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의류브랜드 ‘위에스시’가 만든 헤드폰 오보에.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이어폰 시장 따라잡으며 패션 아이콘 등극한 헤드폰
지드래곤·박태환 등 스타 마케팅도 한몫
이어폰 시장 따라잡으며 패션 아이콘 등극한 헤드폰
지드래곤·박태환 등 스타 마케팅도 한몫
퇴근 시간 지하철, 짙은 회색 양복에 푸른색 넥타이를 맨 남자가 어깨에 가방을 메고 헤드폰을 낀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이 남자를 보고 든 생각은? ① 짙은 회색 옷에 푸른색 넥타이라니 패션 센스가 꽝이야. ② 양복에 헤드폰이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잖아.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봐. ③ 직장인이 헤드폰까지 들고 다니면서 음악을 듣다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봐. 어떤 음악을 듣고 있을까? ④ 내 남자가 아니면 관심 없다구. 10년 전만 해도 ‘뭥미’ 패션 ‘자율형’ 퀴즈에 정답은 없다. 무엇을 생각하든 당신 자유니까. 그렇지만 가장 알맞은 정답을 유추해볼 수는 있다. 직장인의 ‘필수 아이템’인 양복과 가방 말고 이 남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한 가지 다른 점은, 헤드폰이다. 10년 전, 아니 5년 전만 하더라도 가장 상식적인 답은 ②번이다. 이어폰도 아니고 커다란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거리에 다닌다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데, 양복에 헤드폰이라니. 영락없이 부끄러운 패션이다. 지금은? 다르다. ③번이라고 답했다면 당신은 제법 트렌드를 따라간다고 자신해도 좋다. 지금의 헤드폰은 똑같은 양복 차림의 평범한 직장인과 스타일이 있는 직장인을 구분하는 하나의 표식이고, 10대와 20대에게는 선글라스나 목걸이나 다름없는 스타일의 아이콘이자 패션 액세서리니까. 1980년대 헤드폰은 거실 텔레비전 옆에 자리잡은 아빠의 전축에 꽂혀 있던 삼촌 같은 기기였다. 전축만큼이나 부담스럽던 이 거대한 기기는 워크맨, 시디플레이어의 등장과 함께 이어폰에 밀려 늘 음반가게 이어폰 코너 한구석에서 먼지만 먹었다. 시간이 흘러 21세기는 엠피3 파일로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됐고, 휴대성이 강조되던 엠피3 플레이어에는 이어폰이 배필인 것처럼 여겨졌다. 이어폰이 지배하던 세상에 헤드폰이 등장하게 된 계기는 엠피3 플레이어의 질적 성장이다. 음질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엠피3 플레이어는 자기성찰을 통해 제법 음질이 좋은 기기로 변신했고, 어차피 매일 휴대용 기기로 음악을 듣는다면 더 나은 음질로 듣고 싶다는 이들도 늘어났다. 헤드폰 전문점 ‘헤드폰샵’ 김성진 대표는 “4~5년 전부터 헤드폰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고 2~3년 전부터 헤드폰의 대중화가 이뤄졌다”며 “국내 헤드폰 시장은 일본을 따라가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복합 문화쇼핑 공간 핫트랙스 디지털명품존 황범준 과장도 “5만원대 중고가 제품 판매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고음질 제품의 헤드폰 역시 15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많이 출시된다”고 말했다. 헤드폰 제조사는 크게 둘로 나뉜다. 유럽과 일본이다. 독일 젠하이저와 오스트리아 아카게(AKG) 등 유럽 헤드폰 브랜드가 음질에 역점을 두고 성장해왔으며 지금도 그 고집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면, 일본은 음질뿐 아니라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시장을 키워왔다. 일본 브랜드 오디오 테크니카가 대표적이다. 적당한 음질에 대중적인 디자인, 저렴한 가격대 등을 고루 갖춘 오디오 테크니카의 헤드폰은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 대표는 “높은 가격대에 걸맞은 뛰어난 음질을 지닌 유럽 브랜드 헤드폰 제품은 일정한 헤드폰 마니아 사이에서 꾸준히 소화되고 있는 반면, 일본 브랜드 헤드폰 제품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헤드폰이 대중적인 기기를 넘어 스타일 아이콘이 된 데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하나는 아이팟, 또 하나는 여성이다. 간결한 디자인의 아이팟은 휴대용 기기 디자인의 새 장을 열었고, 빨주노초파남보 색색깔로 출시된 아이팟 나노는 그에 걸맞은 세련된 디자인과 화려한 색깔의 이어폰과 헤드폰에 대한 필요성을 극대화시켰다. ‘얼리어답터’ 콘텐츠팀 고진우 팀장은 “휴대용 기기의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단순한 디자인과 밝은 색상의 가벼운 헤드폰이 대거 출시되면서 헤드폰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국내에서 제작되거나 수입되는 헤드폰의 브랜드 역시 다양해졌다”고 밝혔다. 일본 헤드폰 ‘믹스 스타일’의 성장은 이러한 경향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음질은 뛰어나지 않지만 액세서리 소품 같은 디자인에 별 모양이 그려진 믹스 스타일 헤드폰은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단숨에 메이저 브랜드로 올라섰다. 판매처 역시 음반가게나 헤드폰 전문점이 아닌 옷을 파는 매장이나 생활소품 매장으로 넓어졌다. 스타 마케팅도 한몫했다. 헤드폰 트렌드의 선두에는 남성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있다. 헤드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그가 한 케이블방송에서 “지구에서 하나밖에 없는 헤드폰”이라고 소개한 미국 몬스터사의 ‘비츠 바이 닥터 드레’ 커스텀 헤드폰은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다. 이 헤드폰은 아직 국내 정식 수입업체가 없고 가격이 30만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구매 대행 등을 통해 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헤드폰은 머지않아 국내에도 정식 수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영선수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하고 나온 국내 브랜드 크레신의 ‘피아톤’ 헤드폰은 ‘박태환 헤드폰’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1. 오디오 테크니카 ATH-FC700 2. 데논 DN-HP1000 3. 파나소닉 RP-HTX7 4. 믹스 스타일 스타-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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