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자라섬 캠핑장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자연주의 휴가열풍과 함께 폭증하는 캠핑인구
주말 예약 한달 전 마감, 용품 판매 200% 증가 예상
자연주의 휴가열풍과 함께 폭증하는 캠핑인구
주말 예약 한달 전 마감, 용품 판매 200% 증가 예상
“초딩 시절 아버지 따라 캠핑을 다녔죠. 숲속에 텐트를 치고 지냈어요. 그때의 밤하늘을 잊을 수가 없어요.” 지난 13일(토) 가평 자라섬 오토캠핑장에서 만난 은철수(40·인천 계양구 작전동)씨. 은씨 가족은 한달여 전인 지난 5월 처음 캠핑을 시작한 초보다. 어릴 적 추억을 아이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어 캠핑을 시작했다. 아내 신영은(33)씨, 8살·6살·4살 세 자녀와 함께 한달여 만에 벌써 네번째 캠핑을 나왔다. 이전까지는 주로 시설 좋은 펜션·리조트를 찾았다는 은씨 가족이 캠핑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 “기본 장비만 갖추면 리조트보다 훨씬 싸게 자주 주말여행을 할 수 있고, 자연 속에서 아이들에게 풍성한 추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아이들은 주말이면 “캠핑 가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오토캠핑이 뜨고 있다. 자연 속에 들어 차량 옆에 텐트와 그늘막을 치고 쉬다 오는 여행 방식이 주말여행의 한 패턴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다. 과거 야영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어린 자녀를 둔 30~40대가 급증하는 야영족의 중심 세력이다. 수도권의 시설 좋은 오토캠핑장들은 7월 말까지 주말 예약이 끝나 있다. 가평 자라섬캠핑장 관리팀 김성재씨는 “전달 초에 인터넷을 통해 다음달 예약을 받는데 주말의 경우 대개 5분이면 예약이 끝난다”고 말했다. 평일엔 아직 여유가 있지만 본격 휴가철엔 평일에도 이용객이 넘칠 것으로 내다본다. 2000년대 초반 생겨나기 시작한 인터넷 캠핑 카페들 중 일부는 이제 회원수 수만명을 거느린 대규모 카페 동호회로 발전했다. 카페들에선 캠핑장·장비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정캠·번캠을 수시로 진행한다. 네이버 최대 캠핑 카페 ‘캠핑퍼스트’(회원 3만3000여명) 운영진 이재구(37)씨는 “2003~4년부터 차량을 이용한 캠핑 인구가 늘기 시작해 2007년 말부터는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5일 근무제의 정착과 함께 여가 활용과 휴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편의시설보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즐기려는 욕구가 커진 결과다. 최근 어려워진 경제 상황도 한몫했다. 수도권 40여개, 전국 200여개 캠핑장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곳곳에 들어선 시설 좋은 오토캠핑 사이트들은 캠핑 인구 확산의 중심축이다. 10여년 전엔 찾아보기 어렵던 수세식 화장실과 온수 샤워실, 취사시설·전기시설·개별주차장 등을 고루 갖춘 선진화한 캠핑장들이 잇따라 선보였다. 잼버리대회·캠핑캐라바닝대회 등 굵직한 국제야영대회들이 국내에서 꾸준히 열린 것도 캠핑 인구 확산을 이끌었다. 전국 오토캠핑장은 정부 산하기관과 지자체, 민간업체들이 운영하는 것을 합해 200여개를 헤아린다. 수도권에만 40여개의 캠핑장이 있다. 캠핑은 일반적으로 비박 캠핑(백팩 캠핑)과 오토캠핑, 캐러밴(캠핑카)을 이용한 캠핑으로 나뉜다. 오토캠핑이란 차량으로 이동한 뒤 옆에 텐트를 치고 즐기는 야영을 말한다. 수납 공간이 많은 자가용이 일반화되면서, 옛 야영과는 그 개념이 달라졌다. 과거 ‘캠핑용품 3총사’로 불리는 텐트·버너·코펠이 장비의 전부였던 시절, 캠핑 여행은 말 그대로 고생길이었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고 지고 도착한 바닷가·강변·숲속의 야영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줬다. 아무 데서나 가능했던 이런 야영 방식은 90년대 중반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내려진 입산통제·취사금지 조처로 된서리를 맞았다. 주5일 근무제 시행 뒤 캠핑은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자연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로 캠핑 문화도 달라졌다. 놀고 먹고 노래 부르고 춤추던 옛 모습은 사라지고, 조용히 쉬며 가족과 자연 속에 몸을 맡기는 세련된 캠핑 문화가 정착돼 가는 추세다. 오토캠핑 인구가 늘자 아웃도어 용품 생산업체들도 일제히 국내 캠핑용품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존 캠핑장비 업체들은 물론, 지금까지 캠핑용품을 생산하지 않았거나 중단했던 업체들도 지난해부터 내수시장을 겨냥해 텐트·타프(그늘막)·버너·코펠 등 캠핑 관련 전 품목을 시장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코오롱스포츠 용품기획팀 이대오 팀장은 “올해는 알뜰한 형태의 캠핑이 한층 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며 “캠핑용품 수요 급증에 대비해 물량을 지난해보다 200% 이상 늘려 준비했다”고 말했다. 오토캠핑이 무조건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여름엔 밤마다 모기와 싸워야 하고 텐트 주변으로 몰려드는 갖가지 곤충 등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여성들의 경우 불편한 잠자리, 열악한 화장실 여건 등으로 야영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가족을 위해’ 캠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남편들이 가장 먼저 부닥치는 문제가 ‘아내를 설득하는 것’이라고 한다. 화장실·샤워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캠핑장도 적지 않다. ‘캠핑 중독’을 심하게 겪는 이들도 있다. 한 주라도 빼먹으면 온몸이 근질거린다는 이들이다. 월·화요일엔 캠핑 후기 쓰고 읽는 재미로, 수·목요일엔 어디로 갈까 궁리하는 재미, 금요일엔 뭘 해먹을까 고민하는 재미로 산다. 이들은 거의 매주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을 꼬박 캠핑장에서 지낸다. 이런 경우는 그래도 캠핑이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경우다. 캠핑에 깊이 빠져들기 시작하면, 일상생활의 일정 부분을 등한시하거나 포기해야 한다. 집안·친지의 대소사를 못 챙겨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에 위치한 자라섬 오토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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