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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로망 버라이어티가 이뤄주네

등록 2009-07-08 19:44수정 2009-07-12 14:10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야구와 음악 밴드가 주말 버라이어티와 만났다. “망가질 수 있습니다!”라고 제작진에게 외쳤던 김창렬은 갯벌을 하염없이 뛰고 있고, 경복고 밴드부 ‘혼수상태’의 베이시스트였던 신동엽은 20년 만에 제대로 된 연주를 꿈꾼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천하무적 토요일-천하무적 야구단>(한국방송)과 <일요일 일요일 밤에-오빠밴드>(문화방송)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동엽의 진지한 모습이 새로운 ‘오빠 밴드’
일취월장 ‘천하무적 야구단’ 승리를 부탁해

정석희(이하 정) ‘천하무적 야구단’과 ‘오빠밴드’는 버라이어티에서 취미를 펼쳐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야구단이나 음악 밴드는 남자들의 로망 아닌가! 특히 밴드, 예전엔 남자들 웬만하면 기타 튕길 줄 알았거든.

신광호(이하 신) 지금의 2, 30대가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다면 4, 50대 남자들은 통기타의 낭만을 품고 있다.

기타를 못 치면 사회활동하기 어려울 정도였던 때도 있었다니까.(웃음) 밴드하고 싶다는 열망, 드럼 신나게 치고 싶다는 포부는 남자라면 얼마쯤은 갖고 있을 것 같다.

좌충우돌 음악밴드 결성기를 담은 <오빠밴드>(문화방송). 사진 문화방송 제공
좌충우돌 음악밴드 결성기를 담은 <오빠밴드>(문화방송). 사진 문화방송 제공


옛날엔 기타 못 치면 사회활동도 어려웠다구

그런 점에서 ‘오빠밴드’는 음악에 대한 향수와 공감대를 바닥에 깔고 있다. 치열하게 살아오느라 그동안 잊었던 것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다. 이제 40대 코앞에 선 신동엽도 예능에선 중년이잖아. 신동엽, 탁재훈, 김구라, 유영석이 출연하고 ‘트랙스’의 김정모와 ‘슈퍼주니어’ 성민이 한 팀으로 묶였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를 아우르려는 의도가 보인다.

유영석이 65년생, 성민이 86년생이라 나이 차이로는 아빠와 아들 관계다. 잘 이해할 수 없는 세대가 만나서 화음을 낸다는 점도 재밌다.

유영석은 90년대 인기를 구가했던 전설의 작곡가잖아. 한 세대는 알지만, 또 젊은 세대에겐 ‘듣보잡’인 사람들이 서로 섞이는 게 신선하다. 서인영도 보컬로 출연했을 때 유영석을 ‘유영서~?’라고 하던데. 젊은 세대들에겐 잘 몰랐지만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만나는 기회가 된다.

유영석은 라디오에서 원체 입담을 인정받은 사람이다. ‘유마에’로 통한다. 망가질 줄도 알고 예능감각이 있더라. ‘제2의 윤종신’이 될 것인가 호기심도 생긴다.

누구보다 신동엽의 진지한 모습에 시선이 간다. 장난기 가득 찬 표정에, 게스트 불러놓고 짓궂게 재치를 자랑하던 신동엽이 아니다. 베이스 칠 때는 정말 연주에 몰입한 딴사람이다.

토크를 주도하는 위치가 아니라 일선에서 다소 물러난 모습이다. 특유의 깐죽거림을 자제하니까 좀 허전할 때도 있지만 색달라서 좋더라.

‘오빠밴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깐죽 캐릭터들이 다 모여있다. 탁재훈, 김구라까지 깐죽의 질감이 다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탁재훈은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가 부족한 순간들이 보이긴 해도 참 다재다능하다~ 싶다.

구구단송 만들어 가면서 노는데, 다들 끼가 다분하더라.

끼가 다분한 게 탁재훈의 최대 장점이자 약점인 것 같다. 학창시절에 이런 친구들 꼭 볼 수 있었다. 초지일관 까불, 때론 진지함과 배려심이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최근엔 김정모의 인기가 급상승중이다. 올해 초 방영된 <밴드오브브라더스>(엠넷)에서도 김희철, 강인, 제이 4명이 모여서 밴드를 꾸렸는데 그때도 정모가 팀을 이끌었다. 그때도 느꼈지만, ‘오빠밴드’에서도 정모의 실력과 열정이 빛난다. 슈주의 성민도 눈여겨보게 되고.

정모는 형들의 연주를 수습하잖아. 밥 먹는 거 치우기도 하고.(웃음) 정모가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게 멤버들이 도와준다.

쿵쾅거리고 깐죽거리고 해도 연주만 훌륭하면 시청자들은 만족한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연주가 부실한 상태니까, ‘이들 뭐하나’ 하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이 프로의 성패는 밴드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는 것만으론 사랑받을 수 없다. 연주 잘하는 밴드가 되려는 목적을 잊지 않았음 한다.

시청자들은 리얼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의 본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또 열심히 잘하는 걸 보려고 한다.

최강 야구단에 도전하는 리얼 합숙기를 그린 <천하무적 야구단>(한국방송). 사진 한국방송 제공
최강 야구단에 도전하는 리얼 합숙기를 그린 <천하무적 야구단>(한국방송). 사진 한국방송 제공

깐죽거려도 좋다, 연주만 잘해다오

‘오빠밴드’는 계속 객원보컬을 초빙할 것 같은데, 마야나 리아 정도는 영입했으면 싶다. <쇼바이벌>처럼 신인그룹을 발굴하든지 다른 팀과 같이 연주한다든지 이벤트가 있어도 좋겠다. 다음주엔 ‘백두산’이 나온다는데, 침체일로인 록그룹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천하무적 야구단’을 보면서 명확한 진행자가 없는 오합지졸에 다소 느슨하다고 생각했다. 비(B)급을 자처하는데다가 배명중학교 팀과 경기에서 완패하는데 그 자체가 좀 지루했다. 그런데 연예인 최강 야구단인 알바트로스와 박빙의 승부를 보면서 이 프로의 진가가 나타나는구나 무릎을 쳤다. 그 순간에는 정말 야구를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김창렬과 임창정이 피디를 찾아가서 ‘이런 프로그램 하고 싶다’고 말하는 걸로 시작됐다. 김창렬, 이하늘, 임창정 3인방 이미지는 사실 하강 일로에 가깝지 않나? 그래서 ‘이게 될까?’ 싶었는데 정말 열심히 하는 김창렬과 적절히 망가지는 ‘늙은 사자’ 이하늘 등 감동적으로 보고 있다.

예능도 즐기고 스포츠도 즐길 수 있는 프로로 자리잡고 있다. 더 일취월장해서 멋진 플레이를 펼쳐준다면야 재밌고 탄력 붙겠지만, 이들의 오합지졸 캐릭터도 놓칠 수 없다.

오지호와 김준이 나와서 분위기가 일변했지만, 처음 악동 3인방의 공이 크다. 알바트로스와 7 대 8까지 접전 벌였던 것도 정말 놀라웠고. 한민관의 기적 같은 플레이, 마르코와 김준까지도 잘하더라고. 야구 제대로 해 본 적 없다던 이들이 단시간에 어떻게 이렇게 발전할 수가 있는 거지? 정말 다들 열심히 한다!

야구 상식을 묻는 ‘토막퀴즈’도 은근히 유익하다. 사실 스포츠와 예능의 결합은 한국방송 예능 프로에서 흔한 포맷이다. 한국방송 예능국 피디들이 특히 스포츠를 선호하나? <무한도전>이 나름대로 조밀하고 기발한 기획을 준비해놓고, 출연진들이 미션을 수행해가는 편이라면 ‘천하무적 야구단’은 출연자들에게 상황을 던져놓는 편이다.

‘날아라 슛돌이’의 경험에서 쌓은 노하우도 있겠지. 야구가 붐이긴 하다. 요즘엔 사회인 야구팀들도 많이 결성됐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실력을 쌓은 후에 일반인 야구팀과 경합해보면 어떨까? 끼 있는 일반인이 새로운 스타로 재미를 줄 수도 있고, 풍부해지지 않을까 싶다.

나와서 ‘형아’들과 닭싸움도 하고 말이다.(웃음) 우리 동네 사는 형들이 나와서 놀고 싸우는 걸 보는 듯 친숙하단 말이야. 복고풍이라고 해야 하나?

‘천하무적 야구단’의 주 시청자층 타깃이 젊은 층인듯 보이지만, 사실 지금 중년이 청소년이었던 70년대는 고교야구의 황금기였다. 아마 티브이를 보는 40, 50대 주부들은 야구퀴즈 문제 잘 맞힐 수 있을 거다.

첫 회를 볼 때는 ‘천하무적 야구단’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시청자층이 남자겠구나 했는데 아닌 것 같다.

김준과 오지호를 이용(!)해서 좀더 여심을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제작진들이 야구 좋아하는 여성 시청층이 이렇게 넓다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유일한 여자 캐릭터로는 단장 백지영이 등장해 야구단을 꽉 잡고 있다. 백지영이 친밀감의 표현으로 “준아!” 이렇게 반말하는 건 괜찮은데, 단독 샷으로 카메라가 비칠 때 반말하는 건 좀 아니다 싶었다.

일반인 야구단과의 한판 대결은 어때?

백지영이 일부러 아주 쎄고 독한 캐릭터를 잡고 가는 것 같다. 난 남자들이 어린 여자 연예인에게 반말하는 게 엄청 많이 보이는데? ‘오빠밴드’에서도 보컬로 등장한 티파니를 잠깐 환대하는 것 같았으나 애 취급하고 다들 반말을 하더라. 성별의 문제만은 아닌 게 ‘천하무적 야구단’의 94년생인 ‘유키스’의 동호도 형들 사이에서 기죽어 있다.

동호는 정말 삼촌들 틈에서 핏덩이가 된다.

오디션 때는 보통 애가 아니고 잘할 것 같더니, 이 집단이 드세기는 참 드센 유별난 팀이구나 싶다.

■ 신선도 100% 장면

‘천하무적 야구단’ 한민관의 더블 플레이

한민관의 더블 플레이! 티브이 앞에서 박수를 칠 수밖에 없더랬다. 지긴 했지만 정말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던 장면. 약골이지만 반골 기질의 한민관이 보여준 기적 같은 플레이 신선하다!”(정석희)

‘오빠밴드’의 덜~ 완벽한 공연

“운동신경 좋은 남자들이 스포츠하는 것보다, 밴드라는 환상을 가진 남자들의 (연습)연주는 신선했다. 매니저 자질 없는 김구라의 코치 아래, 어떤 큰 대화를 위해 몇 달 준비하는 게 아니라 한 주 연습하고 그 담주 연주 보여주고 하는 방식은 단막극처럼 새로웠다!”(신광호)

■ 식상도 100% 장면

라면 식사

“부족한 젓가락 반으로 잘라서 먹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훌훌 먹고. 지지리궁상에 헝그리 정신, 그리고 배고프다는 것. 이제 충분히 알겠으니 예능 프로에서 더 이상 라면 먹는 장면은 이제 안 봐도 충분할 것 같다.”(정석희)

닭싸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여기저기 자주 보니까 닭싸움 이젠 질렸다. 갯벌에서 닭싸움하던 야구단끼리야 우정도 쌓고 재밌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너무 식상한 아이템일 뿐. 남자들만 여럿 모이면 한 다리 잡고 닭싸움 벌이는 이유는 뭘까?”(신광호)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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