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가 드라마로 변신해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복수와 사랑이라는 낯익은 아이템의 <태양을 삼켜라>는 시청률 고공행진 중이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친구, 우리들의 전설>(문화방송)과 <태양을 삼켜라>(에스비에스)에 집중했다.
환골탈태한 ‘친구, 우리들의 전설’, 화려한 스펙터클 눈부신 ‘태양을 삼켜라’
정석희(이하 정)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영화 <친구>의 리메이크 작이다. 도입부가 현빈(동수 역)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됐는데 영화 <클래식>을 보는 듯 섬세했다. 그런데 순간 분위기 확 바뀌면서 폭력이 난무하더라. 영화 <친구>와 다르네~ 했다가 “니가 가라 하와이”도 똑같이 나와 당황했다.
신광호(이하 신) 나도 처음에는 ‘영화 한 편이면 충분하지 무슨 드라마야?’ 의심했다.
정 이 드라마 포기해야 하나 했는데 점점 달라지더라. 1회는 와장창 싸우는 것 외에 모자이크 장면도 많아서 불편했는데 점차 변했다. 특히 이들의 어린 시절을 그리는, 한 편의 다른 드라마 같은 구성이 참 좋더라. 김민준(준석 역)이 서도영(상택)네 집에 가서 밥 먹는 장면이라든지, 김민준이랑 현빈이 처음 싸울 때 비긴 걸로 하는 장면이라든지, 어린 시절의 성격을 디테일하게 보여줬다.
신 처음엔 폭력 장면이 많아 ‘모자이크 드라마’라는 호칭이 붙었다. 그런데 영화가 압축이었다면 드라마는 곽경택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뒷배경부터 자세하게 보여준다. <찬란한 유산>과 붙어서 시청률에 밀리지만, 내공은 상당하다.
영화 <친구>를 원작으로 한, 훨씬 섬세해진 <친구, 우리들의 전설>. 문화방송 제공
모자이크 드라마, 섬세한 드라마
정 영화는 친구와의 우정을 강조했으나, 권력과 폭력 앞에 무너지는 비극적인 결말이었다. 드라마는 이걸 자세하게 풀어서 이 끈끈한 우정이 왜 폭력에 망가져야 했는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준다. 난 3회부터 좋아졌다. 3회에 폭력적인 장면이 안 나오긴 했지만, 여자들의 우정도 멋지단 걸 보여줬다. 왕지혜(최진숙)를 통해 학창 시절을 보여주는데, 아시아 물개 조오련 이야기를 할 때는 나도 옛 생각 나더라.
신 나도 어렴풋이 향수 같은 게 느껴진다(웃음).
정 당시엔 여자애들이 선생님 짝사랑하고, 통곡하고 난리였다. 미팅 장면도 임예진과 이덕화가 출연했던 영화 <진짜진짜 좋아해>를 보는 것 같았다. 과거를 추억하게 한다는 점에서 <친구>는 중장년층을 자극한다. 멋 내려고 목에 스카프 둘러봤던 사람이라면 추억에 젖을 수 있다!
신 드라마는 알콩달콩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많다. 세세하게 흥미로운 부분도 많고. 특히 은행 신에서 포스터에 ‘3개월만 빌려도 은행이자 15퍼센트’라는 문구가 있더라. 그런 시절은 어땠을까 흥미롭기도 했다. 유리 겔라도 나오던데(웃음).
정 정말 온 국민이 당시엔 마술사 유리 겔라에 열광했거든.
신 섬세한 상황으로 그 시대 감수성을 보여준다. 영화에선 남자들의 동선이 중심이었다면 드라마에선 여자 친구들의 동선을 같이 따라간다. 갈등, 사랑하는 과정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정 드라마에선 왕지혜 가족들을 비롯해서 새로운 조연 연기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신 현빈과 김민준이 <친구>의 투톱이지만 그 외에 조연급 연기가 상당하다. 이시언(중호)이라는 신인 배우는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정 드라마에선 이들이 건달의 세계에 들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준석이도 사실은 아버지를 경멸했지만 아버지 부하로 인해 발을 들여놓게 되고, 동수는 선발전에서 억울하게 낙오하게 되잖아. 자기를 버렸던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폭력의 길을 가게 되는 거다. 드라마를 통해서 좀더 인간적으로 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폭력을 정당화하고 미화할 수는 없지만, 이런 사정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신 남자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알 거다. 일진이 ‘1 대 5’로 싸웠다는 거 비현실적인 이야기만은 아니었거든.
정 그런데 현빈과 김민준 싸우는 게 너무 멋지게 나오는 거 아닌가? 그건 쪼금 불만이다. 싸움에 앞장서는 애가 멋있게 보이면 좀 곤란하잖아.
신 최고의 남성성을 어필할 수 있는 게 여기선 싸움인 거다.
정 상택이를 비롯해서 주변 인물들의 인생도 구체적이다. 상택이 학보사 이야기라든지 군대에 가서 고문당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등 다른 친구들의 사연도 보여준다.
신 연기자들의 연기가 안정된 건 사전제작에서 오는 장점인 것 같다. 사전제작을 하면서 캐릭터에 몰입한 게 아닌가 싶다.
정 영화의 ‘싸나이’다운 이야기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지금 같은 알콩달콩한 걸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와 뭐가 다를까 싶은 생각에 이 드라마를 안 본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못 보는 거니까.
신 ‘곽 감독이 또 <친구>를 만들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드라마의 장점이자 단점은 곽경택이 연출이라는 거다.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화려한 화면으로 담아내는 <태양을 삼켜라>. 에스비에스 제공
마초 무조건 받아들이는 시대는 갔다오
정 <친구>가 내레이션으로 시작했듯 <태양을 삼켜라>도 유오성의 내레이션으로 첫 회가 시작됐다. <태양>은 아프리카 오지에서 폭탄 터지다가 제주도 바다 나왔다가 서커스 무대를 보여준다. 화려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나같이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보기가 쪼금 힘들더라.
신 내 스타일과도 거리가 멀더라. 생크림 가득한 드라마 같은?
정 초콜릿도 가득 넣은 것 같다. 작정하고 멋 낸 드라마다.
신 보다 보면 <태양> 안에 <에덴의 동쪽>이 보인다.
정 <올인>도 있고 <로비스트>도 있고, <안녕 내 사랑>도 있다(웃음). 모든 드라마를 합해 놓은 것 같은 드라마다.
신 플롯 면에서 보면 <에덴의 동쪽>과 참 비슷하다. 스펙터클한 장면들 보면서 “와…” 하고 있기엔 눈이 높아졌다.
정 화려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게는 환영받을 것 같다. 상업적인 드라마라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는 게, 지성이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온 시점 이후 정말 많이 웃통을 벗는다는 거다. 모델 아르바이트 하는 김새롬을 뜬금없이 계속 벗기던데. 눈요깃감으로 자꾸 벗기는 게 눈에 걸리더라.
신 3회 이후 이완과 지성의 관계는 완전히 ‘서울쥐 시골쥐’다. 이 관계를 깊이 있는 이야기로 풀어간다면 문제없겠지만, 제주도를 서울에 대비되는 ‘깡촌’으로 그리는 부분도 좀 걸렸다.
정 이야기의 촘촘한 짜임새가 아직은 <친구>에 비해서 드러나지 않았다. 수천 개의 옷과 액세서리가 즐비한 장면은 지금까지 많이 봐 왔잖나.
신 성유리도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악기 연주해 줘야 하고. <꽃보다 남자>에서 본 듯한 재벌 2세들 등장하고.
정 재벌과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인물의 경쟁, 사랑. 이런 설정 이젠 좀 싫다. 아직 연기자들의 연기를 평가할 게 없다. 이완이 키스신 남발했다는 기사가 많이 떴을 뿐.
신 주인공인 지성도 아직은 <뉴하트> 때의 그 모습이 더 어울린다. 사랑스럽고 건강한 웃음 짓는, 약간 팬시한 느낌이.
정 <태양> 위해서 지성은 근육도 만들었다만. 영상과 현란한 음악에 집중하면 보게는 되는데, 스토리는 흡인력이 덜하다.
신 지성이 고아원 출신이라는 것도 그렇고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가진 건 깡다구 하나다! <친구>를 보면 가진 것 없는 인물들도 다 다양한 차이들을 갖고 있는 것에 새삼 감동한다.
정 <친구>는 여자 신인 연기자들도 정말 잘한다. <태양>에서는 이완이 나쁜 남자로 등장한다. 지성 쏘아보고, 폼 잡은 건 봤는데 아직 제대로 연기를 보여준 건 없다.
신 연기는 모르겠고 키스는 참 잘하더라. 지성이나 이완이 아직 얼굴이 앳된데 상처 분장하고 반창고 붙인다고 터프해지는 건 아니거든. 지성은 좀 거친 느낌 주려고 노력하는 건 보인다.
반창고 붙인다고 터프가이 되나~
정 그에 비하면 현빈은 <그들이 사는 세상>때와는 확실히 다르게 변신했다. 외롭고 고독한 모습이 <친구>에서 드러난다. <태양>에서는 김새롬만 어떤 캐릭터인지 딱 알겠더라.
신 인물 관계에서도 작위적인 설정이 드러나지만 지역을 다루는 데서도 차이가 난다. <친구>는 부산색이 확~ 드러난다. 스태프들도 부산 사람 같고, 현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거다. 한데 <태양>에서 제주도는 고두심 빼고는 다 제주도 사람 아닌 것 같은 거다. 제주도가 아쿠아리움은 아니잖아.
정 <태양>엔 유난히 튀는 장면이 많다. 갑자기 눈이 맞아서 키스하고, 갑자기 옷 벗고 왜 그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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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공감 캐릭터
현빈 (동수 역)
“드라마를 통해 비로소 동수라는 인물을 이해하게 됐다. 영화 속 장동건? 원래 싸움하는 걸 좋아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 동수가 선발전에서 조작에 의해 떨어지는 장면 너무 안타까웠다.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는 동수를 보면서 내가 동수 엄마가 된 양 가슴 울컥~”(정석희)
이시언 (중호 역)
“완벽한 정통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연기. 주먹다짐하는 양대 산맥 사이에서, 안 밉게 깐죽거리는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한다는 느낌!”(신광호)
<태양을 삼켜라>의 뜬금없는 캐릭터
전광렬 (장민호 역)
“제주도 대저택에 몰래 들어온 지성한테 총을 겨누던 집주인 전광렬! 총 보고도 깡다구 부리는 지성은 또 뭘까? 마치 둘이 상황극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신광호)
임정은 (미연 역)
“임정은이 제주도 해녀로 나오는 장면, 무슨 만화 인어공주를 보는 것 같은 정경이 펼쳐졌다. 왜 갑자기 인어의 발차기를 하는 거지? 물론 아름다운 해녀도 있을 수 있지만, 이건 만화영화 속 캐릭터였다.”(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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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현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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