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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과 캠핑장

등록 2009-06-2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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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영화에서 캠핑카나 트레일러는 양극단의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유쾌하고 여유있는 여행의 상징 또는 집 한 칸 없이 살아가는 가난한 떠돌이의 상징이지요. 둘 다 한국 관객 눈에는 낯설지만 아무래도 전자의 로망이 더 큽니다. 서구에서도 은퇴 뒤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게 많은 노부부들의 희망사항이라죠.

영화 <어바웃 슈미트>에서 잭 니컬슨이 연기한 슈미트는 한국의 가부장이 울고 갈 정도로 권위적이고 고집 센 남편이지만, 아내는 이런 남편이 은퇴하면 함께 여행을 떠나기 위해 살림을 아껴 고급 캠핑카를 마련합니다. 그러나 은퇴 뒤 아내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덩그러니 캠핑카만 남게 되죠. 슈미트는 영 눈에 차지 않는 남자와 결혼한다고 통보한 딸을 만나러 이 캠핑카를 타고 먼 길을 떠나게 됩니다.

환갑 넘은 남자가 홀로 캠핑카를 몰고 떠나는 여행은 정말이지 쓸쓸하더군요. 따져보니 비행기나 배를 타고 움직이며 호텔방을 혼자 잡고 돌아다니는 여행자들은 자주 봤어도 캠핑 여행을 혼자 떠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집(텐트)을 짓거나 테이블 등 세간을 펴고, 밥과 설거지, 빨래와 청소 같은 일 하나하나를 직접 챙겨야 하는 캠핑을 혼자 하는 건 고달픈 일이죠. 몸이 힘들다기보다 많이 귀찮고 조금 처량하지 않습니까?

이병학 기자가 이번주에 쓴 커버스토리에도 나오듯이 캠핑은 공동체 문화입니다. 지금 캠핑 붐을 재점화시키는 30~40대 샐러리맨들에게도 캠핑의 첫경험은 스카우트 활동이나 수련회 같은 10대 시절의 공동체 체험이었죠. 배낭여행을 비롯해 혼자 떠나는 여행이 낯설지 않은 문화가 된 이후 다시 유행이 된 캠핑 여행에는 공동체 문화의 귀환이라는 측면도 있는 듯합니다. ‘웬만해서는’ 서울광장을 안 열겠다는 서울시의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 조례 개정안 공표도 공동체의 귀환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군요. 광장도 막는 마당에 캠핑장은 막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행여 막기 전에 얼른들 다녀오십시오.

김은형 〈esc〉 팀장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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