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제 그 경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 경기 봤어?
박성화호 올림픽축구팀 4강도 기대할 만
풀럼과 설기현의 한국방문은 쓸쓸했었네 ‘프리미어 리그=맨체스터 유나이티드=박지성.’ 이 공식이 다시 한번 냉정하게 증명됐다. 지난주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풀럼 구단이 투어차 한국을 찾았다. 한국 선수인 설기현이 소속돼 있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는 클럽의 투어인데도 반응은 썰렁했다. 언론과 관객의 무관심 속에 쓸쓸히 돌아간 풀럼과 설기현 선수에 대해 <스포탈 코리아> 한준 기자(사진 오른쪽)와 서호정 기자가 얘기를 나눴다. 또 지난주 코트디부아르와의 두번째 평가전까지 마치고 출격 준비를 끝낸 올림픽 대표팀의 감독과 선수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설기현이여 이적하라 한 그래도 경기 면에서는 역시 유럽 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풀럼 선수들이 패스를 주고받는 속도와 움직임은 매우 빨랐다. 부산이나 울산과 비교해 패스 정확도와 슈팅 타이밍에서도 확실히 차이가 났다. 그러나 설기현은 이렇다 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거의 주전으로 뛰지 못했던 설기현에게는 이번 투어가 매우 중요했다. 감독에게 자신을 보여줄 기회였는데 중거리슛과 날카로운 크로스 외에는 인상적인 모습이 없었다. 서 호지슨 감독은 설기현에 대해 ‘많이 뛰고 움직이는 선수지만 그건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노력하는 건 알지만 성에 차지는 않는다는 뉘앙스였다. 설기현 선수도 인정하면서 노력을 하겠다고는 했지만,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른 방도를 찾겠다고 했다. 그 다른 방도는 이적이 아닐까.
한 설기현은 대학 때 벨기에 명문팀으로 간 다음부터 쭉 유럽에만 있었다. 레딩에서 주전이 보장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해서 풀럼에 갔는데, 풀럼의 감독이 바뀌면서 설기현 같은 전형적인 윙어보다는 미드필더형 윙어를 찾다 보니 전술적으로 설기현이 들어갈 곳이 없어졌다. 지금 설기현과 호지슨 감독은 서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 서 설기현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 힘들게 유럽에서 시작해 자기 힘으로 유럽 클럽만 5개를 거쳤다. 그런 경험과 성공을 해 본 한국인 선수는 거의 없다. 그런데 설기현 선수에게는 시즌 중반 이후에 오는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으로 인한 자신감 부족이다. 조금만 더 올라서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텐데. 외부 환경을 극복하고도 스스로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한 설기현은 히딩크처럼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 앞에서는 실력을 발휘하지만, 소외감이 들면 기운을 잃는 스타일이다. 갈 만한 데가 마땅치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설기현 선수가 풀럼을 떠나 자기를 알아주는 팀에 가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길 바란다. 서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올림픽 대표팀은 좋은 팀이다. 박성화 감독과 대표팀 선수 간의 소통이 잘되고 조화도 잘 이뤄진다. 선수들도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박 감독과 함께해 왔고, 또 케이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한 유로 2008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감독의 리더십과 패스 축구의 미학이었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은 그 두 가지를 갖췄다. 박 감독은 이론적으로 뛰어난 감독인데다 이론을 바탕으로 원칙과 철학이 있다. 감독과 선수 사이에 믿음이 있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도 보여줬듯이 미드필더 지역에 패스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있어 세련된 경기를 보여줬다. 희망적이다. 와일드카드 선정 아주 적절했다
서 월드컵 대표팀보다 낫다는 평가도 있다. 월드컵 대표팀은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지만, 올림픽 대표팀은 120% 발휘하고 있다. 전력을 보면 2004년 8강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는데, 이번에는 그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한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보여준 장점이 본선 성적에 직결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축구는 실수를 관리하는 게임이다. 올림픽팀이 과테말라·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 위기를 맞은 것은 다 실책 때문이었다. 본선에서는 실수 하나가 경기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 상대방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약하다. 본선 전까지 대비할 시간이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서 세계적인 대회에서 전술적인 면은 대회 전에 준비를 끝낸다. 경기가 시작되면 심리적인 부분, 조직적인 부분에서의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 노련한 감독들이 잘하는 것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과 패배를 하더라도 회복을 시켜주는 것이다. 박승화 감독이 이번에 관리자로서 어떤 능력을 보여주느냐가 이번 올림픽 축구 경기의 관전 포인트다. 한 박 감독은 우선 24세 이상 선수를 3명까지 쓸 수 있는 와일드카드 선정을 잘했다. 김정우와 김동진은 모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선수다. 김동진은 러시아에서 뛰면서 유에파컵 우승을 하는 등 국제적인 경험이 풍부하다. 김정우는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다른 선수들과 잘 어울렸다. 득점 무기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서 지금까지 와일드카드는 팀의 능력 극대화가 아니라 군대 문제를 놓고 무리하게 선수를 뽑았다. 그래서 매번 와일드카드는 실패했다. 박 감독은 교통정리를 확실하게 했다. 김동진과 김정우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다. 최고의 경기력과 팀 내 잡음을 줄이는 데 신경을 쓰면서 와일드카드를 선정했다. 박 감독은 지금 국내 감독들 가운데 관리자적 능력이라는 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지도자다. 박 감독이 한국형 히딩크가 될지 지켜보는 과정도 올림픽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한 팀은 전반적으로 좋지만 확실하게 골을 넣어줄 선수가 있느냐는 의문이다. 이근호는 케이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국제대회 본선 경험이 부족하다. 우승권에 있는 팀들은 브라질 호나우지뉴, 아르헨티나 메시처럼 노련한 골잡이가 있는데 우리에게는 골을 책임져줄 베테랑 공격수가 없다. 이번에 박주영 선수의 골이 터져주면 좋겠다. 이근호도 이번 올림픽에서 잘하면 국가대표 공격수로도 기대해볼 만한 선수다. 확실하게 골 넣는 선수가 있는가 서 박주영과 이근호의 역학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대표팀에서 에이스라는 걸 놓고 박주영이냐 이근호냐 얘기를 많이 한다. 올림픽 대표팀의 에이스는 이근호에게 넘어갔다고 본다. 예선을 통과하고 준비하는 과정과 평가전까지 쭉 보면 이근호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박주영은 에이스 자리를 이근호에게 넘겨주고 정신적인 부담감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근호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선수다. 에이스 자리는 이근호가 가져가고, 박주영은 자기만이 할 수 있는 감각적인 부분을 도맡아 이근호를 도와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게다가 박주영 자체가 에이스에 연연하지 않는다.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풀럼과 설기현의 한국방문은 쓸쓸했었네 ‘프리미어 리그=맨체스터 유나이티드=박지성.’ 이 공식이 다시 한번 냉정하게 증명됐다. 지난주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풀럼 구단이 투어차 한국을 찾았다. 한국 선수인 설기현이 소속돼 있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는 클럽의 투어인데도 반응은 썰렁했다. 언론과 관객의 무관심 속에 쓸쓸히 돌아간 풀럼과 설기현 선수에 대해 <스포탈 코리아> 한준 기자(사진 오른쪽)와 서호정 기자가 얘기를 나눴다. 또 지난주 코트디부아르와의 두번째 평가전까지 마치고 출격 준비를 끝낸 올림픽 대표팀의 감독과 선수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설기현이여 이적하라 한 그래도 경기 면에서는 역시 유럽 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풀럼 선수들이 패스를 주고받는 속도와 움직임은 매우 빨랐다. 부산이나 울산과 비교해 패스 정확도와 슈팅 타이밍에서도 확실히 차이가 났다. 그러나 설기현은 이렇다 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거의 주전으로 뛰지 못했던 설기현에게는 이번 투어가 매우 중요했다. 감독에게 자신을 보여줄 기회였는데 중거리슛과 날카로운 크로스 외에는 인상적인 모습이 없었다. 서 호지슨 감독은 설기현에 대해 ‘많이 뛰고 움직이는 선수지만 그건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노력하는 건 알지만 성에 차지는 않는다는 뉘앙스였다. 설기현 선수도 인정하면서 노력을 하겠다고는 했지만,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른 방도를 찾겠다고 했다. 그 다른 방도는 이적이 아닐까.
한 설기현은 대학 때 벨기에 명문팀으로 간 다음부터 쭉 유럽에만 있었다. 레딩에서 주전이 보장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해서 풀럼에 갔는데, 풀럼의 감독이 바뀌면서 설기현 같은 전형적인 윙어보다는 미드필더형 윙어를 찾다 보니 전술적으로 설기현이 들어갈 곳이 없어졌다. 지금 설기현과 호지슨 감독은 서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 서 설기현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 힘들게 유럽에서 시작해 자기 힘으로 유럽 클럽만 5개를 거쳤다. 그런 경험과 성공을 해 본 한국인 선수는 거의 없다. 그런데 설기현 선수에게는 시즌 중반 이후에 오는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으로 인한 자신감 부족이다. 조금만 더 올라서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텐데. 외부 환경을 극복하고도 스스로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한 설기현은 히딩크처럼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 앞에서는 실력을 발휘하지만, 소외감이 들면 기운을 잃는 스타일이다. 갈 만한 데가 마땅치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설기현 선수가 풀럼을 떠나 자기를 알아주는 팀에 가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길 바란다. 서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올림픽 대표팀은 좋은 팀이다. 박성화 감독과 대표팀 선수 간의 소통이 잘되고 조화도 잘 이뤄진다. 선수들도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박 감독과 함께해 왔고, 또 케이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한 유로 2008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감독의 리더십과 패스 축구의 미학이었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은 그 두 가지를 갖췄다. 박 감독은 이론적으로 뛰어난 감독인데다 이론을 바탕으로 원칙과 철학이 있다. 감독과 선수 사이에 믿음이 있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도 보여줬듯이 미드필더 지역에 패스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있어 세련된 경기를 보여줬다. 희망적이다. 와일드카드 선정 아주 적절했다
서 월드컵 대표팀보다 낫다는 평가도 있다. 월드컵 대표팀은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지만, 올림픽 대표팀은 120% 발휘하고 있다. 전력을 보면 2004년 8강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는데, 이번에는 그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한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보여준 장점이 본선 성적에 직결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축구는 실수를 관리하는 게임이다. 올림픽팀이 과테말라·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 위기를 맞은 것은 다 실책 때문이었다. 본선에서는 실수 하나가 경기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 상대방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약하다. 본선 전까지 대비할 시간이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서 세계적인 대회에서 전술적인 면은 대회 전에 준비를 끝낸다. 경기가 시작되면 심리적인 부분, 조직적인 부분에서의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 노련한 감독들이 잘하는 것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과 패배를 하더라도 회복을 시켜주는 것이다. 박승화 감독이 이번에 관리자로서 어떤 능력을 보여주느냐가 이번 올림픽 축구 경기의 관전 포인트다. 한 박 감독은 우선 24세 이상 선수를 3명까지 쓸 수 있는 와일드카드 선정을 잘했다. 김정우와 김동진은 모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선수다. 김동진은 러시아에서 뛰면서 유에파컵 우승을 하는 등 국제적인 경험이 풍부하다. 김정우는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다른 선수들과 잘 어울렸다. 득점 무기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서 지금까지 와일드카드는 팀의 능력 극대화가 아니라 군대 문제를 놓고 무리하게 선수를 뽑았다. 그래서 매번 와일드카드는 실패했다. 박 감독은 교통정리를 확실하게 했다. 김동진과 김정우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다. 최고의 경기력과 팀 내 잡음을 줄이는 데 신경을 쓰면서 와일드카드를 선정했다. 박 감독은 지금 국내 감독들 가운데 관리자적 능력이라는 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지도자다. 박 감독이 한국형 히딩크가 될지 지켜보는 과정도 올림픽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한 팀은 전반적으로 좋지만 확실하게 골을 넣어줄 선수가 있느냐는 의문이다. 이근호는 케이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국제대회 본선 경험이 부족하다. 우승권에 있는 팀들은 브라질 호나우지뉴, 아르헨티나 메시처럼 노련한 골잡이가 있는데 우리에게는 골을 책임져줄 베테랑 공격수가 없다. 이번에 박주영 선수의 골이 터져주면 좋겠다. 이근호도 이번 올림픽에서 잘하면 국가대표 공격수로도 기대해볼 만한 선수다. 확실하게 골 넣는 선수가 있는가 서 박주영과 이근호의 역학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대표팀에서 에이스라는 걸 놓고 박주영이냐 이근호냐 얘기를 많이 한다. 올림픽 대표팀의 에이스는 이근호에게 넘어갔다고 본다. 예선을 통과하고 준비하는 과정과 평가전까지 쭉 보면 이근호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박주영은 에이스 자리를 이근호에게 넘겨주고 정신적인 부담감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근호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선수다. 에이스 자리는 이근호가 가져가고, 박주영은 자기만이 할 수 있는 감각적인 부분을 도맡아 이근호를 도와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게다가 박주영 자체가 에이스에 연연하지 않는다.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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