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키스신 남발, 연기 만발은 언제

등록 2009-07-22 19:40수정 2009-07-25 15:39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영화 <친구>가 드라마로 변신해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복수와 사랑이라는 낯익은 아이템의 <태양을 삼켜라>는 시청률 고공행진 중이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친구, 우리들의 전설>(문화방송)과 <태양을 삼켜라>(에스비에스)에 집중했다.

환골탈태한 ‘친구, 우리들의 전설’, 화려한 스펙터클 눈부신 ‘태양을 삼켜라’

정석희(이하 정)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영화 <친구>의 리메이크 작이다. 도입부가 현빈(동수 역)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됐는데 영화 <클래식>을 보는 듯 섬세했다. 그런데 순간 분위기 확 바뀌면서 폭력이 난무하더라. 영화 <친구>와 다르네~ 했다가 “니가 가라 하와이”도 똑같이 나와 당황했다.

신광호(이하 신) 나도 처음에는 ‘영화 한 편이면 충분하지 무슨 드라마야?’ 의심했다.

이 드라마 포기해야 하나 했는데 점점 달라지더라. 1회는 와장창 싸우는 것 외에 모자이크 장면도 많아서 불편했는데 점차 변했다. 특히 이들의 어린 시절을 그리는, 한 편의 다른 드라마 같은 구성이 참 좋더라. 김민준(준석 역)이 서도영(상택)네 집에 가서 밥 먹는 장면이라든지, 김민준이랑 현빈이 처음 싸울 때 비긴 걸로 하는 장면이라든지, 어린 시절의 성격을 디테일하게 보여줬다.

처음엔 폭력 장면이 많아 ‘모자이크 드라마’라는 호칭이 붙었다. 그런데 영화가 압축이었다면 드라마는 곽경택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뒷배경부터 자세하게 보여준다. <찬란한 유산>과 붙어서 시청률에 밀리지만, 내공은 상당하다.


영화 <친구>를 원작으로 한, 훨씬 섬세해진 <친구, 우리들의 전설>. 문화방송 제공
영화 <친구>를 원작으로 한, 훨씬 섬세해진 <친구, 우리들의 전설>. 문화방송 제공

모자이크 드라마, 섬세한 드라마

영화는 친구와의 우정을 강조했으나, 권력과 폭력 앞에 무너지는 비극적인 결말이었다. 드라마는 이걸 자세하게 풀어서 이 끈끈한 우정이 왜 폭력에 망가져야 했는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준다. 난 3회부터 좋아졌다. 3회에 폭력적인 장면이 안 나오긴 했지만, 여자들의 우정도 멋지단 걸 보여줬다. 왕지혜(최진숙)를 통해 학창 시절을 보여주는데, 아시아 물개 조오련 이야기를 할 때는 나도 옛 생각 나더라.

나도 어렴풋이 향수 같은 게 느껴진다(웃음).

당시엔 여자애들이 선생님 짝사랑하고, 통곡하고 난리였다. 미팅 장면도 임예진과 이덕화가 출연했던 영화 <진짜진짜 좋아해>를 보는 것 같았다. 과거를 추억하게 한다는 점에서 <친구>는 중장년층을 자극한다. 멋 내려고 목에 스카프 둘러봤던 사람이라면 추억에 젖을 수 있다!

드라마는 알콩달콩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많다. 세세하게 흥미로운 부분도 많고. 특히 은행 신에서 포스터에 ‘3개월만 빌려도 은행이자 15퍼센트’라는 문구가 있더라. 그런 시절은 어땠을까 흥미롭기도 했다. 유리 겔라도 나오던데(웃음).

정말 온 국민이 당시엔 마술사 유리 겔라에 열광했거든.

섬세한 상황으로 그 시대 감수성을 보여준다. 영화에선 남자들의 동선이 중심이었다면 드라마에선 여자 친구들의 동선을 같이 따라간다. 갈등, 사랑하는 과정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드라마에선 왕지혜 가족들을 비롯해서 새로운 조연 연기자들이 많이 등장한다.

현빈과 김민준이 <친구>의 투톱이지만 그 외에 조연급 연기가 상당하다. 이시언(중호)이라는 신인 배우는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드라마에선 이들이 건달의 세계에 들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준석이도 사실은 아버지를 경멸했지만 아버지 부하로 인해 발을 들여놓게 되고, 동수는 선발전에서 억울하게 낙오하게 되잖아. 자기를 버렸던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폭력의 길을 가게 되는 거다. 드라마를 통해서 좀더 인간적으로 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폭력을 정당화하고 미화할 수는 없지만, 이런 사정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남자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알 거다. 일진이 ‘1 대 5’로 싸웠다는 거 비현실적인 이야기만은 아니었거든.

그런데 현빈과 김민준 싸우는 게 너무 멋지게 나오는 거 아닌가? 그건 쪼금 불만이다. 싸움에 앞장서는 애가 멋있게 보이면 좀 곤란하잖아.

최고의 남성성을 어필할 수 있는 게 여기선 싸움인 거다.

상택이를 비롯해서 주변 인물들의 인생도 구체적이다. 상택이 학보사 이야기라든지 군대에 가서 고문당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등 다른 친구들의 사연도 보여준다.

연기자들의 연기가 안정된 건 사전제작에서 오는 장점인 것 같다. 사전제작을 하면서 캐릭터에 몰입한 게 아닌가 싶다.

영화의 ‘싸나이’다운 이야기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지금 같은 알콩달콩한 걸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와 뭐가 다를까 싶은 생각에 이 드라마를 안 본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작품성 있는 드라마를 못 보는 거니까.

‘곽 감독이 또 <친구>를 만들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드라마의 장점이자 단점은 곽경택이 연출이라는 거다.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화려한 화면으로 담아내는 <태양을 삼켜라>. 에스비에스 제공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화려한 화면으로 담아내는 <태양을 삼켜라>. 에스비에스 제공

마초 무조건 받아들이는 시대는 갔다오

<친구>가 내레이션으로 시작했듯 <태양을 삼켜라>도 유오성의 내레이션으로 첫 회가 시작됐다. <태양>은 아프리카 오지에서 폭탄 터지다가 제주도 바다 나왔다가 서커스 무대를 보여준다. 화려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겠지만, 나같이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보기가 쪼금 힘들더라.

내 스타일과도 거리가 멀더라. 생크림 가득한 드라마 같은?

초콜릿도 가득 넣은 것 같다. 작정하고 멋 낸 드라마다.

보다 보면 <태양> 안에 <에덴의 동쪽>이 보인다.

<올인>도 있고 <로비스트>도 있고, <안녕 내 사랑>도 있다(웃음). 모든 드라마를 합해 놓은 것 같은 드라마다.

플롯 면에서 보면 <에덴의 동쪽>과 참 비슷하다. 스펙터클한 장면들 보면서 “와…” 하고 있기엔 눈이 높아졌다.

화려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게는 환영받을 것 같다. 상업적인 드라마라는 걸 분명하게 보여주는 게, 지성이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온 시점 이후 정말 많이 웃통을 벗는다는 거다. 모델 아르바이트 하는 김새롬을 뜬금없이 계속 벗기던데. 눈요깃감으로 자꾸 벗기는 게 눈에 걸리더라.

3회 이후 이완과 지성의 관계는 완전히 ‘서울쥐 시골쥐’다. 이 관계를 깊이 있는 이야기로 풀어간다면 문제없겠지만, 제주도를 서울에 대비되는 ‘깡촌’으로 그리는 부분도 좀 걸렸다.

이야기의 촘촘한 짜임새가 아직은 <친구>에 비해서 드러나지 않았다. 수천 개의 옷과 액세서리가 즐비한 장면은 지금까지 많이 봐 왔잖나.

성유리도 악착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악기 연주해 줘야 하고. <꽃보다 남자>에서 본 듯한 재벌 2세들 등장하고.

재벌과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인물의 경쟁, 사랑. 이런 설정 이젠 좀 싫다. 아직 연기자들의 연기를 평가할 게 없다. 이완이 키스신 남발했다는 기사가 많이 떴을 뿐.

주인공인 지성도 아직은 <뉴하트> 때의 그 모습이 더 어울린다. 사랑스럽고 건강한 웃음 짓는, 약간 팬시한 느낌이.

<태양> 위해서 지성은 근육도 만들었다만. 영상과 현란한 음악에 집중하면 보게는 되는데, 스토리는 흡인력이 덜하다.

지성이 고아원 출신이라는 것도 그렇고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가진 건 깡다구 하나다! <친구>를 보면 가진 것 없는 인물들도 다 다양한 차이들을 갖고 있는 것에 새삼 감동한다.

<친구>는 여자 신인 연기자들도 정말 잘한다. <태양>에서는 이완이 나쁜 남자로 등장한다. 지성 쏘아보고, 폼 잡은 건 봤는데 아직 제대로 연기를 보여준 건 없다.

연기는 모르겠고 키스는 참 잘하더라. 지성이나 이완이 아직 얼굴이 앳된데 상처 분장하고 반창고 붙인다고 터프해지는 건 아니거든. 지성은 좀 거친 느낌 주려고 노력하는 건 보인다.

반창고 붙인다고 터프가이 되나~

그에 비하면 현빈은 <그들이 사는 세상>때와는 확실히 다르게 변신했다. 외롭고 고독한 모습이 <친구>에서 드러난다. <태양>에서는 김새롬만 어떤 캐릭터인지 딱 알겠더라.

인물 관계에서도 작위적인 설정이 드러나지만 지역을 다루는 데서도 차이가 난다. <친구>는 부산색이 확~ 드러난다. 스태프들도 부산 사람 같고, 현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거다. 한데 <태양>에서 제주도는 고두심 빼고는 다 제주도 사람 아닌 것 같은 거다. 제주도가 아쿠아리움은 아니잖아.

<태양>엔 유난히 튀는 장면이 많다. 갑자기 눈이 맞아서 키스하고, 갑자기 옷 벗고 왜 그런지 모르겠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공감 캐릭터

현빈 (동수 역)

“드라마를 통해 비로소 동수라는 인물을 이해하게 됐다. 영화 속 장동건? 원래 싸움하는 걸 좋아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 동수가 선발전에서 조작에 의해 떨어지는 장면 너무 안타까웠다.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는 동수를 보면서 내가 동수 엄마가 된 양 가슴 울컥~”(정석희)

이시언 (중호 역)

“완벽한 정통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는 연기. 주먹다짐하는 양대 산맥 사이에서, 안 밉게 깐죽거리는 역할을 아주 잘 소화한다는 느낌!”(신광호)

<태양을 삼켜라>의 뜬금없는 캐릭터

전광렬 (장민호 역)

“제주도 대저택에 몰래 들어온 지성한테 총을 겨누던 집주인 전광렬! 총 보고도 깡다구 부리는 지성은 또 뭘까? 마치 둘이 상황극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신광호)

임정은 (미연 역)

“임정은이 제주도 해녀로 나오는 장면, 무슨 만화 인어공주를 보는 것 같은 정경이 펼쳐졌다. 왜 갑자기 인어의 발차기를 하는 거지? 물론 아름다운 해녀도 있을 수 있지만, 이건 만화영화 속 캐릭터였다.”(정석희)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