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일) 밝은 색상의 아웃도어 차림으로 북한산을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갈수록 치열해지는 아웃도어 기능 경쟁…최첨단 기술과 함께 MP3 포켓 등 트렌드 반영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아웃도어 기능 경쟁…최첨단 기술과 함께 MP3 포켓 등 트렌드 반영도
지난달 독일 프리드리히스하펜에서 열렸던 ‘유럽 아웃도어 인더스트리 어워드’에서 골드상을 수상한 9개의 아웃도어 용품들은 새로운 기능으로 세계의 관심을 샀다. 의류, 슈즈, 백팩, 암벽장비, 캠핑장비,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아웃도어 제품은 실험적이면서 소비자에 대한 폭넓은 이해로 돋보였다. 가볍고 세련된 외관의 ‘엘리아’는 탈부착 기능을 단순화한 스위치로 만들어 여성들이 등산 헬멧을 사용하는 데 느꼈던 어려움을 간소화한 제품. 애견용 방수 백팩 ‘아쿠아 야크’는 동물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가방 내부를 건조한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제안했고, 재생가능한 친환경 소재 섬유를 사용한 ‘블루비치’ 침낭도 눈길을 끌었다.
브랜드별 소재 개발 경쟁도 뜨거워
아웃도어 제품은 ‘최첨단, 최고급 기능성’이라는 라벨을 붙여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결국 차별화된 기능성의 힘으로 소비자들의 아웃도어 활동을 돕는 것이 아웃도어 용품의 핵심인 까닭이다. 아웃도어 디자이너들은 다른 분야 디자이너들과는 태생적으로 다른 디자인을 추구한다. 등산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위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인체의 안전과 보호 기능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이를테면 급격한 기후 변화에도 아랑곳없이 36.5도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기능이 ‘아름다운 것’을 디자인해내는 것보다 우선한다. ‘라푸마’의 이재호 디자인 실장은 “아웃도어 디자인은 모든 순간마다 명백한 이유가 있어서 더욱 매력적인 작업이다. 왜 이 소재를 써야 하는지, 왜 이 부위에 이렇게 재단을 넣어야 하는지 아주 작은 것에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동네 뒷산이냐 안나푸르나이냐에 따라 수천 가지 퍼포먼스가 생기고 이를 위한 기능성이 따라간다”고 설명한다.
아웃도어 제품의 기능성은 예측 불가능한 자연환경의 변화무쌍함과 이를 극복하려는 첨단 기술, 그 양날에 새겨진 긴장감에 의해 구현됐다. ‘코오롱 스포츠’의 정행아 디자인 실장은 “산이라는 환경은 변화무쌍하다. 밤이 되거나 휴식을 할 때는 체온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데 맞춰 레이어링(layering)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레이어링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그간 아웃도어 웨어나 등산화 등은 일단 소재 싸움에 사활을 걸어왔다. 야외활동을 고려한 흡속, 속건, 스트레칭성 소재의 기능성 섬유들을 앞다퉈 개발해온 것이다. 내구성, 경량성, 보온성 등이 계절과 디자인 트렌드에 따라 경쟁하듯 우선순위를 다퉜다.
방수나 냉열 소재 섬유, 배터리식 발열 조끼 등이 여전히 친숙한 아웃도어의 기능을 보여주지만 최근엔 브랜드마다 나름의 기능성 소재를 개발하려는 경쟁도 뜨겁다. ‘블랙야크’는 고어텍스 원단을 응용한 ‘고어텍스 HTP’를 스노복 제작에 사용했고 ‘컬럼비아’는 ‘옴니 실드’라는 가공 작업을 개발해 음식물을 흘렸을 경우에도 쉽게 오물질이 지워지는 정화 기능을 더했다. 엎어져도 안 찢어지고, 추워도 안 얼어죽는, 이른바 ‘고생방지’용 아웃도어들이 전문 산악인들을 위해 존재한다면 최근 방수 기능을 자랑하는 ‘고어텍스’ 소재의 재킷이나 발의 자극을 최소화하는 모노랩 솔이 달린 ‘로바’ 등산화는 기능성보다는 매력적인 기호품으로서의 패션 기능을 중요시한다. 미군 군복이 ‘고어텍스’ 소재로 제작될 만큼 이 소재는 극한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지만 최근 ‘고어텍스’ 소재는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고급 아웃도어 룩의 대명사가 됐다.
비단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어텍스’ 소재를 수입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국내외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나름의 소재를 개발·응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기능성 소재가 결국 아웃도어 제품 디자인의 질과 디자인 경량화에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열판을 가슴에 넣는 것보다 신기술의 전도성 섬유로 재킷을 제작할 경우 무게감 없이 더 나은 디자인으로 발열 기능을 가질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아웃도어 제품 마니아라 할 만한 직장인 이진수(30)씨의 경우엔 속옷부터 아웃도어용 제품을 고집하고, 옷 부위별 소재를 체크할 정도다. 땀이 많이 나오는 겨드랑이 부분은 좀더 흡수가 잘되는 소재를 쓰고 암벽을 오를 때 움직임이 큰 만큼 무릎이나 어깨에 내구성이 있는 소재가 쓰였는지 확인한다. 이씨는 “등산화의 경우에도 밑창 조성 성분이 다 다르다. 수입 브랜드를 살 때는 국내 지형에서 잘 미끄러지는 신발은 아닌지 기능을 체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아웃도어의 기능성은 도시문화, 일상문화와의 연결 지점을 찾는 데까지 확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산 정상에 오르게 하는 것이 아웃도어 제품의 목적이 아니라, 평소 소비자의 문화적 기호와 습관을 아웃도어 활동에서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관심이 모이고 있다. ‘코오롱 스포츠’의 정행아 디자인 실장은 “몇해 전부터 아웃도어 점퍼 내에 아이팟이나 엠피스리(MP3) 기기를 넣을 수 있는 포켓을 만드는 등 디테일한 기능성 제품에 젊은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최근에는 무선인터넷 기능까지 점퍼 안에 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니아는 속옷부터 아웃도어용으로
1970년대 국내 아웃도어 장비 제작의 장인으로 불리던 산악인 김수길씨는 미군에서 쓰이던 야전용 장비뿐이던 시절 스스로 두들겨 등산 장비들을 제작했다. 지금도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기능성 테스트를 위해 산 높은 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전문가에게 제품을 후원해 제품 테스트를 실행한다. 기능을 개선해 달라는 피드백이 있을 때마다 기능을 업데이트해 새로운 디자인에 녹인다.
글 현시원 기자 qq@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아이팟 연결이 가능한 케이블과 전용 이어폰이 내장되어 있는 ‘코오롱 스포츠’의 고어텍스 재킷.
이제 아웃도어의 기능성은 도시문화, 일상문화와의 연결 지점을 찾는 데까지 확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산 정상에 오르게 하는 것이 아웃도어 제품의 목적이 아니라, 평소 소비자의 문화적 기호와 습관을 아웃도어 활동에서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관심이 모이고 있다. ‘코오롱 스포츠’의 정행아 디자인 실장은 “몇해 전부터 아웃도어 점퍼 내에 아이팟이나 엠피스리(MP3) 기기를 넣을 수 있는 포켓을 만드는 등 디테일한 기능성 제품에 젊은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최근에는 무선인터넷 기능까지 점퍼 안에 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땀이 고이지 않게 하는 속건 기능을 갖춘 아웃도어 속옷 제품(맨 왼쪽). 감각적인 디자인에 발열 기능을 갖춘 ‘노스페이스’ 상의(가운데). 트렌치코트형 고어텍스 재킷, 사파리형 재킷 등 캐주얼 아이템의 디자인 모티브를 접목한 ‘라푸마’ 도시형 재킷(맨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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