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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재발견, 뇌가 해맑아

등록 2009-05-13 18:44수정 2009-05-13 18:45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esc] 너 어제 그거봤어?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한국방송·이하 <남자>)의 부제는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다. 다 큰 남자 일곱명이 모여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에 뛰어든다. 어떤 모습일까?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오른쪽 사진)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스스로를 “철이 덜 든 남자”라고 표현하는 신원호 피디(아래 사진)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며 이야기를 나눴다.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신원호 피디가 털어놓는 아저씨의 귀여움
허약남 김태원, 반듯한 이정진, 식상한 주제도 맛깔나게 비벼내는 힘

정석희(이하 정) 발동 걸리기까지 시간 걸리는 게 있는가 하면 첫 회 딱 봐서 감이 오는 프로가 있다. <남자>는 첫 회에서 미션도 발표되기 전 이외수와 출연자들이 대화 나눌 때부터 재밌었다. 얼마나 부담을 갖고 시작했나?

신원호 피디(이하 원) 그냥 하던 엠시들과 했으면 덜 했을 텐데, 이경규라는 큰 카드를 갖고 움직이려니 부담이 컸다. 이렇게 회의 많이 하고 코너 들어간 건 처음이다.


빅카드 이경규 부담 커

신광호(이하 신) 이경규라는 카드가 반가웠나, 부담이었나?

신원호 피디
신원호 피디
반반이었다. 프로만 생각하면 그야말로 ‘생큐’지. 까탈스럽다는 소문에 대한 공포도 있었다. 어떻게 컨트롤하면서 진행해가야 하나 부담스러웠다. 지금 보면 왜 그런 소문이 났나 싶을 정도로 열려 있다.

김국진이랑 <붕어빵>을 하면서 이경규의 태도가 바뀐 것 같다. 이경규가 버럭 호통 치는 거 시청자들은 더 이상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갑자기 확 변하기는 힘들 텐데 연륜 있는 이외수가 붙어서 초반 상쇄 효과가 있었다. 프로에서 미션의 멘토가 등장하는 장치가 좋았다.

이경규가 한국방송에 왔으면 달라진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경규가 1인자에서 2인자로 내려오는 포인트를 잡았다. 물론 <남자> 전체를 끌어가는 일을 안 보이게 하지만, 표면적으로 1인자는 아니라는 걸 출연자들이 다 받아들인 거다.

청혼과 병영 체험에서 두 번 멘토를 겪고 나니까 육아 체험 아이템에서 멘토였던 꼬마 사랑이에게도 다정하게 잘하더라. 젊은 사람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른바 아저씨들 데리고 이렇게 프로를 만든다는 게 스스로 놀랍진 않은가?

내가 약간 반골 성향이 있다(웃음). 저쪽에서 아줌마 이야기하고, 여기저기 남자 엠시투성이인데 남자 이야기를 하는 데는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앞에 가면 나뿐 아니라 남자들이 다 약하고 귀여워진다. 주어진 역 때문에 강한 척들 하는 거지. 아저씨들도 굉장히 귀여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구수하고 칙칙하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나올 수 있는 거다. 이 한가운데는 이경규의 변신이 있다.

<남자>는 시청자 편에서 조목조목 보게 만든다. 미역국 끓이면서 조미료 넣으면 안 된다는 김국진이나, 아기 기저귀 못 가는 김성민 대신 직접 제작진이 기저귀를 갈아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제작진이 융통성 있게 재미의 선을 지키는 것 같다.

아기 키우기 미션에선 처음엔 김성민이 일부러 저러나 싶을 정도로 기저귀를 못 갈더라. 애가 녹초가 될 거 같아서 지켜보다 올라가서 내가 직접 갈았다. 딴 프로에선 아기 키우기의 이쁜 모습만 주로 나가는 거 같다. 진짜 애 키우는 게 때론 지옥 같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김성민의 재치가 돋보인다. 그야말로 김성민의 재발견이다.

그 정도인 줄은 나도 몰랐다. 재미있고 위트 있는 정도로만 알았지. ‘여걸 파이브’에 나왔을 때 시청률도 좋았고, 아줌마들도 좋아했다. 그걸 기억하고 만났는데 수다가 장난이 아니었다. 속으로는 큰일 났다! 어떻게 눌러야 하지? 했다. 뇌가 너무 해맑은 거지(웃음). 진짜 생각나는 대로 순수하게 막 던지는 사람이다. 요샌 한 방이라서, 누가 ‘비호감’이라 하면 확 궁지에 몰린다. 첫 방송 나가고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했다. 한데 이런 캐릭터는 친구 중에 한 명쯤 있기 마련 아닌가?

있기는 마련인데, 그게 김성민일 줄은 몰랐던 거다(웃음). 처음엔 설정으로 잡은 건가 싶었다.

실제로 시청자들이 그렇게 보면 어쩌나 고민했다. ‘저건 설정’이라고 하면 믿기 힘들어지니까. 김성민은 연기면 연기, 예능이면 예능 뭐든 열심히 한다. “형, 지금 이 모냥으로 보이는데 멀쩡한 모습, 드라마 연기톤으로 보여주면 안 될까?” 하면 이것만은 거부한다. 연기에 대한 철학이 투철한 거다.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한국방송 제공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한국방송 제공

김성민, 혼자 <해안선> 찍니?

해병대 병영 체험에서도 혼자 박수치고 왜 저러나 싶었다.

진짜 해병대를 가고 싶었다고 하더라.

정말 진흙탕에서 필사적이었다.

혼자 <해안선> 찍고 있더라구(웃음).

김국진과 이윤석은 버라이어티 웃음 포인트를 잘 안다. 뭔가 터진다 싶으면 때론 밀어보려는 게 보여서 조금 부자연스럽게도 느껴진다. 김태원은 정말 본모습이 나오더라.

정말 센 캐릭터다. 사실 현장에선 매번 이번 주 태원이 형 또 안 보이겠다 싶다. 그런데 편집하면서 구석에서 한마디씩 던진 걸 긁어모으다 보면 너무 재밌다.

다 남자들인데 촬영 분위기는 어떤가?

동성끼리 모아놓으면 자기 모습을 훨씬 편하게 보여주는 게 있다. 아저씨들끼리 서로 정말 좋아한다. 태원이 형 없으면 경규 형이 자꾸 찾는다.

캐릭터들이 있는데 트렌디한 윤형빈이 오히려 어정쩡하다.

멤버를 에피소드 중심에 세워보는 걸 생각하고 있다. 지금 억지로 일곱명의 캐릭터를 잡아주려는 의도는 없다. 경규 형과 국진이 형은 워낙 자연스럽고. 김성민은 원래 ‘그 모냥’이니까(웃음). 어찌 보면 제작진이 방관하는 게 있다.

굳이 <무한도전>과 비교하자면, 거기선 얄짤없이 미션을 수행하는 것에 반해 <남자>에서 미션은 다소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미션을 좀더 격하게 할 생각은 없나하는 생각도 들더라고.

태원이 형만 해도 운동이라는 걸 전혀 안 해서 해병대 체험에서 뛰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다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못할 놈은 못하고 할 놈은 해도 되지 않나 싶다. 방만하게 간다.

이정진의 느낌도 좋다. 최선을 다하잖아. 금연 미션 때도 끊을 수 있다는 자세를 보여주던데. 자기 몫을 따박따박한다.

버라이어티에 물들지 않아서 좋다. 금연하라는 미션에 다들 흥분하는데 이 친구는 견딜 수 있다고 하더라. 못 견디는 척해! 주문할 수도 없고 ‘정진이 어쩌려고 하지?’ 했는데, 오히려 신선했다. 이들이 원하는 대로 갔을 때 안 보던 느낌이 나온다는 걸 깨달았다. 예전엔 계획대로 1, 2가 가면 3도 연출대로 가야지 했다. 그런데 이젠 1, 2가 계획대로 가면 3이 출연자들 멋대로 갔을 때 더 자연스러운 맛이 나온다는 걸 안다.

금연, 육아체험, 해병대 체험 등 일곱 남자들의 못 말리는 도전기를 보여주는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한국방송 제공
금연, 육아체험, 해병대 체험 등 일곱 남자들의 못 말리는 도전기를 보여주는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한국방송 제공

아직 초반이지만 반응은 어떤가? 이런 반응에 얼마나 영향 받는지도 궁금한데.

성과로 보자면 아직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우리가 생각했던 페이스보다 치고 나온 게 있다. 어떤 촬영은 힘들게 끌고 가야 하는 게 있고, 때론 끌려가는 게 있는데, 지금 우린 서로 재밌어한다.

출연자들 본인이 해보고 싶은 걸 나눠도 재밌을 것 같다. 직접 그들의 리스트를 채우고 지워가 보는 거다.

사실 두 번째 결혼이나, 꽃중년 아이템은 다 남성성을 허물어뜨리는 쪽에 가깝다. 준비하면서 시중에 나온 ‘죽기 전에, 40세 전에, 30세 전에 꼭 해봐야 할’이란 제목을 단 책들을 뒤져봤다. 들춰보면 이게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봐야 하는 걸 적어 놨다는 걸 알 수 있다. <남자>는 꼭 해봐야 한다는 명령이 아니라, ‘건강한 가학’ 정도를 생각했다. 소원에 가까운 버킷 리스트(bucket list)와는 그런 점에서 다른 거다. 여기선 해볼 만한 일인데 서로 해보면 괴로운 거! 그래도 재밌는 걸 한다.

건강한 가학으로 괴롭지만 즐겁게

<남자>는 어디선가 했던 아이템도 식상하지 않게 다루는 것 같다. 금연이나 군대 체험도 예능에서 많이 본 건데 <남자>는 출연자들의 인간미에 주목해서 봤다.

우리가 완전 다르게 만드는 건 아닐 거다. 금연침 맞는 건 남들이 수천 번 했던 건데, 이 아저씨들이 하면 다른 게 나오겠다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겼고 지금은 다를 거라는 확신이 있다. 앞으로는 아저씨들의 판타지를 동화 같은 느낌으로 담고도 싶다.

■ 신원호 피디가 말하는

“이 남자들 고생 좀 했다” ‘금연’편

“금연 미션을 비밀로 하다 딱 발표했을 때, 다들 ‘머엉’했다. 리액션이 최고여서 녹화 재밌겠다 싶었는데, 다음날 오후 6~7시간을 금단 현상에 괴로워하더라. 웃길 생각은 아무도 안 하고(웃음). 녹화 끝난 후 이렇게 고생했는데, 진짜 금연하겠다던 남자들 결국엔 다시 피우더라.”

■ 신원호 피디가 말하는

“이 남자 좀 의외였다”

‘남자, 그리고 두 번 결혼하기’편

“태원이 형이 머뭇거릴 줄 알았는데 사랑을 적극 표현하는데 그걸 보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못한다고 해야 방송에선 재밌을 텐데 아, 왜 우실까? 싶었던 거지. 이 남자 의외의 사랑 표현에 시청자들 닭살 아닐까 걱정했지만 많은 분들이 태원이 형 부부의 히스토리에 감동해서 다행이었다!”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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