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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숲이 내게로 왔다

등록 2009-10-07 18:51수정 2009-10-10 18:08

가을 숲이 내게로 왔다
가을 숲이 내게로 왔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가을을 가을답게 즐기는 가장 눈부신 방법은 숲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숲 안에 다 들어 있다. 빛도 어둠도, 청춘도 사랑도 가득하다. 가을 숲에 드는 순간 다 반짝인다. 우수수 흩날리는 나그네도, 바스락거리는 연인도, 푹신하게 둘러앉은 가족도 깨끗한 빛을 발한다. 숲이 가을에 더 아름다운 건 이렇게 눈부신 여러 길들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창문 맑은 날 하루 찍어, 마음 둔 이 손 잡아끌어 가까운 숲으로 들어가 보라. 여름내 얽히고설켰던 나무들, 비워내고 털어내는 인연들, 쌓이고 젖어 함께 내디딜 때마다 향기로워질 터다.

가을 숲이 내게로 왔다
가을 숲이 내게로 왔다
등산보다
산책이 어울리는
깊은 향의 가을 숲
천천히 걷고
조용히 귀기울여 보길

가을빛이 막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때다. 정상을 향해 치달아 올라가는 ‘등산’이 아닌, 숲과 길을 즐기는 숲 탐방을 해보자. 가을은 단풍놀이, 단풍산행, 붉게 타오르는 산줄기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까운 공원 숲에서도, 이웃한 마을 숲에서도 저마다 가을빛을 내뿜는 나무들이 있고 또 낙엽이 쌓인다. 가을 향기는 어느 숲에서나 짙고 그윽하다.

수목원·휴양림이 아름답기로 최고

숲길이 아름답기로는 수목원·휴양림이 첫째다. 너무 흔하게 보고 들은 것들이라, 멋진 숲과 숲길은 따로 있는 줄 아는 이들도 있다. 수목원·휴양림이야말로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숲을 즐기며 쉬도록 가꿔놓은 정말 멋진 휴식처들이다. 이런 곳엔 크고 작은 물길이 딸려 있고, 물길을 따라 이어진 길고 짧은 산책로들은 붉고 노란 가을 이파리들을 품고 있다. 쉼터와 간이의자, 안내판들을 곳곳에 배치해 놓아, 눈·귀 열고 오래 머물며 숨쉬기 좋다.


휴양림 하면 통나무집, 통나무집 하면 하룻밤 숙박을 떠올리겠지만, 휴양림 숲도 꼭 묵어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휴양림이 매달 초 다음달치 숙박 예약을 한꺼번에 받는 까닭에 예약도 쉽지 않다. 휴양림에선 그날그날 당일 입장객도 받는다. 한나절 숲길을 거닐고 물소리 듣고 오기에 이만한 곳도 드물다.

가을 숲이 내게로 왔다
가을 숲이 내게로 왔다
날짜·시간을 정해 숲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많다. 대부분의 휴양림·수목원들은 침엽수·활엽수 등이 고루 분포하고 아름드리 거목도 즐비하다. 휴양림은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곳(37곳·국유림), 자치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곳(59곳·공유림), 개인이 운영하는 곳(17곳·사유림)으로 나뉜다. 산림청 홈페이지(www.foa.go.kr)에 들어가면 국내 전체 휴양림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각 단체들이 진행하는 숲 탐방 행사에 참가하는 것도 숲을 제대로 만나는 방법이다. 일부 지자체들과 환경·생태·숲을 보전하고 가꾸는 데 힘써 온 단체들에선 정기적인 숲 탐방 행사를 벌인다. 이런 단체들은 여러 해 동안 행사를 진행하면서 쌓아온 각 지역 숲과 특징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이런 행사들에 참가하면 호젓한 분위기는 덜하지만, 무엇보다 숲을 즐기는 법을 알고, 체계적인 자연공부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전문가의 안내를 받아 숲길을 거닐면서 나무와 꽃의 이름과 특징, 숲의 가치, 숲의 순환과정 등을 배운다. 알고 나면 숲이 달라 보인다.

좀 멀리 떠나 물 맑은 골짜기를 낀 숲길 따라 호젓한 트레킹도 즐겨볼 만하다. 높은 산꼭대기까지 기어오를 필요는 없다. 큰 산은 대개 그 발치에 평탄하고 울창한 숲길과 깨끗한 물길을 갖춘 곳이 많다. 이런 곳엔 대개 선인들의 발자취가 서려 있어, 숲길 산책을 한결 풍성하게 해준다.

숲 즐기기에 대해 말할 때 전문가들은 ‘걷기에만 치중하지 말 것’을 한목소리로 권한다. 운동만을 위해 숲에 들어오지 않은 바에야, 천천히 걷고 두리번거리며 눈과 귀를 열어두라는 것이다. 자주 쉬면서 빈둥거릴수록 새소리, 바람소리, 도토리 떨어져 구르는 소리가 해맑게 들리고, 몸을 낮출수록 쑥부쟁이 삼색 물봉선이 또렷이 눈에 잡힌다. 숲의 소리와 빛, 향기는 세상 풍파를 견디느라 억세진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이리저리 떠밀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정상 정복보다 중요한 건 자연과의 교감

생명의숲 정경희 간사는 “숲을 체험하고 즐기기 위해선 정상을 향해서만 치닫는 기존의 ‘등산’ 개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과 교류·교감하는 통로로서의 숲길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숲 안에서 사람은 ‘손님’이다. 식물·동물이 본디 주인인 숲 탐방길엔 손님이 갖춰야 할 예의와 주의점이 따라붙는다. 지당하고도 지키기 쉬워 보이는 말씀들인데도, 오랫동안 변함없이 강조돼 오는 것들, ‘하지 마시오’다. 숲해설가협회 문종오 사무처장이 숲 탐방에 앞서 늘 설명한다는 주의점을 요약하면 이렇다.

-길 아닌 곳으론 가지 마세요.

-꽃과 나무는 꺾지 마세요.

-산밤이나 도토리는 동물의 먹이이니 맛이나 보고 가져가진 마세요.

-체력을 생각해 무리해서 산길을 쏘다니지 마세요.

-날씨에 신경 쓰고 방한복을 챙기세요.

-그리고 제발 큰 소리로 떠들지 마세요.

숲 탐방 함께 떠나요

함께 떠나면 얻는 게 많아진다. 숲도 아는 만큼 보인다. 숲 탐방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곳들이다. 숲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서울시 숲체험여행 | 각 구청과 공원 등 19개 기관에서, 11월 말까지 주말마다 해당 지역 숲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안내·해설이 곁들여진다. 서울시청 자연생태과 (02)2115-7540.

⊙ 생명의 숲 | 홍릉숲의 사계(11월 말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무료·숲해설). 금산 산촌에너지캠프(10월24~25일·충청도민 무료·14일까지 신청). (02)3673-3236.

⊙ 숲과 문화연구회 | 10월17일(월악산 하늘재), 11월21일(운무산) 당일 숲 탐방. 참가비 3만5000원(차량·점심 제공). (02)745-4811.

⊙ 숲해설가협회 | 해마다 소년소녀가장·장애인 숲학교 진행. 연 2차례 숲해설가 양성교육(6개월) 진행. (02)747-6518.

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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