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고명근의 ‘노스탤지어(Nostalgia)-3’ .
[매거진 Esc] 전시장 줌인
삼청동 초입에 있는 트렁크 갤러리는 두꺼운 쇠문을 달고 있다. 힘을 바짝 쏟아 밀어야 한다. “몸의 몽환/Dream of Body” 커다란 천이 그 쇠문에 펄럭인다. 수줍은 소년들의 몽정이 연상되는 묘한 제목이다. 작가 고명근과 그의 제자, 안진우, 이정훈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스승 고명근 선생의 작품 앞에서 묘한 휴일의 안락함을 얻었다. 옅은 갈색으로 그려진 사진들, 하지만 그 사진들은 수십 장의 플렉시글라스(Plexiglas)와 한 장의 오에이치피(OHP) 필름이 겹쳐진 몽환의 입체적 구조물이다. 풍경과 짐승(말 등), 나체의 여인들이 그 안에 있다. “맞아, 저런 꿈을 꾼 적이 있지”라는 소리가 절로 난다. 작가 고명근(45)씨는 “누드, 풍경, 동물 등은 미술이 번창하던 시절부터 사랑받았던 이미지들이다. 과거 미술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 ‘노스탤지어(Nostalgia)-3’(사진)은 주섬주섬 옷을 벗어던지고 머뭇거리지만 자신의 몸을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여인네의 몸짓처럼 느껴진다. 욕망이 휘고 굽은 판 안에서 빛난다. 한 편의 꿈이다. 누구나 한 번쯤 꿈속에서 나만의 억눌렸던 욕망을 만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꿈이 깨면 허전함이 찾아온다. 작가 고씨가 표현한 인생의 덧없음이다.
2차원의 세계 안에 3차원 풍경을 담았다. 놀랍다. 평평한 얼굴에 툭 튀어나온 귀여운 종기처럼 작품은 톡 벽에서 튀어나와 내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작가 고씨는 조각을 전공했으나 사진과 조각을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안진우, 이정훈은 그의 제자다. 지금은 대학 강단을 떠난 그이지만 제자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은 스승의 마음은 여전하다. 안진우의 ‘어떤 바람’ 시리즈는 꿈속에서 속죄와 후회의 나락을 헤매는 우리 몸이 느껴진다.
한바탕 꿈속을 헤매고 나와서 바라본 거리는 서서히 휴일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 풍경조차 꿈의 조각처럼 느껴진다. 10일까지. (02) 3210-1233
글 박미향 기자·작품 사진 트렁크 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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