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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에 빛이 흐른다

등록 2009-04-01 21:01수정 2009-04-02 16:05

최근 바닥재가 중요한 인테리어 요소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바닥재가 중요한 인테리어 요소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매거진 esc]
LED 조명·크리스털 등 파격적 소재 접목하는 바닥 디자인…긁히고 부식된 아날로그 느낌도 인기

당신은 지금 어떤 바닥을 보고 있나? 국가기관의 풍경을 찍는 사진작가 고현주씨의 작품에서 실내 ‘바닥’은 삭막하다 못해 차갑다. <대검찰청 대회의실>, <농림부 장관 접견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중들의 견해·정서와는 상관없이 소통의 여지 없는 권력”(작가 노트)을 나타내는 이런 장소에서 바닥은 인테리어의 수평적인 면을 결정하는 지지대일 뿐이다. 어디 공공기관뿐일까? 우리가 걷고 있는 수많은 장소에서 바닥은 디자인이 절제된, 휑한 채로 남겨진 무표정한 지지대인 경우가 많다.

사실 바닥재는 벽지나 가구, 조명, 창에 비해 쉽게 변화를 주기 어려운 영역으로 인식된다. 한번 시공하면 10년 이상 유지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나의 선택’이 들어올 겨를 없이 바닥재가 이미 정해져 있는 공간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지지대 또는 실내 배경의 기능을 넘어서는 바닥재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중요한 인테리어 요소로 바닥의 가치가 새로이 주목받는 이유다.

왼쪽부터 모자이크 바닥재(윤현상재) · 어린이 방을 위한 바닥재(한화 L&C).
왼쪽부터 모자이크 바닥재(윤현상재) · 어린이 방을 위한 바닥재(한화 L&C).

수백년 된 주택의 목재 활용하기도


이런 흐름을 타고 공간의 특성과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재질, 질감, 문양 등에 차별을 둔 여러 바닥재의 등장을 눈여겨볼 만하다. 그중에서도 2000년대 초 강화마루, 타일, 천연 대리석, 온돌마루, 피브이시(PVC) 등 재료의 다변화가 가져온 바닥재 시장의 진일보에 최근엔 디자인의 개념이 적극적으로 들어왔다. 바닥 디자인의 새 차원은 기존 바닥재의 틀을 깨려는 시도에서 드러난다. 안정적인 지지대 노릇을 벗어나 조명처럼 현란한 빛을 내뿜는가 하면, 긁힌 표시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 바닥재 보호의 철칙이었음을 비웃는 듯 아예 긁힌 문양을 표면에 새기고 나온 바닥재도 있다.

‘오크-나티프’가 시공된 실내(조르다노).
‘오크-나티프’가 시공된 실내(조르다노).

그 예로 이탈리아 고급 원목마루를 수입하는 ‘하농 조르다노’는 지난 1월 고전적인 원목 소재에 흰빛이 뿜어져 나오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삽입해 나무의 결에서 빛이 나는 ‘LED 마루’를 선보였다. 이런 실험적인 바닥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아티스트 다섯 명과 합작한 새로운 디자인 과정이 개입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조르다노’는 차세대 원목마루 바닥재 디자인 공모전을 열어 기존 인테리어 내장재로서 바닥을 압도하는 미래형 바닥을 선보일 수 있었다. ‘윤현상재’에서 파는 모자이크 느낌의 아르데코 타일을 비롯해 최근엔 부식된 듯한 느낌의 타일이나 일부러 긁어낸 낡은 느낌의 원목 바닥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가의 제품 중에는 실제로 수백년 된 주택에서 철거된 목재로 상판을 만들어 예술과의 경계가 모호해진 주문생산형 원목마루도 있다. ‘하농 조르다노’의 김은미 마케팅 차장은 “원목의 폭 길이가 규격을 깨고 탈정형화하는 것에서 바닥재에 디자인 개념이 적극 강조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며 “한때는 오크나무, 붉은 체리 타입 무늬 등 트렌드를 주도하는 색상이나 무늬가 분명했지만, 최근엔 천연 나무에 다채롭게 변형을 가한 색·무늬·폭의 디자인이 폭넓게 인기를 끈다”고 설명했다. 원목과 건조 대리석이 결합된 제품이나, 원목 사이에 다른 색깔의 크리스털 소재를 매치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제품도 카페·호텔 등 인테리어에서 자주 활용된다.

피브이시(PVC) 바닥재 ‘뉴테마여행’(KCC).
피브이시(PVC) 바닥재 ‘뉴테마여행’(KCC).
특히 바닥재는 시각뿐 아니라 신체의 일부가 닿는다는 점에서 촉각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용자의 신체적 반응과 생활의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케이씨씨(KCC)는 이중 인쇄를 통한 입체효과와 엠보 기술로 천연 원목의 질감을 살린 피브이시 바닥재 ‘옥장판 진’을 내놓았다. 케이씨씨의 이남승 과장은 “지난해에 자연주의가 트렌드였다면, 올해는 경제 불황 속에서도 기능성·실용성·디자인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본에 충실한 정제된 스타일이 인기”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상투적인 앤티크나 우드 무늬와 다르면서도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는 부드러운 디자인과 질감이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발광다이오드(LED)를 삽입해 나뭇결에서 빛이 나게 한 LED 마루(조르다노).
발광다이오드(LED)를 삽입해 나뭇결에서 빛이 나게 한 LED 마루(조르다노).

질감이나 문양이 전부가 아니다. 한화엘앤씨(L&C)의 ‘명가매직’은 특수 펄을 써서 온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마법 같은’ 바닥재를 내놓았다. 똑같은 패턴을 겨울에는 따뜻한 느낌의 밤색 톤으로, 다른 계절에는 세련되고 차가운 느낌의 잿빛 톤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이 바닥재의 콘셉트다. 최근엔 여러 업체에서 은나노를 첨가한 친환경 기능성 제품과 천연 참옻 및 진주 성분을 첨가해 피부 질환을 방지하는 건강·안전 전략형 바닥재를 선보였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캐릭터 패턴 바닥재의 경우엔 시각적 측면 못지않게 폭신한 촉감을 줘 아이들이 넘어질 경우를 대비한다.

겨울에는 밤색, 여름에는 잿빛 톤으로 변신

최근엔 입주와 동시에 바닥 개조 공사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비교적 저렴한 마루·타일을 사다가 바닥의 한 부분을 직접 개조하는 디아이와이(DIY)도 일반화됐다. <나는 바닥에 탐닉한다>를 쓴 건축가 천경환씨가 “바닥은 모든 것의 시작이자 모든 것의 마지막이다. 바닥엔 세심한 디자이너의 배려, 어느 행정가의 고민, 누군가의 치기 어린 장난이 숨어 있다”고 발견한 것처럼, 바닥은 이제 숨어 있던 매력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글 현시원 기자 qq@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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