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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표는 여자들만의 진한 토크쇼

등록 2008-07-30 19:06수정 2008-08-02 13:55

평범하고 친근한 ‘옆집언니’의 모습으로 제2의 전성기 맞는 개그우먼 박미선
평범하고 친근한 ‘옆집언니’의 모습으로 제2의 전성기 맞는 개그우먼 박미선
[매거진 esc] 웃음의 강자들
평범하고 친근한 ‘옆집언니’의 모습으로 제2의 전성기 맞는 개그우먼 박미선

옆집 언니(girl nextdoor) 타입이라는 말이 있다. 줄리아 로버츠나 제니퍼 애니스턴처럼 화려한 외모나 튀는 캐릭터가 아니라 평범한 친근함으로 사랑받는 여성 유형을 말한다. 지금 텔레비전에서 ‘옆집 언니’를 찾는다면 단답형 정답이 있다. 개그우먼이자 진행자인 박미선(41)이다. 병원 대기실 같은 데서 우연히 만나도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고, 앉은자리에서 남편이나 직장 상사 뒷담화를 한 시간 이상 펼치며 ‘맞아, 맞아’ 서로 맞장구를 치게 될 것만 같은 그는 현재 가장 바쁜 개그우먼이자 방송인이다. 훤칠하고 예쁜 대학생 개그우먼으로 데뷔한 지 올해로 20년. 눈가에 주름은 생겼지만 여전히 키 크고 싱거운 옆집 언니 같으면서도 더 여유롭고 유쾌해진 박미선씨를 무더운 7월의 홍대 앞 카페에서 만났다.

“봉원씨, 속 썩였으면 개그소재라도 줘야죠”

데뷔 직후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했지만 20년만에 다시 전성기라는 말을 들으며 가장 바쁜 개그우먼이 됐다. 데뷔 20년차에 ‘전성기’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어떤가.

그냥 시큰둥하다.(웃음) 거품이 있다가 빠져보기도 하고 올라갔다가 내려와보기도 했으니 스타가 됐다는 생각은 전혀 안들고 그냥 일이 많아졌을 뿐이다. 일이 많아졌다는 건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많다는 거니까 반가운 일이긴 하지.


<명랑 히어로>의 김유곤 피디가 캐스팅할 때 성비를 맞추고 싶었지만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내는 여성 연예인을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하던데 일당 백으로 역할이 막중하겠다.

<명랑 히어로>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에서 제일 어렵다. 내가 묻혀가는 거 전공인데(웃음) 내 목소리를 내야 하니까 부담도 되고 후배들이 많긴 하지만 남자들만 있는 사이에서 여자 혼자 버틴다는 게 어떨 땐 버겁다. 나이가 먹어도 여자인데 젊고 예쁜 여자 연예인과 노골적으로 비교하면서 나보고 쇄골이 쳐졌다는 둥 놀리면 웃기는 하지만 가끔은 진짜 삐친다.(웃음) 이 나쁜 놈들, 이러면서.

그래도 그 기센 김구라 잡는 박미선으로 통하기도 하잖나.

보시는 분들도 알겠지만 그 친구가 굉장한 마초다. 물론 그런 걸 의뭉스럽게 속이지 않고 솔직한 건 마음에 들지만 듣는 여자로서 가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 또 내가 여성이자 아줌마 대표인 셈인데 아줌마라면 시사적이거나 어려운 사안은 모를 거다라는 ‘솥뚜껑 운전 이미지’를 깨고 싶어서 더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재미가 없다는 사람도 있어서 요새는 좀 더 망가지려고 한다.(웃음)

<해피 투게더>에서 남편 이봉원의 ‘뒷담화’로 많은 웃음을 줬다. 사랑한다, 행복하다고 지나치게 강조하는 연예인들보다 오히려 건강해보인다는 생각도 들지만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다.

이혼 위기 겪었던 이야기를 <명랑 히어로> 때 했는데 어떤 부부든 한두번쯤은 격하게 싸우면서 위기를 겪지 않나. 그런 취지로 한 이야기인데 앞뒤 자르고 이혼 위기라는 내용으로만 그렇게 많이 기사가 뜰 줄은 몰랐다. 남편이 보고 그런 이야기는 안했으면 좋겠다구 하더라구. 그때 말고는 다 이해해준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인 줄 그 사람도 아니까. 남편 이야기 너무 파는 거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이렇게 말해요. 그동안에 나 그만큼 속 썩였으면 개그 소재라도 줘야지. 그런데 요새는 사고를 안쳐서 개그 소재가 없네.(웃음)

돌아오니 녹화시간이 훨씬 길어졌네


평범하고 친근한 ‘옆집언니’의 모습으로 제2의 전성기 맞는 개그우먼 박미선
평범하고 친근한 ‘옆집언니’의 모습으로 제2의 전성기 맞는 개그우먼 박미선
에스비에스 라디오에서 <우리집 라디오>를 같이 한지 석달이 넘었는데 오랜만에 남편이 아닌 동료로서 이봉원과 일하는 기분은 어떤가.

그동안 제의가 계속 왔는데 거절했다. 우리 둘 다 방송에서 만나면 영 쑥스럽고 불편해서. 그러다가 한번 해볼까 된 건데 쿵하면 짝하고 호흡이 잘맞아서 어쩔수 없이 우리는 부부인가보다 싶더라. 또 부부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은데 예를 들어 남편이 사고 치고 돈 헤프게 쓴다는 아내의 하소연이 사연으로 오면 이봉원씨가 “저는 이번 사연에는 가만 있겠습니다” 그러고 내가 맞장구를 쳐댄다. 때로는 우리 이야기를 너무 까놓고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그래서 오히려 호응도가 높은 것 같다.

88년 문화방송 개그 콘테스트에 수상한뒤 <일요일 일요일 밤에>로 데뷔했는데 20년만에 <일밤-세바퀴>로 친정에 돌아왔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옛날 생각도 날 것 같고.

굉장히 좋지. 그때 같이 일하던 제작진들은 지금 다 위로 올라가고 현장에는 없지만 그래도 잘돼서 고향 돌아온 것 같은 뿌듯함이랄까, 그런 게 있다. 그런데 20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이 나에게는 실감이 잘 안된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일어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서 키웠는데 변한 게 없는 것같다. 쉬지 않고 방송을 해서 그런가? 암튼 볼살도 꺼지고 주름도 늘어났지만 그때의 박미선과 지금의 박미선은 그대로인 것 같다.

하지만 방송환경이나 트렌드는 엄청나게 변했다. 피부로 절감되는 건 없나.

일단 녹화시간이 옛날보다 훨씬 길어졌다. 카메라는 많아졌고. 그만큼 편집의 비중이 커졌다. 옛날에는 카메라에 제대로 나오려면 위치나 동선도 정확히 지켜야 했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막 펼치면 된다. <상상플러스>인가? 처음 버라이어티에 게스트로 갔을 때 다들 막 자유롭게 하니까 이렇게 해도 되나 불안하더라.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고 적응한 거지. 방송에서는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금방 고독해진다. 후배들한테도 왜 정리도 안하고 이렇게 엉망으로 하는 거야, 잔소리를 시작하면 나만 힘들어지는 거다.

콩고물처럼 잘 묻어가는 스타일

그런 적응력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쇼비즈니스계에서 살아남은 비결일까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누구랑 해도 잘 묻어간다. 콩고물처럼.(웃음) 선배랍시고 가르치려는게 아니라 후배들 눈치 보면서 지금 들어갈 때다 싶은 타이밍에 ?Y?Y 들어가고 그 정도다. 메인이면 메인인대로, 게스트면 게스트인데로 들어갈 자리를 채우면 되는 거지, 욕심이 별로 없다. 원래부터 성격이 그랬다. <해피 투게더> 같이 하는 봉선(신봉선)이가 요새 고민이 많은데 난 늘 그렇게 말한다. 봉선아, 방청객처럼 웃어주다가 딱 두번만 웃기면 돼, 욕심 많이 부리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면 유재석이게?

욕심이 없다고 하지만 방송을 20년 하면서 마음의 부대낌이 없었으면 거짓말일 거다. 언제 가장 힘들었나.

어느 순간, 진짜 아무 이유없이 섭외 전화의 내용이 바뀌는 거다. 메인 엠씨에서 패널이나 특집 프로 심사위원으로 말이다. 자꾸 안한다니까 그나마도 안들어오더라. 3년 전인가 <세상에 이런 일이> 패널 제의가 와서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을 했는데 이러면 안되겠다 싶더라. 아, 지금은 내려와야 하는 구나. 왜 주인공하던 여배우들이 나이 들면서 엄마역 들어오면 스트레스 받는 순간이 있다던데 나는 지금이 그때인가 보다 싶었던 거지.

스스로 그런 갈등을 극복한 건가, 계기가 있었나.

혼자 극복했다. 누구한테 말하기도 너무나 창피했던 거지. 사실 상황이 극복해준 셈이기도 한데 생계 문제 때문이었다. 애 아빠 사업도 한참 힘들 때라 나가서 봇짐이라도 져야 할 판이었으니 이럴 때 불러주는 게 고맙다 생각하자고 마음 먹었다. 그때부터 내가 연예인이라기보다 직장인, 방송국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고 고쳐 생각하게 됐다. 난 직장을 잃은 게 아냐, 부서를 옮겼을 뿐이야, 하는 일이 조금 달라진 거지, 이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평범하고 친근한 ‘옆집언니’의 모습으로 제2의 전성기 맞는 개그우먼 박미선
평범하고 친근한 ‘옆집언니’의 모습으로 제2의 전성기 맞는 개그우먼 박미선
점심에 만난 박미선씨는 유기농 두부 샐러드를 주문했다. 몇주 전부터 좋아하던 고기와 빵을 끊고 체질 개선을 위해 채식주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몸이 바쁘다보니 피로가 누적돼 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뜸해진 섭외전화로 난감해하던 3,4년 전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그는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자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한단다. 어떤 자리에서든 감각을 잃지 않고 성실하면 기회는 다시 온다는 게 방송국 생활 20년이 그에게 준 결론, 또는 교훈이다.

배려하는 유재석, 에너지 넘치는 신봉선

김미화, 이경실, 박미선, 조혜련까지 개그우먼의 계보를 보면 동시대의 개그맨들보다 더 강한 생명력이나 저력이 느껴진다. 그 힘은 뭐라고 보나.

다들 옛날부터 공주님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선배들이나 동료들에게 떠받들여지기는커녕 구박 받으면서 잡초처럼 컸다.(웃음) 그렇게 개척해나가면서 어디를 갖다놔도, 뭘 해도 해낼 수 있는 힘이 길러졌다. 지금 내가 버라이어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니까 잘하는 것처럼 보여도 이 자리에 김미화 선배나 이경실 언니를 데려다 놓으면 나보다 훨씬 잘 할 거다. 그래서 우리끼리 만나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면서 자리잡았는데 다같이 손잡고 더 해먹어야 한다고 농담처럼 자주 말한다.(웃음)

손잡고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나.

전에 <이홍렬쇼>의 한 꼭지로 ‘유부클럽’이라는 유부남들의 토크쇼가 있었는데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에서 리얼하고 강도도 센 여자들의 토크쇼를 해보고 싶다. 이경실 언니나 노사연씨 같은 사람과 함께 하면 진짜 웃길 거 같다. ‘세바퀴’하면서 보니까 재밌는 아줌마 연예인이 정말 많던데 이들을 방송에서 좀 더 써먹으면 좋겠다.

최근에는 후배들하고 주로 호흡을 맞추는데 후배지만 참 대단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누가 있나?

역시 유재석. 진행을 하면서 전체를 배려하는 능력이나 순발력이 탁월할 뿐 아니라 녹화 끝나고 게스트들이 집에 돌아갈 때까지 기분 좋게 해준다. 그러고 나서 오늘 너무 재미있었다고 문자까지 보내준다.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 외에도 너무나 많은 걸 가진 친구다. 주변 사람을 편하게 해주면서도 그걸 본인이 즐길 줄 안다.

배려나 편안함은 박미선의 미덕으로도 꼽히는 덕목이다.

그니까 걔가 나를 따라하는 거지.(웃음) 농담이고, 유재석 뿐 아니라 박명수나 신봉선처럼 다른 후배들도 하나씩 뜯어보면 다들 배울 점이 있고 속으로 감탄할 때가 많다. 봉선이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에는 입이 벌어질 정도다.

<명랑 히어로> 하면서 안티 생겨


평범하고 친근한 ‘옆집언니’의 모습으로 제2의 전성기 맞는 개그우먼 박미선
평범하고 친근한 ‘옆집언니’의 모습으로 제2의 전성기 맞는 개그우먼 박미선
박미선표 웃음은 어떤 것일까.

후배들이 ‘뒤끝 개그’라고들 하던데 “저 누나 너무 웃겨, 근데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봐야 돼” 그러는 거다. 생각해보면 옛날부터 내 개그는 잘 나가다 뒤에서 삐끗하며 반전하는 게 많았다. 비슷한 이야기인데 남편 흉을 방송에서 자주 본 것처럼 뒷담화 개그에 좀 강한 것 같다. 별로 목소리도 안높이고 이야기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좀 꼬는 거지. 그니까 어떻게 보면 시치미 뚝 떼고 할말 다하는 얄미운 개그이기도 하고. 그래서 남자들이 나를 별로 안좋아하나?(웃음) <명랑 히어로>하면서 안티라는 게 생겼다. 그것도 좋은 거라니까 뭐, 받아들여야지.

스탠딩코미디에서 콩트, 시트콤, 정극, 버라이어티와 교양 프로그램까지 섭렵하지 않은 장르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도전해 보고 싶은 게 있나.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 아, 진짜다. 나를 사이에 두고 김병세씨와 선우재덕씨가 삼각관계가 되고 나는 불륜 상대인 거야. 저쪽은 가정이 있고, 그래서 사랑이 치이고, 괴로워 하고 그런 거 한번 진짜 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얼굴 공사도 많이 해야 할텐데….(웃음)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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