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쳤어, ‘후크송’에 빠졌어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8마디의 매력으로 청중의 귀를 낚아라! ‘미쳤어’ ‘어쩌다’ 작곡가 용감한 형제 인터뷰
8마디의 매력으로 청중의 귀를 낚아라! ‘미쳤어’ ‘어쩌다’ 작곡가 용감한 형제 인터뷰
음악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 강동철(30)은 지난해 ‘미쳤어’(손담비), ‘어쩌다’(‘브라운 아이드 걸즈’), ‘거짓말’(편곡, ‘빅뱅’) 등 히트곡들을 낳았다. 형 강흑철과 함께 ‘용감한 형제’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그는 최근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독립한 강동철은 여전히 ‘용감한 형제’라는 이름을 쓴다. 그가 만든 모든 곡은 ‘브레이브 사운드’라는 짧고 강한 외침으로 시작한다.
- 지난해 히트한 손담비의 ‘미쳤어’는 중독성이 대단했다. 어떻게 만든 건가?
“내가 정말 미쳐 있었다.(웃음) 음악적으로 힘들었던 때다. 3년 동안 사랑하던 사람과도 잘 안 됐고. 나 이제 어떻게 가야 하나 처절했다. ‘내가 미쳤어 …’라고 말을 하다가 반주를 먼저 만들었다. 정말 내가 왜 미쳤는가를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분 만인가 정말 뚝딱 터져나왔다. 그때 별명이 (작업실에 처박혀 밖에 안 나온다고) ‘올드보이’였다.”
반주까지 쉬워지면 곡이 유치해져
- 단숨에 만들었다는 건가? 쉽게 만들었다는 건가?
“멜로디가 너무 잘되면 ‘그분이 오신 건가’ 싶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열흘이고 한 달이고 고민하다가, 순간 훅 터지는 거지, 쉬운 건 아니다. 길을 걷다가도 휴대폰을 꺼내 동영상 버튼을 누르는 게 습관이다. 문득 ‘말 같은 게’ 생각나니까. ‘사랑하고 싶어’ 같은 혼잣말을 녹음해 놓고 그걸 ‘말이 되게’ 만든다. 그게 작업이다. 3분 56초 안에 듣는 이의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
- ‘미쳤어’나 ‘어쩌다’는 요즘 유행인 이른바 ‘후크송’이다.
“그래서 ‘후크송’의 대표주자란 말도 듣는다. 난 원래 힙합을 하던 사람이다. ‘훅’(hook)만 만드는 프로듀서가 아니다. 하지만 그게 ‘후크송’이라 불린다면, 그 어떤 곡들 만큼이나 공을 들인다 말하겠다. 30초든, 10초든 사람을 사로잡는 노래를 만든다는 건 꽤 힘든 일이니까. 내 노래는 그냥 ‘흘러가는’ 가사나 멜로디로는 안 된다”
- ‘훅’을 잘 살리는 남다른 비법이 있나?
“노래 전체의 인상을 8마디 안에 짧게 응축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멜로디를 만들어 놓고 편곡하는 게 아니라, 반주를 먼저 만든 다음에 멜로디를 삽입하는 방법을 좋아한다. 틀에 박히지 않을 수 있고, 무한한 변주와 변화가 가능해서다. 난 힙합을 했기 때문에 ‘라임’을 만드는 데 익숙하다. 그냥 ‘떠나버려’가 아니라 ‘떠떠떠떠떠나 버버버버려’(‘미쳤어’), ‘너와 내가 둘이, 둘이’(‘Ah’)로 말의 뉘앙스를 살려 내뱉는다. ‘그대가’라는 말이 있으면 그게 ‘들에가’와 붙을 수도 있는 거다. 엠아르(MR·보컬이 들어오기 전의 멜로디와 코러스)는 세련되게 간다. 노래가 귀에 잘 들어오더라도 반주까지 쉬워지면, 곡이 유치해진다. 가사는 단순하면서 짧게 간다.”
- ‘어쩌다’나 ‘미쳤어’, 최근의 ‘Ah’(‘에프터 스쿨’)까지 가사가 자극적이다.
“밋밋한 건 별로다. 사실 내가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웃음) 그때그때 느낀 감정을 가만히 떠올려보는 시간이 많다. 가끔 잠언도 읽지만, 남들이 하는 말을 되새긴다. 내가 기분이 나빴다면, 왜 기분이 ‘그랬지?’ 그걸 잡고 간다. 스무 살 때 데모 음반을 만들어 양현석 형을 찾아갔을 때도 ‘디어 베이비’(Dear Baby)란 곡에 고소영을 향한 편지 형식의 노랫말을 넣었다. ‘나는 니가 진짜 좋고, 영화에서 널 보고 진짜 뻑 갔고’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누구나 하는 말을 푼 거라 생각한다. 그게 대중성이다. 내가 느낀 걸 표현하는 방법을 음악에서 배운 거다.”
- 작곡을 어떻게 배웠나?
“10대 때 나이트클럽에서 일했고, 알아주는 싸움꾼이었다. 클럽에서 ‘싸이프레스 힐’ 음악을 딱 듣자마자 전율이 왔다. 낙원상가에서 악기를 사고, 그 후 ‘YG 패밀리’의 양현석 형을 찾아갔다. 사회적 불만을 싸움으로 풀었는데 미국 음악, 그래피티, 농구를 보면서 나도 멋지게 의리 있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여러 곡을 히트시키면서 대중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파악했나?
“여기서 히트하려면, 흔히 멜로디에 ‘뽕끼’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웃음) 음식도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다 싶으면 안 먹게 되지 않나? 그처럼 내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을 듣게 된다. 헌데 신나고 강렬한 비트에 가사나 멜로디까지 흥겨운 노래는 막상 인기가 별로 없다. 비트가 강해도 슬픈 멜로디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게 좀 이상한데, 우리 정서일 수도 있다. ‘거짓말’이나 ‘어쩌다’는 다 발라드 버전으로 해도 좋은 노래다. ‘원더걸스’의 ‘노바디’도 그렇고.”
비트 강해도 슬픈 멜로디가 인기
- 지금은 유행을 만들었지만, 트렌드가 변한다는 점에서 나중에 촌스러운 음악으로 남을까 걱정은 없나?
“걱정보다는 제작사의 요구 때문에 간혹 스트레스를 받는다. 때론 악기를 부숴버리고 싶은 심정이 들기도 했다. 한번은 곡 중간에 있던 후렴구를 제작자가 곡 시작 부분으로 옮겨놓은 적이 있었다. 절대 응할 수 없었지. 그런 게 유행이라면 나도 계속 다른 식으로 변해갈 거다.”
- 본능적으로 어떤 노래가 인기를 끌지 감이 오나?
“뭐가 뜰지 감이 오긴 한다.(웃음) 물론 계속 노력해야겠지. 4월 손담비의 새 앨범 정말 제대로 한 방 터뜨릴 것 같다. 되는 노래는 시대를 막론하고 다 사람을 끄는 이유가 있다. 요샌 ‘듀스’의 ‘굴레를 벗어나’를 자주 듣고 있는데 그 노래도 정말 가슴에 꽂힌다.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 김승진의 ‘스잔’을 봐라. 요즘에 뜬 후렴구만큼이나 강렬하다.”
글 현시원 기자 qq@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음악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 강동철(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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