 도굴과 추적이라는 소재도 신선한데, 왜 시청률이 안 나오는 걸까? 셋 중 꼴찌잖아.

캐릭터가 좌충우돌하는 면이 있다. 삼순이류라는 게 아니라 허초희는 굉장히 정직하고 고지식한 인물인데 여기서 또 코믹한 것까지 끄집어내려니까 하나의 캐릭터 안에서 충돌하는 면들이 보인다.

‘공주병 환자’ 김정화를 보는 두 시각

캐릭터보다 가끔씩 에피소드를 너무 안이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은 든다. 예를 들어 첫회 때 <미션 임파서블> 패러디는 작정하고 웃기려고 한 건데 이건 너무나 많은 드라마와 개그에서 차용됐던 내용이다. 너무 뻔하니까 대충 만든 느낌을 줘서 첫회 때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데 실패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일본 사람이 고양이 밥그릇으로 쓰던 문화재를 가져오고 이런 과정을 통해 물론 드라마로 극화시킨 부분은 있지만 우리 문화재가 유통되는 방식에 대한 생각을 주거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높여주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본다. 칭찬해 주고 싶은 시도다.


올 상반기 시청률 왕좌에 오른 〈이산〉의 바통을 이어받기 위해 경쟁하는 월화드라마 〈밤이면 밤마다〉. 문화방송 제공.
올 상반기 시청률 왕좌에 오른 〈이산〉의 바통을 이어받기 위해 경쟁하는 월화드라마 〈밤이면 밤마다〉. 문화방송 제공.
난 김선아보다 김정화가 좋더라. 사실 김정화라는 배우를 생각하면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고 좀 밋밋한 느낌 아니었나. 그런데 여기서는 푼수이면서 밉지 않은 공주 느낌이 살아 있는데 귀엽더라. 만화 같으면서도 또 충분히 있을 만한 캐릭터 아닌가. 공주병 환자.

난 좀 어색하던데. 겉돌지 않나? 그나저나 우리집은 월요일마다 리모컨 싸움 난다. <해바라기>에서 김래원을 좋아하는 남편은 <식객> 편으로, 나와 딸은 <밤이면 밤마다> 편으로 갈린다. <식객>을 보면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이야기가 생각나는데 성찬(김래원)이 모차르트라면 봉주(권오중)는 살리에리다. 그런데 게임을 하면 모차르트가 이기는 게 뻔한 수순이니까 이들에게 어떤 미션이 떨어져도 사실 긴장이 잘 안 된다.

영화 <식객>은 못 봤는데 어떤 게 가장 다른가?

봉주 캐릭터가 제일 다른 거 같다. 영화에서는 진짜 비열하고 인간성 나쁜 놈으로 나오는데 드라마에서는 인물에 대한 설명을 길게 할 수 있으니까 이 친구가 왜 성찬에게 경쟁심을 느끼고 악역으로 갈 수밖에 없는지 시청자를 납득시킨다. 그러니까 더 안된 거지.

맞다. 진짜 불쌍해, 봉주.(웃음) 자기가 당연히 물려받을 줄 알았던 걸 중간에 누가 들어와서 가져가면 정말 뺏긴다는 피해의식이 들지 않을 수가 없지 않나. 봉주를 보면 나 같아도 저럴 수밖에 없었을 거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수긍이 된다.

<식객>이 몰입이나 긴장감을 갖기 힘든 이유로 한 에피소드를 들자면 영덕대게 요리 장면에서, 봉주는 중요한 인물을 위해서 화려하고 정통적인 대게 요리를 만드는 반면, 성찬은 암에 걸린 채 감옥에 있는 아들을 만나러 가는 대장간 할아버지를 위해 요리한다. 봉주 것이 기술자의 요리라면 성찬은 혼이 담긴 요리라는 건데 나는 오히려 봉주가 너무 안타까운 거야.(웃음)

영화를 보고 나면 시시하다고?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맞다. 인간성 대 기술력, 화려함 대 소박함 이런 식으로 항상 모든 에피소드를 극단적으로 정형화시킨다. 너무 속이 빤히 보이고 예측대로만 움직이니까 흥미가 떨어진다. 그래서 성찬보다 봉주 쪽에 더 연민이 가는 거기도 하고. 그런데 내 주변에서 원작만화나 영화를 봤던 사람들은 드라마는 시시하다고 안 본다더라.

사실 드라마가 어려운 게 <요리왕 비룡>이나 <초밥왕> 보면 진짜 만화스럽게 요리나 만찬 장면이 너무나 화려하지 않나. 이걸 뛰어넘거나 따라가기만 하려고 해도 쉽지 않지.

<식객>이 만화에 이어 영화 나오고 드라마까지 나오면서 <타짜>도 드라마로 만든다고 하던데, 이런 시도들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드라마에 더 애정이 간다. 그런 드라마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결론을 내리자면 방영 중인 월화드라마들은 다 그만그만한 개성과 완성도는 있지만 대단한 수작은 없는 것 같다. <최강칠우>나 <밤이면 밤마다>는 중년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이기는 좀 약한 것 같고, <식객>은 비트는 맛이 있는 요즘 드라마 시청자들에게는 좀 지나치게 도식화돼 있다. 세 드라마 모두 지금보다 한 뼘씩만 더 욕심을 부렸으면 좋겠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 격려해 주고 싶은 이주의 캐릭터 베스트 3

1. 막 내린 <스포트라이트>의 서우진 기자

“서우진 기자, 아니 정말 손예진 기자 같았답니다. 시청률에 흔들리지 말고 계속 좋은 연기 보여주시길.”(정석희)

“낮은 시청률은 금방 잊혀지겠지만 좋은 연기는 끝까지 기억될 것이다.”(조진국)

2. <식객>의 봉주

“봉주를 보면서 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하고 너무나 공감이 간다. 언제나 응원의 박수를!“(정석희)

“요리에 대한 선천적 재능은 성찬보다 뒤떨어질지 모르겠지만 주희(김소연)에 대한 사랑에서는 꼭 이기길”(조진국)

3. <밤이면 밤마다>의 김범상

“힘든 일 겪고 하는 밝은 캐릭터라 더 반갑고 기특하다. 지금까지 보내 온 성원보다 더 큰 성원을 보내고 싶다.”(정석희)

“지금보다 더 껄렁껄렁하고 좀더 뻔뻔해져도 좋을 것 같다. 1센티 더 센 연기를 기대!“(조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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