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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빠진 차가 거리에 없는 이유

등록 2009-09-16 19:03수정 2009-09-16 19:14

폴크스바겐 유리공장. 폴크스바겐 제공
폴크스바겐 유리공장. 폴크스바겐 제공
[매거진 esc]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싸게 만든 국산차 이미지 탈피한 신차 디자인…공장 정상화로 생산·판매 늘어났으면
새로운 디자인이 달려온다. 새로운 자동차들이 마구 몰려오고 있다. 지엠대우 마티즈를 비롯, 기아 쏘렌토R, 르노삼성 SM3, 현대 투싼ix 등 전에 없던 신차가 풍년이다. 얼굴과 엉덩이를 바꾼 부분변경이 아닌, 완전히 새로 만든 신형 자동차로서 보는 족족 디자인이 참 좋다. 이제 대한민국의 자동차 디자인을 세계적이라 해도 전혀 자화자찬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우리의 자동차 디자인에 호평을 던지기 때문이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경차라는 체급이 무색할 정도로 역동적인 몸매를 갖고 있다. 통통한 경차에 그렇게 빠른 속도감을 표현한 차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뒷문짝을 여는 도어핸들까지 유리창 뒤로 숨겨서 마치 3도어 해치백처럼 보이게 했다. 실내 계기반은 바이크의 그것처럼 디자인해서 젊고 역동적인 열정이 불끈 솟는다. 70마력짜리 엔진은 그저 그렇지만, 디자인은 박진감이 철철 넘친다. 그냥 경차가 아니라, 멋진 경차를 탄다는 자부심이 생기는 디자인이다.

현대 투싼ix도 매력적이다. 야무진 몸에 당찬 엉덩이, 개성 넘치는 얼굴까지 지닌 역작이다. 꼼꼼하고 멋스러운 실내는 일제 수입차 이상이다. 호쾌하게 치고 나가는 디젤엔진은 독일제 수입차 부럽지 않다. 항간에는 ‘가격까지 수입차 수준’ 이라며 비트는 이도 있지만, 투싼의 가격은 저렴한 수입차 수준일 뿐이고, 그 이상의 가치가 분명히 있다. 싸게 만들어 저렴하게 파는 국산차가 아니라는 얘기다.

디자인을 통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최신작, 쏘렌토R는 독일차처럼 치밀하게 정리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에서 맹활약했던 디자이너, 페터 슈라이어의 솜씨가 짙게 배어 있다. 그가 처음부터 주장했던 ‘직선의 단순화’는 이런 것이었다. 꼭 필요한 직선만 남겨서 단순하게 정리하는 것. 그래서 쏘렌토R는 시원스런 직구로 승부하는 정통파 투수처럼 자신감이 넘친다. 커브나 슬라이더 등의 구불구불한 기교가 이 차엔 없다. 실제 시승에서도 쏘렌토R는 독일제 스포츠실용차(SUV)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잘 나가고, 잘 돌고, 잘 섰다. 이렇게 잘 만든 차가 나온 지 5개월이 지났는데 길에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 차라면 전염병처럼 퍼져 나갔어야 하는데 말이다.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장진택의 디자인 옆차기
이유는 직접적인 곳에 있었다. 파업 때문에 생산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거였다. 그 때문에 주문이 많이 밀려서 지금 계약해도 두 달 반 정도 기다려야 한다. 제아무리 끝내주는 디자인도 파업 앞에서는 솜사탕보다 힘이 없다. 그래서 말인데, 파업 방지를 위한 디자인은 없을까. 디자인이 파업을 해결할 수 없느냔 말이다. 먹먹한 머릿속에서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 반짝거렸다. 문득 독일 드레스덴에 있는 폴크스바겐 유리공장(사진)이 생각난 것이다. 사진에 보이는 투명유리공장이라면 지저분한 파업은 없을 것 같다. 폴크스바겐 페이튼을 만드는 이 공장은 가동을 시작한 2001년부터 파업이 없었다. 여기까지, 파업을 몹시 걱정하는 어느 디자인 칼럼니스트의 철없는 해법이다.

장진택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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