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 TX-1
[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중고 카메라 시세도 오르락내리락할까? 당연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값이 변한다. 중고 카메라는 세월이 흐를수록 하향 곡선을 그린다. 특히 디지털카메라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값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단종된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걷잡을 수가 없다. 인기 없는 모델의 중고값은 폭락 수준이다. 내가 쓰고 있는 디에스엘아르(DSLR) ‘캐논 5D’의 경우 2005년 출시 당시 값이 400만원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220만원 정도면 새 제품을 살 수 있다. 지난해 9월 후속 기종인 ‘5D mark2’가 나오면서 값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깨끗한 중고도 160만원 내외면 살 수 있다. 딱 4년 만에 반값이 된 것이다. 그나마 ‘5D’는 꽤 인기가 있는 기종이라 꽤 오랫동안 지금의 중고값이 유지되고 있다. 필름카메라도 마찬가지, 디지털카메라가 필름카메라 시장을 대체하면서 값어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예를 들면 10여년 전에 70만원 가까이 주고 샀던 ‘니콘 F3’은 현재 20만원대로 폭락했다. 88 서울올림픽이 끝난 직후 ‘니콘 F4’에 대항하기 위해 캐논이 내놓았던 최고급 플래그십 모델 ‘EOS 1hs’를 단돈(?) 20만원에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디지털카메라가 대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중고 필름카메라 시장에서도 애지중지 보물 대접을 받는 카메라들이 있다. 사용자층이 두껍고 명기라고 이름값을 하는 카메라들은 값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중형 카메라의 ‘좌장’이라 할 수 있는 핫셀블라드는 거의 가격 변동이 없는 편이다. 라이카도 예전만 못하긴 하지만 오늘 100만원을 주고 1년쯤 열심히 쓰다 중고 장터에 내놓아도 크게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요즘 중고 장터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는 카메라가 있다. 후지필름에서 만든 135㎜ 필름을 사용하는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인 ‘TX-1’이 바로 주인공이다. ‘TX-1’은 일반 사진뿐 아니라 파노라마사진도 촬영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1999년 출시됐던 ‘TX-1’의 당시 신제품 가격은 45㎜ 렌즈를 포함해 20만5000엔, 지금 환율로 따진다면 약 250만원 정도 하는 비싼 카메라였다. 그런데 이 ‘TX-1’도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카메라의 위세에 눌려 2003년에만 해도 120만원에 깨끗한 제품을 살 수 있었다. 당시 파노라마로 촬영할 수 있다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에 거금을 들여 손에 넣었다. 그런데 ‘TX-1’을 쓰면 쓸수록 사용자가 많지 않아 알려지지 않았을 뿐 만듦새, 렌즈 성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저평가주’ 카메라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색깔만 다를 뿐 똑같은 디자인과 성능에 핫셀블라드라는 이름값 하느라 가격만 훨씬 비쌌던 ‘X-PAN’과 비교하자면, 더더욱 ‘TX-1’은 가격 대비 성능을 따져 보건대 흠잡을 데 없는 카메라였다. 핫셀블라드뿐 아니라 대형 카메라를 만드는 호스만(Horseman)에서도 ‘TX-1’의 튼튼한 몸체를 기본으로 삼아 3디(D) 스테레오 카메라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현재 일본에서 한국에 있는 ‘TX-1’을 웃돈을 주고 되사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카메라가 됐다. 현재 중고 장터 시세는 보통 160만원이 넘는다. 내가 살 당시 별매 액세서리였던 나무 손잡이가 5만원 정도였는데, 그것마저 15만원에 나오는 것을 봤으니 ‘급등주’가 따로 없는 셈이다. 조경국 월간 <포토넷> 기자[매거진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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