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의 맛은 고기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눅눅하지 않고 바삭한지에 좌우된다. 대가방의 탕수육.
[매거진 esc]
중국음식광·전문 요리사와 나눠본 중국요리 이야기…최근 본토 출신 요리사 늘어
중국음식광·전문 요리사와 나눠본 중국요리 이야기…최근 본토 출신 요리사 늘어
이달 23일은 상강(霜降)이다. 24절기 중 18번째다. 음력 9월로 ‘된서리가 내린다’는 말뜻처럼, 날씨가 추워지고 가을걷이가 절정에 달할 때다. 중국음식광인 블로거 다루인(Daruine·김재우)은 쌀쌀해지는 날씨를 따끈한 중국음식으로 견딘다. 발품 팔며 맛본 중국음식 정보가 블로그에 빼곡하다. 그에게 ‘탕수육 맛있는 중식당’ 정보를 묻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여경래(49·사진) 한국화교중식조리사협회장이 귀한 시간을 허락해, 자리에 함께했다.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방배동 중식당 대가방에서 중국음식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여경래 회장(이하 여): 화교 조리사 회원 수가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조사를 해봤더니 한국 중식당 조리사 중에 화교 출신, 중국 본토 출신, 한국인 출신 비율이 대략 3 대 3 대 4더군요. 예전에는 화교 아니면 한국 조리사였죠. 화교조리사협회 회원은 200여명쯤 됩니다.
중국음식 느끼하다 공식은 궁핍한 시절 생긴 오해
고나무 기자(이하 고): 대만이나 홍콩에 비해 한국 중식당 음식은 좀 느끼한 것 같습니다.
여: 한국에서는 중국음식이 느끼하고 기름지다고 알려져 있지만, 중국, 대만에서는 해산물도 많이 이용하고 튀기기보다 쪄서 음식을 많이 합니다. 더 담백하죠. 최고의 요리는 많이 가공한 것보다 원래의 (재료) 맛을 살린 것이죠. 한국에서 1950~60년대는 중국음식을 많이 접하지 못했죠. 전후였으니까. 그땐 튀기면 양이 많아 보인단 말이죠. 게다가 고기도 많이 못 먹을 때니까. 튀기면 푸짐하고 맛도 있기 때문에 튀김을 많이 한 거죠.
블로거 다루인(이하 다): 전 1966년생인데요, 제가 자라던 1970년대엔 중국집에서 먹는 요리가 한정돼 있었어요. 깐풍기, 탕수육, 난자완스 정도였죠. 사람들이 중국요리의 방대함을 모르는 거죠. 안 먹어봤으니까요.
여: 참고로 중식당의 수준을 판단할 때 깐풍기로 기본기를 판단하는 게 편합니다. 잘 만든 깐풍기는 소스 맛이 좋고 바싹 튀겨져야 하죠. 그런 면을 판단하기에 깐풍기가 제일 좋아요. 잘못 버무리면 금방 눅눅해집니다. 고: 요새 한국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궈바러우(鍋巴肉), 양꼬치, 훠궈(火鍋) 같은 중식들 드셔보셨어요? 여: 궈바러우는 동북식은 아니고요. 중부 지역 산시성식입니다. 찹쌀을 넣어 바삭하다고 하더군요. 저도 몇 번 먹어보긴 했는데요, 참고로 찹쌀 안 넣어도 바삭하게 할 수 있습니다. 튀김옷 만들 때 계란을 넣지 않고 전분과 물로만 반죽을 하면 바삭해집니다. 훠궈는 사천식이고 양꼬치는 동북 사람들과 만주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그러나 고급 음식이라기보다 서민적인 음식이죠. 북경식이 제일 고급이고, 그다음으로 광둥요리가 고급으로 대접받죠.
다: 원래 성남에 있던 ‘진영관’에 추억이 있어요. 집이 성남입니다. 오래 살았죠. 어느 날 뒷골목을 지나가다 허름한 중국집을 발견했어요. 넓지도 않은데 원탁이 있더라고요. 요리도 많지 않고 탕수육, 오향장육, 물만두만 하더군요. 식사류는 면이 없고 짬뽕밥 정도만 있고요. 탕수육을 먹었는데 굉장히 맛있더군요. 지금은 양평으로 옮겼죠. 맛을 잊지 못해 이번에 추천도 했고, 저도 종종 찾습니다. 저는 주로 화상(화교)들이 요리하는 중식당을 찾아다니는데, 대부분 3대를 못 넘기더군요.
여: 오늘 아침에도 요리 안 하겠다는 아들한테 요리사도 나쁘지 않다고 설득했어요. 저 같은 경우 부득이하게 시작했어요. 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셨고 당시 한국에서 화교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으니까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땐 조리사라는 말도 없었어요. 그냥 “주방에서 일한다”고 했죠. 지금은 노력만 하면 나쁘지 않은 직업이 됐어요. 집사람은 충청도 출신 화교인데 어려서부터 중식당을 했던 걸 싫어해서 아들이 요리하는 걸 반대하죠. 사실 중식당 운영하는 화교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짱깨’라는 말이에요. 마치 한국 사람들이 일본 사람한테 “조센징”이라는 말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죠. “짱깨 하나 주세요” 그러면 안 파는 요리사도 있습니다.
고: 1950년대에 디노미네이션(1953년 100원을 1환으로 바꾼 통화 개혁)이 있었습니다. 은행 거래보다 현금 보유를 좋아한 화교들이 타격을 입었죠. 중국음식점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음식값을 통제하기도 했습니다. 1970년대 미국이나 대만으로 한국 화교들이 많이 이주했다더군요.
여: 의무는 부담하지 않으면서 한국인의 권리만 달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세금 낸 만큼은 혜택을 같이 받았으면 합니다. 지금은 65살 이상 화교 노인들은 지하철 무료 이용권도 못 받고, 장애인 차량도 이용하지 못하죠.
고: 다루인 님은 언제부터 중국음식에 빠지셨어요?
다: 어려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좋아했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무조건 자장면을 시켜 먹었죠. 한마디로 중국음식을 먹으면서 큰 거예요. 다양하게는 못 먹었지만 오래 먹은 음식이죠. 2000년대 초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하며 자주 중국 식당을 찾았습니다. 저는 만두도 좋아하는데, 일반적인 중국 식당 중에 만두 잘하는 집 별로 없어요. 화교 식당에 가면 제대로 된 만두가 있었죠.
여: 만두를 씹었을 때 어떤 중식당은 고기소가 만두피와 떼어져 덜렁거리죠. 맛있는 만두는 씹었을 때 육즙이 터져나와야 하죠. 육즙을 만들려면 그냥 고기만 치대면 안 되고 고기 다진 데 육수를 섞어야 합니다. 예전엔 중식당 ‘시다’가 고기와 육수를 종일 힘들게 저었죠. 지금은 기계가 하지만.
고: 중국 본토 요리사들은 어떤 분들인지 궁금합니다.
여: 취업 알선 중개업자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오면 서너 달은 교육을 시킨대요. 본토에는 한국식 짬뽕이나 자장면이 없으니까요. 한 달에 120만~150만원쯤 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화교와 달리 그분들이 따로 모임은 없는 걸로 압니다.
고: 여 회장님은 고향이 어디세요?
여: 아버지는 개성에서 내려오셨죠. 6살 때 돌아가셔서 잘 모릅니다. 한국에 친척도 없고요.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자마자 산둥성으로 뿌리를 찾으려 찾아갔습니다. 배로 18시간이 걸렸죠. 제가 태어난 수원에 아버지를 안다는 화교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그분이 일러준 대로 자전거를 3시간 타고 가서 남아 있는 친척을 겨우 찾았죠.
음식 블로거들 식당과 협상하면 곤란해
고: 어떤 요리사는 미식가나 음식 블로거 가운데 요리를 제대로 이해하는지 의심스러운 분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요리도 모르면서 평가한다는 겁니다.
다: 블로그는 개인 미디어죠. 사실 음식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는 분도 있고 편견이나 아집이 있는 분도 있습니다. 또 블로거가 권력화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안 좋은 면이 있어요. 가령 블로거들끼리 키워주기식 교류를 하는 거죠. 또 어떤 음식 블로거들은 중식당에서 모임을 할 때 속칭 ‘쇼부’를 쳐요. 가령 10명이 3만원씩 회비 걷어 30만원어치 먹으면 되는데, 요리사에게 그 이상을 요구하는 거예요. 그런 사례를 꽤 많이 봤어요. 진정한 블로거라면 음식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그냥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주인이나 요리사와 교류가 있거나, 객관성을 유지하고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고 봐요. 어쩌면 저도 예전에 그렇게 했을지 몰라요. 맛집 블로거들이 좀더 신중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그저 ‘나는 오늘 ○○를 먹었다’고 일기 쓰듯 하는 게 맞죠.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여경래 한국화교중식조리사협회장
여: 참고로 중식당의 수준을 판단할 때 깐풍기로 기본기를 판단하는 게 편합니다. 잘 만든 깐풍기는 소스 맛이 좋고 바싹 튀겨져야 하죠. 그런 면을 판단하기에 깐풍기가 제일 좋아요. 잘못 버무리면 금방 눅눅해집니다. 고: 요새 한국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궈바러우(鍋巴肉), 양꼬치, 훠궈(火鍋) 같은 중식들 드셔보셨어요? 여: 궈바러우는 동북식은 아니고요. 중부 지역 산시성식입니다. 찹쌀을 넣어 바삭하다고 하더군요. 저도 몇 번 먹어보긴 했는데요, 참고로 찹쌀 안 넣어도 바삭하게 할 수 있습니다. 튀김옷 만들 때 계란을 넣지 않고 전분과 물로만 반죽을 하면 바삭해집니다. 훠궈는 사천식이고 양꼬치는 동북 사람들과 만주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그러나 고급 음식이라기보다 서민적인 음식이죠. 북경식이 제일 고급이고, 그다음으로 광둥요리가 고급으로 대접받죠.
쇠고기탕면.
게살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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