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빌딩 뒤로 인간의 손 때가 덜 묻은 자연의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천혜의 자연환경이 도심과 어우러진 캐나다 밴쿠버…
예술가들 둥지 그랜빌 아일랜드도 색다른 재미
천혜의 자연환경이 도심과 어우러진 캐나다 밴쿠버…
예술가들 둥지 그랜빌 아일랜드도 색다른 재미
더 멀리 더 넓은 풍경을 보고 싶은 게 원초적 욕망이라면 캐나다 밴쿠버는 그런 바람을 제대로 충족시켜 주는 몇 안 되는 도시다. 하얀 눈이 덮인 산봉우리가 높은 빌딩 뒤로 도시를 감싸고, 태평양과 마주 보는 서부 해안(웨스트 코스트)의 청명한 물 기운이 볼거리를 만든다. 눈이 호사스러운 기분이 드는 건 사람의 손때가 덜 묻은 자연의 풍광 때문. 밴쿠버는 원시 밀림이나 광활한 사막이 아니기 때문에, 도시와 자연을 왕래하며 볼 것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곤돌라 타고 1200미터 산 정상까지
밴쿠버 도심 지척에서 140m 길이의 카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현수교)를 통해 계곡을 건널 수 있고, 곤돌라를 타고 해발 1200m의 그라우스산을 오를 수 있다. 먼저 도심에서 30분 남짓 떨어진 카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에 들어서면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낮은 곳에서 두 발을 씻는 그림 <고사관수도> 속의 선비가 봤다면 기절할 만큼 아찔한 높이. 그 깊은 골을 그물로 된 다리를 부여잡고 건너야 한단다. 치솟은 나무들 사이로 뻗은 다리는 힘을 덜 주고 만든 듯 보인다. 기계음 소리가 나는 놀이기구와 견줄 수 없는 스릴이 있다. “무서워 보이기만 하는 거지, 이렇게 흔들어도 안전하다니까요.(웃음) 몇 해 전 나무가 허리케인 때문에 다 쓰러졌을 때도 다리는 안전했죠.” 15년 경력의 밴쿠버 여행가이드 잭 호(45)는 홍콩에서 이곳으로 이민한 뒤 적응의 노하우를 온몸에 새긴 경험가이자 호방한 만담가다.
잭의 예상대로였다. 겁먹은 첫발자국을 떼니, 발을 통통 튕겨볼 수 있게 됐다. 마침내는 두 줄을 흔들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용기도 생겼다. 좋은 것은 늘 그렇지만 너무 짧았다. 짧은 순간 계곡을 건너온 곳에는 삼나무와 전나무 등의 수풀이 우거져 있다. 우리로 치면 정자와 오두막의 중간이랄까. 높이에 따른 나무의 공기를 느낄 수 있게 타원형으로 이어지는 작은 구조물을 따라 나무를 봤다. 잭의 설명이 이어졌다. “전나무는 껍질이 두꺼워서 불이 나도 타지 않죠. 안에 수분이 많아요. 그 에너지가 순환되니까요.”
도심에서 20분 남짓 떨어진 그라우스산에서도 해발 1200m에 자리 잡은 전망대까지의 수직 상승은 일상적인 일이다. 15분마다 수직 이동하는 곤돌라 티켓을 잃어버리면 내려갈 수 없다고 가이드가 말했다. 대체 어디까지 올라가기에 장난 섞인 겁을 주는 건가. 내 눈높이가 나무의 등줄기, 잎, 멀리 보이던 설원의 산봉우리와 비슷해지더니 이젠 구름 한가운데 올라왔다. 쾌적한 상태를 유지한 자연의 면적이 낯설었다. 양 닮은 구름, 생선 비늘 닮은 구름들에 익숙했는데. 이 높이에선 인간이 뭐라 말 붙이기 힘든 구름이 주인공이다.
여기 있는 산과 구름은 서울의 그것에 비해 얼마나 스트레스가 덜할까. 붉은색 곤돌라에는 스키, 스노보드 등 겨울철 레저를 즐기려는 이들의 들뜬 소리로 가득했다. 자연환경이 빼어난 것은 물론, 다운타운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라우스산의 인기는 매우 높다. 밴쿠버는 2010년 겨울올림픽을 개최한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밴쿠버 주민들은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 개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하나의 색감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노을이, 산 정상 전체를 잡아먹을 듯 덮고 난 후 금세 어두워졌다. 주머니에 있던 티켓을 보여주고 내려가는 곤돌라를 탔다. 밴쿠버의 밤은 산과 나무의 윤곽이 어둠에 가려져 까맣다. 아마도 여름에는 바이크를 타러 산 정상에 오를 밴쿠버의 한 주민이 “개스타운에도 가보고, 맛있는 식당이 많은 예일타운에도 가보라”고 귀띔했다.
다음날 도심의 개스타운에 들어갔다. 다운타운의 스팟으로 알려진 롭슨 거리가 젊고 세련된 가게들로 시선을 끈다면, 개스타운은 붉은 벽돌이 바닥에 깔린 운치 있는 곳이다. 롭슨 거리의 세련된 상점과 커피숍도 가볼 만하지만 낯선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혼자 걷기에는 개스타운을 추천할 만하다. 게다가 이곳은 밴쿠버 도심이 형성된 역사적 장소. ‘수다쟁이 잭’으로 불리던 영국인 존 데이턴이 바다 건너 밴쿠버를 찾은 것은 19세기 말. 1867년 그가 이곳에 처음으로 바를 차리면서 카페, 술집을 갖춘 도시의 또 한 페이지가 쓰였다.
길에는 밴쿠버에서 유명한 원주인 미술품을 한데 모은 갤러리, 캐나다 출신 구두디자이너의 상점, 헌책방 등 과거 현재 미래가 과하지 않게 뒤섞여 있다. 개스타운의 헌책방에서 1950년대 밴쿠버 관광 소책자를 사고 싶었지만 그것만은 밴쿠버의 역사이기 때문에, 팔지 않는다고 했다.
밴쿠버 도심 남부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는 도심의 잘 알려진 보물창고다. 이곳을 찾는 현지인과 관광객은 각각 절반. 1980년대 초까지 공장지대였던 이곳에 지금은 다양한 물건을 저렴하게 파는 퍼블릭마켓(공공시장)과 공방들이 들어섰다. 유기농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시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창고 또는 컨테이너였던 건물이 공동체의 사랑을 받는 공공공간으로 변모한 데는 협업의 힘이 컸다. 연방정부의 심사를 받은 가게나 개성 있는 스튜디오만이 들어올 수 있고 실험적인 일들을 지속적으로 꾀한다. 잭은 “최근엔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용 컨테이너를 거리에 마련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성있는 스튜디오와 가게들이 새로운 관광지 형성
이미 이곳은 별 다섯 개 관광지로 유명하다. 따라서 신선함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눈을 밝히면 자기만의 보물을 발견할 가능성도 크다. 캐나다의 여성 화가 에밀리 카(Emily Carr)의 이름을 딴 미술대학이 있고, 유리공예, 비즈공예, 가죽, 조각, 회화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곳에서 만난 조각가 피터 잭슨이 말했다.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작업하는 건 행운이에요. 야박한 갤러리를 통하지 않고, 내가 작업도 하고, 팔 수도 있으니까요. 가장 큰 기쁨은 세계 곳곳에서 온 관람객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누구나 타인과의 대화를 원하는 건 아니다. 문패는 ‘가게’(store)여도 빼꼼 열어 보면, 자기만의 방 같은 곳도 많다. 작은 망치로 가죽을 다듬고 있는 장인의 모습을 창밖에서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이것이 그가 찾는 관계 맺기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밴쿠버=글 현시원 기자 qq@hani.co.kr, 사진 브리티시 컬럼비아 관광청 제공
태평양과 마주 보는 서부해안의 물 위로 저녁 해가 떨어지는 시간.
카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를 건너면 계곡 너머로 싱그러운 나무 숲에 닿는다.
창고를 개조한 그랜빌 아일랜드. 지금은 공공마켓, 예술가 작업실 등이 들어선 지역 명소가 됐다.
잘 자란 식물들이 봄을 맞는 벤쿠버의 한 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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