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싸움의 기술
“구경하는 바보와 춤추는 바보가 있다면, 어차피 바보라면 춤추는 바보가 낫다.”(만화 <크레이지 군단> 중)
“넌 그렇게 술 마시다간 비호감에 친구도 하나도 없을 거야.” 최근에 들은 충격적인 말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작업실에 박혀서 회사 사정에 어두운 난 회사로 돌아와서 작은 술자리에 엉겁결에 가게 되었다. 요즘 모든 영화사들이 어렵기 때문에 피디들의 사기 진작과 함께 서로 힘든 이야기를 하는 조촐한 술자리가 성격이라면 성격일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웬걸, 난 회사 사람인데도 간만에 만나는 사람들처럼 그리고 술자리라는 즐거움 때문에 거의 혼자서 말하고 떠들었다. 그리고 혼자서 막 빨리 마셨다. 워낙 나머지 사람들은 조용한 사람들이었는데 내가 집중적으로 떠드는 바람에 거의 말문을 열지를 못했다. 난 그 술자리로 인해서 조증이 심한 사람이란 판정을 받게 되었고 친한 친구는 나를 걱정하면서 진심으로 충고를 해주었다. “너 때문에 집에 가서 더
마셨단 말이야….” 아… 내가 그렇게 위태로워 보이는 걸까? 사실 난 진정코 즐거워서인데 즐거운 것도 위태로워 보인다는 말을 듣게 되다니….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 말을 듣는데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것은 거울 효과다. 그날 모인 사람들이 모두 힘들고 위태롭고 잠도 안 오고 화도 못 내고 슬퍼하지도 못하고 그런데 나만 갑자기 나타나서 웃고 떠들고 하나도 웃기지 않은 이야기를 큰 목소리로 끊임없이 떠들었기 때문에 내가 집중포화를 맞은 거다…. 한마디로 분위기 파악 못한 바보였다. 하지만 구경하는 바보와 춤추는 바보가 있다면, 어차피 바보라면 춤추는 바보가 되는 게 좋다는 나의 세계관이 발동, 걱정하는 친구들의 조증 판단에도 흔들림 없이 맘은 뭐랄까 더 애잔해졌다. 힘들 때 우울함은 전염이 잘된다. 비록 욕을 먹을지언정, 조증이란 소릴 들을지언정 웃다가 기꺼이 욕먹고 다니자. 사실 나도 영수증만 보면 한숨 나오고 월말만 되면 불안함에 떤다. 앞은 안갯속이고 불빛은 나타날지 안 나타날지 모르는데 긴 여정을 걸으려면 춤추는 바보가 되어 걸어가자.
김정영 오퍼스 픽쳐스 김정영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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