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등산용품들과 옷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기능·디자인 급속도로 진화하는 아웃도어 시장
바람막이·다운점퍼 등 젊은층 일상까지 공략
기능·디자인 급속도로 진화하는 아웃도어 시장
바람막이·다운점퍼 등 젊은층 일상까지 공략
“10대에 산을 알았고 산에 미치기 시작했다. 20대에 산의 맛을 알았다. 30대에 산의 높이를 알았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아웃도어 패션 디자이너 임덕용씨의 회고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는 자서전 <내 DNA는 불가능에의 도전>에서 “60년대 말과 70년대 초 보기 어렵던 외국 잡지에서 독일 등산 장비업체 살레바의 장비를 보았다. 그 장비를 가지고 등반하고 싶은 열망은 내 미친 날의 열정이었다”라고 적었다. 임 디자이너를 처음 산으로 이끈 것은 아웃도어 장비의 매혹적인 이미지였다. 약 2조원대로 추산되는 한국 아웃도어 시장은 새로운 디자인의 변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패션 영역이다. 다가오는 가을, 산행을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최근 아웃도어 웨어 트렌드를 분석했다. ‘신경써라, 산에도 시선이 있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광고 카피는 최근 아웃도어 트렌드를 명쾌하게 보여준다. 아웃도어는 더이상 산봉우리에 올라가는 데 필요한 도구나 준비물이 아니다. 근래 아웃도어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패션이자 유행 아이콘이다. 이런 아웃도어의 경향은 젊은 패션감각을 추구하는 ‘다운에이지’(Down-age)로 대변된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아웃도어 웨어는 등산을 즐기는 일부 중장년층에 한정되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최근 아웃도어 영역이 스키, 산악자전거, 암벽등반, 스노보드 등의 다채로운 레저스포츠로 확장되면서 젊은층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기존 아웃도어 웨어의 틀을 깨고 있다. 중·고딩 교복 된 바람막이 점퍼 몇 해 전부터 중·고등학생들에게 교복 위에 걸쳐 입는 필수품이 될 만큼 인기를 끈 ‘노스페이스’ 바람막이 점퍼가 ‘엣지’ 있는 아웃도어의 선두 격이었다면, 이미 출시돼 판매중인 ‘컬럼비아’의 경량 다운재킷은 올해 파스텔 네 가지 색상으로 확대된, 야심찬 신참 격이다. ‘노스페이스’의 마케팅팀 황우순씨는 “바람막이 점퍼가 획기적으로 인기를 끈 이후에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는 아이템을 디자인하려고 한다. 자전거 탈 때나 여행 갈 때, 캠핑 등 일상과 아웃도어의 경계에서 다양하게 입을 수 있는 젊은 감각의 옷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수입 브랜드인 ‘노스페이스’, ‘컬럼비아’, ‘라푸마’ 등은 80% 이상의 디자인을 국내 소비자들의 체형과 선호하는 컬러, 형태에 맞게 자체 디자인한다. 다운에이지 경향은 비단 20~30대를 위한 아웃도어 제품을 생산하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중장년층을 위한 아웃도어 웨어도 밝은 색채 감각, 좁은 품새 등으로 변화했다. 중장년층을 실질적인 구매 타깃으로 삼는 ‘코오롱스포츠’는 ‘달걀보다 더 가벼운 재킷’이라는 슬로건으로 초경량, 슬림한 핏의 상·하의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직 등산복 위주의 시장이 우세인 국내에서는 경량 아웃도어가 40~50대 중장년층에게 크게 어필한다는 전략이다. ‘코오롱스포츠’의 정행아 디자인실장은 최근 아웃도어 웨어가 결코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의상임을 강조한다. “산이라는 환경을 고려해 보호색 개념의 강렬한 비비드 컬러를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색의 다양화를 넘어, 다가오는 시즌 일상복의 트렌드 컬러를 거의 동시로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강렬한 색채나 무늬 대신에, 회사에 입고 가도 괜찮은 캐주얼한 느낌의 상·하의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끈다. ‘라푸마’ 또한 이번 가을 트렌치코트형 고어텍스 재킷, 사파리형 재킷 등 캐주얼 아이템에서 따온 디자인 모티브를 접목한 제품을 대거 출시했다. 에베레스트까지는 아니지만, 국내 산이라면 빼놓지 않고 찾는다는 김혜영(56)씨도 점퍼, 가방, 로프 등 아웃도어 이미지에 매혹당한 것은 등반가이기도 한 임덕용 디자이너와 비슷했다. 산의 근엄하고 신비로운 풍채뿐 아니라 산을 오르는 자신의 풍채에 남다른 기쁨을 느끼면서 즐거운 산행을 꿈꾸는 것이다. 그는 “검은색 펑퍼짐한 점퍼는 이제 입지 않는다. 등산할 때 주변을 둘러봐도 산속 패션쇼 같다. 디자인이 예뻐 동네 산책을 나설 때도 아웃도어 웨어로 외출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다운에이지, 하이브리드가 화두 최근 국내 아웃도어 트렌드는 아웃도어 웨어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세계적인 패션쇼 ‘유러피언 아웃도어 트레이드 페어’의 흐름을 바짝 쫓고 있다. 7월 중순 독일에서 열린 행사에는 디자인이나 기능 면에서 두 가지 이상의 특색을 혼합하는 ‘하이브리드’가 화두로 내걸렸다. 쉽게 말해 방수·발열 등의 기능성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결합하는 흐름을 일컫는다. 아웃도어 샌들 브랜드인 ‘테바’, ‘킨’의 제품은 하나의 신발에 탈부착을 통해 트레킹에서 러닝 샌들로도 신을 수 있다. 있는 기능을 다 보여줘 과시하는 대신 세련된 디자인 무게중심을 실었다. 산행의 계절이라 할 가을의 문턱에서 최근 속속 선보이고 있는 가을 신상품도 마찬가지다. ‘컬럼비아’의 신제품 점퍼도 보라색, 노란색, 하늘색 줄무늬를 배치하는가 하면 팔꿈치와 좌우 색상을 다르게 한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기존 아웃도어의 미감 그 이상을 보여준다. 이미 ‘아크테릭스’, ‘컬럼비아’ 등 등산백 측면과 바닥에는 패딩이나 안주머니가 삽입되어 있어 등산용품뿐 아니라 노트북을 안전하게 넣고 다닐 수 있는 이중 효과가 장점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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