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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 무어를 벗긴 여자

등록 2009-07-08 21:27수정 2009-07-10 07:40

1989. 마이클 잭슨.
1989. 마이클 잭슨.
[매거진 esc] 다큐멘터리 영화로 다시 주목받는 애니 리버비츠의 삶, 그가 찍은 스타들
A4용지 두 장을 붙여 놓은 크기의 사진집이 앞에 있다. 두께만도 4㎝가 넘는다. 그 껍데기를 열자 우피 골드버그가 우유 통에 빠져 있고, 믹 재거가 소리를 꽥꽥 지른다. 애니 리버비츠(Annie Leibovitz)의 사진집이다. 애니 리버비츠가 발견한 유명인들의 페르소나(가면)가 악을 지르는 것이다. 빨려들어간다. 한 장, 두 장, 세 장, 책장이 넘어간다. 앗 어지럽다. 휘리릭! 번쩍 눈을 떠보니 어두운 극장 한복판에 앉아 있다. 커다란 화면에 우피 골드버그가 “나에게 우유통에 들어가라는 거예요. 우아해 보이지만 먼지가 떠다녀서 괴로웠어요”라고 말한다. 지난 6월11일부터 사진가 애니 리버비츠에 대한 다큐멘터리영화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이 스폰지하우스에서 상영중이다. 그의 동생 바버라 리버비츠가 감독했다.

1984. 우피 골드버그.
1984. 우피 골드버그.

로커를 찍기 위해 로커의 삶으로

영화 안에서 그가 찍었던 유명인들이 애니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의 증언으로 영화는 채워진다. 그중에는 ‘애나 윈투어’도 있다. 그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등장한 악명 높은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보그> 미국판 편집장이다. 괴팍한 성격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개봉돼도 인터뷰를 하지 않은 이다. 그런 그가 “유명인들을 우리 잡지로 끌어오기 위해서 최고의 사진작가가 필요하다. 애니 리버비츠와 찍는다고 해야 인터뷰에 응한다”고 말한다.

도대체 애니 리버비츠가 어떤 사진가이기에? 빌 클린턴, 존 레넌, 조지 부시, 빌 게이츠 등 세상의 유명한 사람을 가장 많이 찍은 사진가? 그는 유명인들을 찍었지만 피사체 때문에 그가 최고의 사진가가 된 것은 아니다. 그의 사진 안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살아 숨쉬는 아이디어와 열정, 인생이 있다.

1990. 존 클리즈.
1990. 존 클리즈.

1991. 데미 무어.
1991. 데미 무어.

그는 1949년 미국인 유대인 가정에서 육남매의 셋째로 태어났다. 공군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필리핀 등 공군기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늘 차로 이동하던 어린 시절 때문에 “차창으로 세상을 봤고 차창은 곧 프레임이 되었다”고 영화 속에서 애니는 말한다.

대학에서는 미술을 전공했지만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그는 1973년 잡지 <롤링 스톤스>에서 일하면서 잡지와 함께 성장했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사진을 찍던 시절이었다. 1975년 록그룹 롤링 스톤스의 콘서트 투어를 따라다니면서 찍은 사진은 그를 일약 유명 사진가로 만들었다. 그들과 하나가 돼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함께 마약을 했고 로커처럼 살았다. 1980년 벗은 존 레넌과 무표정한 오노 요코를 찍은 사진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 사진을 찍고 정확히 4시간 뒤에 존 레넌은 저격당했다.

1975. 롤링 스톤스.
1975. 롤링 스톤스.

<롤링 스톤스>보다 주류 잡지였던 <배니티 페어>로 옮기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시작한다. 온갖 아이디어로 무장한 황홀한 사진들을 찍었다. 임신한 데미 무어를 나체로 찍은 표지사진은 가판에 나오자마자 100만부 이상 팔렸고 여성의 몸에 대한 갖가지 담론을 만들어 냈다.

뉴욕은 그에게 제2의 고향이다. 1986년 33살 한국인 사진가 준초이(최명준)는 뉴욕 18번가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다. “큰 개를 데리고 온 애니를 봤다. 당시는 지금처럼 세계적인 사진가가 아니었고 그저 맨해튼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700명 중에 한 명이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눈인사를 나눴다. 그 카페는 가난한 사진가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는 곳이었고, 준초이가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스튜디오 실장들 대부분이 애니와 일을 했다.

1980. 존 레넌과 오노 요코.
1980. 존 레넌과 오노 요코.

준초이는 애니를 두고 “사진가라기보다 큰 그릇의 인물이다. 자신의 그릇이 크다 보니 어떤 인물을 만나 사진을 찍어도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고 말한다.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와 리처드 애버던의 영향을 받았지만 애니 리버비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수전 손택이다. 두 사람은 1989년 처음 만나 수전 손택이 사망한 2004년까지 깊은 우정을 나눴다. 손택의 영향으로 애니는 유명인이 아닌 사라예보와 같은 전쟁터에서 연출 없는 르포사진도 찍었다. 쉰을 넘어 자신의 인생 안에 ‘아이’를 넣는다. 쉰한 살에 큰딸 사라를 낳고 2005년에는 대리모를 통해 수전과 새뮤엘을 얻었다. 출산과 육아를 통해 사진과 삶이 더 풍부해졌다.

수전 손택과 우정 나누며 르포사진 찍기도

영화는 재미있다. 애니 리버비츠의 육성뿐만 아니라 거대한 <보그>의 촬영 현장,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의 포장되지 않은 생생한 모습이 담겨 있다.

배우들은 말한다. 힘든 포즈를 주문해서 괴롭다고 투정하면 애니는 “추위와 고통은 한순간이지만 사진은 영원하다”고 외친다.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애니 리버비츠의 삶은 사진 자체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사진출처 <애니 리버비츠 어 포토그라퍼즈 라이프 1990-2005>, <애니 리버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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