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바다와 남한강, 수도권 명산까지 아우르는 당일치기 전철 여행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서해 바다와 남한강, 수도권 명산까지 아우르는 당일치기 전철 여행
서해 바다와 남한강, 수도권 명산까지 아우르는 당일치기 전철 여행
창밖은 하루가 다르게 봄날이다. 시시각각 새순 돋고 꽃봉오리가 터진다. 하루 한시라도 숨막히는 도심을 벗어나 여유를 찾고 싶은 나날이다. 마음은 굴뚝같아도 실행엔 부담이 따른다. 교통 체증, 기름값, 숙박비 생각하면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걱정은 접고 수도권 전철 노선도를 펴 보자. 노선마다 역마다 답이 적혀 있다.
운전대는 던져버리고, 전철로 도심을 탈출하는 하루 여행이다. 서울 도심과 수도권은 땅 밑 땅 위로 전철망이 거미줄처럼 짜여 있다. 전철 노선이란 전동차를 운행하는 복선철로를 가리킨다. 번호가 붙은 9개 노선에 분당선·공항선·중앙선·인천선 등이 서로 연결돼 수도권 곳곳으로 뻗어 있다.
차를 집에 두고, 편안한 시간에 나서면 된다. 아무 지하철역·전철역으로 들어서면 당일 봄나들이가 시작된다. 표 한번 끊고 앉으면 수도권 동서남북으로 연결된 전철망이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 봄바람 따스한 강변으로, 호젓한 시골길로, 등산로 들머리로, 가슴 후련해지는 바닷가로 안내한다. 한두 번 갈아타는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최근 잇단 전철 노선 연장과 신설로 수도권 많은 지역이 출퇴근·통학이 가능한 단일생활권으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당일 나들이의 선택 폭도 넓어진 셈이다.
전철 여행의 장점은 편하고 빠르고 정확하며, 요금이 싸다는 데 있다. 용산역을 기점으로 볼 때 가장 먼 역이라도 2천원대 요금에 2시간 남짓이면 닿는다. 일반 철도와 달리 운행 횟수가 많아 어느 역에서든 내려 둘러보고 수시로 다음 전동차를 타고 떠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서울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역 주변마다 걷기 좋은 산이 있고, 물가가 있고, 짭짤한 볼거리·구경거리·먹을거리가 기다린다. 바닷바람을 쐬려면 인천행이나 4호선, 인천국제공항선 노선을, 남한강변 강바람을 쐬고 싶다면 중앙선 국수행 전철을 타면 된다. 수도권 명산 산행이라면 거의 모든 노선이 해당한다. 대부분의 산 등산로 들머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전철역이 있다고 보면 된다.
최근 새로 전철 노선을 연장개통한 중앙선(남양주 팔당역~양평 국수역 구간)과 장항선(천안역~아산 신창역 구간)엔 볼거리·즐길거리들이 많아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다. 용산역에서 아산 신창행 전철로 온양온천역에 가면 당일 온천욕 여행도 할 수 있다. 버스를 이용해 시내의 민속박물관이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외암리 민속마을·현충사 등을 둘러볼 수도 있다. 용산역·청량리역(지상)에서 국수행 전철을 타면 팔당역이나 양수역에서 내려 남한강 풍경을 감상하거나, 운길산(운길산역)·청계산(국수역) 등 산행을 하고 당일 돌아올 수 있다. 장항선 천안역·온양온천역의 경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버스(4천원·입장료 별도)를 활용해도 좋다. 천안역에 매주 화·목·토·일요일 오전 10시에 출발해 아우내장터·독립기념관·유관순 사적지·우정박물관·광덕사 등을 도는 버스가 있다. 아산 온양온천역에선 수·토·일요일 오전 10시에 떠나 민속박물관·현충사·외암리 민속마을 등을 둘러본다. 아산시와 이웃한 예산군에서도 투어버스(1천원·입장료 별도)를 운행한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버스터미널 옆에서 떠나 추사고택·대흥동헌·수덕사 등을 찾아간다.
전철 여행은 여러 장점이 있긴 하지만 자칫 오가는 과정이 단조로워 지루해질 수 있다. 이것도 전철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 단조로움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목적지 역만을 향해 곧장 지루하게 달릴 필요는 없다. 경치 좋은 중간역에 내려 잠시 쉬며 커피도 마시고 화장실도 이용한 뒤 다음 차를 타면 될 일이다. 가벼운 읽을거리나 간식거리를 준비해 가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부담을 줄인 전철 당일 여행상품도 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광역철도사업본부는 용산역~온양온천역 구간 전철과 연계 버스를 이용한 ‘쾌속전철로 떠나는 주말 테마여행’ 상품(매주 토요일 아침 8시23분 용산역 출발)을 내놨다. 중간역을 거의 거치지 않고 목적지로 간다. 지난 28일부터 본격 운행을 시작한 이 당일여행 상품 가격은 왕복요금·입장료 포함해 코스별로 1만~2만원대(식사는 자유식)다.
광역철도사업본부 이선현 팀장은 “앞으로 전동차 안에서 공연·연주회·체험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곧 고품격 온천욕, 산행과 먹을거리 등을 테마로 한 전철여행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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