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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의 번데기

등록 2008-11-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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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정대세 칼럼의 제목을 달아 놓고 혼자 킬킬거렸습니다. 그가 열렬히 사랑하는 힙합 스타일로 문장 끝에 ‘YO’를 쓰고 보니 이건, 바로 만화 <삐리리~불어봐! 재규어>의 해머 말투였죠.(정대세씨, 노여워 마세YO!) 해머가 누구인가. ‘이다혜의 한줄로 한권읽기’의 이번주 책 표지에 검은 패딩 점퍼를 입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엄청나게 멀쩡한 상태의 이 그림으로는 해머의 진가를 전혀 알 수 없죠. 펜북 중 ‘해머’장에 나온 보충설명을 인용하면 “그를 이해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만난 사람의 99%는 ‘성가시다’라고 여기”는 인물입니다. “스토커 기질로 끈질기게 달라붙고 마조히스트에다 변태이며 자아도취에 빠져 자기가 멋있는 줄 착각”까지 한마디로 가지가지 하는 인간이죠. 암튼 힙합청년 해머는 말끝마다 ‘YO’를 붙이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쓰는 말투는 ‘소인은 ~합니다YO’입니다. 예를 들어 하라주쿠 큰길에서 바지가 홀랑 벗겨지는 수준의 망신을 당한 다음 얼굴에는 무수한 빗금이 쳐지며 “소, 소인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YO!” 이런 식이죠. 정대세씨가 칼럼(6면 참조)에서 쓴 대로 “하드코어적이며 기세등등한” 힙합의 느낌은 슬프도록 비굴한 힙합청년 해머에게서는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종종 저는 <삐리리~>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주변을 분류해 봅니다. 이 만화책을 보면서 킬킬거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긴 설명 하지 않아도 금방 친해질 것 같습니다. 이 칼럼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어떤 부류일까요? 궁금하다면 책을 펴 볼 필요도 없이 인터넷에 해머송 ‘뭔가의 번데기’를 쳐 보세요. 이 아스트랄한 힙합의 세계에 빠질 수 있다면 <삐리리~> 열광파에 낄 자질이 농후합니다. 단 성취, 의미, 삶의 보람 등등의 단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10초를 못 버티고 컴퓨터 모니터를 내던져 아까운 돈을 버릴 우려가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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