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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동강 사진에 빠지다

등록 2009-07-22 21:08수정 2009-07-26 10:47

신림 길(Sinrim Gill) 〈Small Town at the Turn of the Century, 1999-2000〉
신림 길(Sinrim Gill) 〈Small Town at the Turn of the Century, 1999-2000〉
[매거진 esc] 전세계 거장들 불러 모은 2009 동강국제사진전 미리보기
“아우 여름이다/ 안녕 하고 돌아서는 그건 아니잖아/ 사랑을 위한 여행을 하자/ 바닷가로 빨리 떠나자 야이 야이”(노래 ‘해변의 여인’) 쿨의 노래가 서서히 뇌 속에서 기지개를 편다. 보따리 싸서 ‘해변의 여인’을 만나러 떠나야 할 ‘때’가 왔다. 어디로 떠날 것인가? 이왕이면 여행도 하고 멋진 사진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어떨까!

7월24일부터 8월23일까지 강원도 영월에서 <2009 동강국제사진제>가 열린다. 2002년부터 매년 열린 동강사진축제는 올해로 8번째를 맞으면서 <2009 동강국제사진제>로 이름을 바꿨다. 세계적인 사진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국제적인 사진제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디앤 아버스, 윌리엄 클라인, 맨 레이, 신디 셔먼, 조엘 피터 위트킨 등 묵직한 사진책에서나 볼 수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총 9개의 크고 작은 전시가 영월 동강사진박물관, 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열린다.

맨 레이(Man Ray) 〈La Marquise Casati, 1922〉
맨 레이(Man Ray) 〈La Marquise Casati, 1922〉

퐁피두센터 소장품 대거 내한

동강사진박물관에서 열리는 〈MASKS 가면을 쓴 사람들〉은 디앤 아버스, 윌리엄 클라인, 맨 레이, 신디 셔먼, 앤디 워홀 등 전세계 작가 40여명의 작품 100여점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우리나라는 구본창, 오형근, 육명심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를 알랭 사야그(퐁피두센터 전 사진부장)와 함께 기획한 이수균(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씨는 현대미술의 경향을 ‘가면’이라는 아이콘으로 드러낸다. “가면은 본질을 가리는 껍질이라고 생각하거나 가면 뒤에는 본질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가면 자체가 그대로 리얼리티”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1920~30년대에 발표한 맨 레이 작품 속에서 본질이 되어버린 ‘가면’의 흔적이 드러나고, 타인의 얼굴을 자신에게 씌웠던 80년대 스타 신디 셔먼의 사진 속에서는 가면과 본질이 혼재되어 있다.
손준호
손준호

조엘 피터 위트킨(Joel-Peter Witkin)〈Dwarf from Naples〉
조엘 피터 위트킨(Joel-Peter Witkin)〈Dwarf from Naples〉

이번에 전시된 맨 레이의 ‘카사티 후작부인’(1922)은 촬영 이야기가 재미있다. 맨 레이는 방 안에 있는 적은 불빛만으로 후작부인을 촬영했다. 후작부인은 영화 주인공처럼 자세를 잡았다. 그날 밤 사진을 프린트한 맨 레이는 형상이 흐릿한 몇 장의 사진만을 얻었다. 사진을 보여 달라고 보채는 그녀에게 겨우 ‘사람’으로 보이는 몇 장만 보냈는데 그중에는 눈이 세 겹으로 찍힌 사진도 있었다. 어쩌면 초상사진으로는 빵점이다. 하지만 후작부인은 자신의 영혼을 사진에 담았다면서 맨 레이의 성공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전시 작품의 30% 이상은 프랑스 퐁피두센터 소장품들이다. 기획자 이수균씨는 1997년 퐁피두센터 사진부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당시 사진부장이었던 알랭 사야그과의 인연이 이 전시까지 이어졌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모두 오리지널 프린트이다. 작가가 사진을 찍고 처음 인화지에 담았던 사진들이라는 소리다. 시간이 박아둔 깊이 있는 색감과 무게감이 우리들에게 감동을 준다.

나탈리 반드 왈(Nathalie Vande Walle) 〈Diner, 2008〉
나탈리 반드 왈(Nathalie Vande Walle) 〈Diner, 2008〉

쉰을 훌쩍 넘긴 이상일 선생의 작품도 볼만하다. 작가는 이번 <2009 국제사진전>에서 동강사진상을 수상했다. 망월동 묘지의 녹슨 영정들이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어촌 사람들을 찍었던 그가 새벽 범어사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어둠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범어사의 풍경은 애잔하다. 이상일의 대표작인 ‘으므니’ 시리즈와 ‘메멘토모리’ 시리즈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2006년부터 2년간 강원도를 촬영한 작가 13명의 ‘같은 장소 다른 시각’도 만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사진의 ‘연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20대 젊은 작가들의 발랄한 전시, <젊은 사진가전: 마술피리>와 북쪽 땅과 남쪽 풍경을 담은 사진을 함께 전시하는 <같은 하늘, 낯선 풍경>도 선보여 분단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설치 작업 <영월 마주하기>, <강원도 사진가 초대전>, <영월군 사진가 초대전> 등도 있다. 전국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초등학교 사진일기>도 어린 시절 추억을 부른다.

백남식 <보고 싶은 산하>
백남식 <보고 싶은 산하>

운영위원회 김영수 위원장은 사진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진전부터 작품의 수준이 높은 전시까지 다양하게 갖추었다고 말한다.

2009년 동강사진워크숍도 함께 열려 사진 실력을 팍팍 늘리고 싶은 아마추어 작가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총 15개 강좌가 열린다. ‘디지털 암실과 흑백 디지털 프린트’(유병욱), ‘패션사진의 섹슈얼리티’(박경일), ‘세상의 끝에 서서’(김중만) 등 국내외 유명 사진가들의 꼼꼼한 강의가 이어진다. 1강좌당 참가비는 5만원이다.

아마추어 사진가 실력 늘릴 기회

김영수 위원장은 “2011년을 목표로 외국 사진가나 세계적인 큐레이터도 찾을 수 있는 국제적인 사진 행사”로 키울 생각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진가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월 하면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 동강의 어라연, 별마로천문대, 고씨동굴 등 손에 꼽히는 수려한 풍경이 있다. 여행도 하고 사진 공부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문의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370-2227, 2009 동강국제사진제 운영위원회 서울사무소 (02)3673-1006.

이상일 <메멘토모리>
이상일 <메멘토모리>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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