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액세서리 판매회사 <필름나라> 오프라인 매장.
[매거진 esc]
가격대만큼이나 기능도 다양한 카메라가방…사용 목적이 중요, 공간 여유도 잊지 말길
가격대만큼이나 기능도 다양한 카메라가방…사용 목적이 중요, 공간 여유도 잊지 말길
서른 살 직장인 김 대리는 고민이 생겼다. 그는 최근에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를 샀다. 카메라 세상에 폭 빠진 그는 낮이고 밤이고 끼고 산다. 회사에 갈 때도 집에 두고 갈 수가 없다. 행여 길을 걷다가 좋은 앵글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회사에 들고 갔다가는 부장한테 한 소리 들을 것이 뻔하다. 부장한테 들키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다닐 방법이 없을까 고민에 싸였다. 친구가 묘안을 알려준다. 가방이다. 카메라가방 ‘빌링햄(Billingham) 해들리프로(Hadley Pro)’, 까만색은 서류가방처럼 보인다. 김 대리의 가방 안에 카메라가 있는 줄 아무도 모른다.
비싼 가방은 수백만원 호가하기도
2004년 디에스엘아르 카메라 붐이 일어나면서 30, 40대 남성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카메라가방이 ‘빌링햄 해들리프로’다. 김 대리와 같은 속사정이 있는 이가 아니더라도 사진기를 처음 잡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카메라가방에 대해 고민에 휩싸인다. 카메라가방은 물과 바람, 강한 빛에 약한 카메라를 보호한다. 카메라 액세서리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국내에 수입된 유명 가방 브랜드만 해도 열두 가지가 넘고 국내 브랜드도 세 가지가 넘는 이유다. 유명세를 타지 않고 수입되거나 제작되는 가방의 수는 더 많다. 가격도 만원대부터 수백만원까지 다양하다. 이렇다 보니 내 카메라에 맞는 가방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몇 가지 원칙만 지킨다면 어려울 것도 없다.
300개가 넘는 카메라가방을 가진 여행사진가 박희준(40)씨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사용 목적이라고 말한다. “산사진을 찍기 위한 가방인지, 사진기자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뉴스 현장에서 필요한 가방인지,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가방에 넣을 장비보다 공간이 여유 있는 것을 고른다. 사진을 찍다 보면 더 큰 가방이 필요해지고 여권이나 각종 개인용품도 넣어야 한다. 방수가 되는 ‘레인커버’가 있는지, 애프터서비스가 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방 안의 칸막이 구조도 따져봐야 한다. 브랜드별로 가방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카메라가방은 모양과 메는 형식에 따라 파우치(Pouch), 숄더백(Shoulder Bag), 웨이스트팩(Waist Pack), 백팩(Back pack) 등으로 나뉜다. 파우치는 콤팩트 카메라나 소형 카메라를 넣기에 적당한 크기의 가방이다. 숄더백은 어깨에 메는 가방이다. 웨이스트팩은 허리에 차는 가방이다. 백팩은 그야말로 배낭이다. 교차로 메느냐, 바퀴가 달렸느냐에 따라 그 종류가 분화된다.
⊙ 인기 브랜드별 특징
● 빌링햄(Billingham) | 1978년 영국에서 만들어졌다. 처음 출시될 때와 같은 고전적인 디자인이 인기를 끄는 요인. 20만원이 넘는 고가지만 한국 시장에서 꾸준히 팔리고 있다. 서류가방 같은 디자인에다 정장과도 잘 어울린다는 점도 인기에 한몫을 한다. 빌링햄은 지금 숄더백만 있지만 내년에 백팩을 출시할 예정이다. 캔버스(특수천의 일종)에 고무를 코팅한 재질을 사용했기 때문에 강렬한 햇볕이나 폭우에도 강한 내구성을 지녔다. 최근 카본파이버(탄소섬유)로 재질이 바뀌었지만 다른 카메라가방에 견줘 여전히 내구성이 뛰어나고 카메라 수납에 편리하다.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고려해 만든 가방이다.
● 돔케 (DOMKE) | 생산된 지 25년이 넘었다. 1976년 필라델피아의 한 신문사 사진기자였던 짐 돔케가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사진기자들에게 인기 있는 가방이다. 돔케를 메고 행사장에 들어서면 기자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프레스취재카드를 만들어줄 정도였다. 밀착성이 뛰어나고 가볍다. 칸막이가 얇고 색이 단조롭다는 흠은 있지만 이동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카메라와 렌즈를 여러 개 수납하기에 좋고 튼튼하다. 사진 초보자나 프로 사진가 모두 환영하는 브랜드다.
● 로우프로(Lowepro) | 등산배낭을 만들던 로알파인(등산용품 전문 제조업체)에서 30여년 전 만든 가방이다. 현재 가장 대중적이다. 카메라 안에 칸막이 배치가 잘되어 있어 자신의 의도대로 배치를 바꾸기에 좋다. 가격대와 제품 종류가 다양해서 선택의 폭이 넓다. 비를 막는 레인커버가 가방에 장착되어 있다. 정장보다는 캐주얼한 옷에 어울린다. 산사진 전문가에게 편리하고 가격 대비 질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카타(KATA) | 영국 바이텍그룹이 2년 전 방탄복과 헬멧을 만들던 이스라엘 회사 카타를 인수해서 만드는 가방. 로우프로와 구성이 비슷하다. 가볍고 튼튼하다. 촬영 현장에서 신속하게 가방을 열 수 있는 구성이 돋보인다. 최근에는 편의 기능을 강화해 노트북 등도 넣을 수 있다.
● 싱크탱크포토(ThinkTankphoto) | 2005년 2명의 가방디자이너(더그 머독, 마이크 스텀)와 사진가 디엔 피츠모리스, 커트 로저스가 만들었다. 디엔 피츠모리스는 2005년 퓰리처상을 받은 베테랑 사진기자다. 상표에는 두 사람의 얼굴이 등장한다. 사진기자가 만든 가방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전문가용 가방이다. 급박한 취재 현장에서 가장 신속하게 사진 취재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사진 초보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 헤밍스(Heming’s) | 마구(말을 타거나 부리는 데 쓰는 기구)를 만드는 일본 장인들이 만든 가방. 삼단우산을 넣거나 부적을 넣는 주머니가 있을 정도로 꼼꼼하게 만든 튼튼한 가방. 소량 생산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흠. 작은 크기의 라이카 카메라나 소형 카메라에 적당하다.
● 크럼플러(Crumpler) | 최근 패션에 민감한 20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다. 색감이 화려하고 디자인이 세련되었다. 수납 공간이 작고 무거운 게 단점이다. 초기 모델은 가방 안 칸막이가 두꺼워서 카메라를 넣으면 모양이 무너졌다. 지금은 개선된 상태. 작은 카메라나 소지품을 넣고 다니는 데 적당하다. 캐주얼한 옷에 잘 맞는다.
●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 영국 바이텍그룹이 3년 전에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브랜드 계약을 맺고 만드는 가방이다. 잡지의 높은 인지도 영향이 크다. 주머니가 많고 수납 공간이 넓다는 장점은 있지만 기능이 단순하고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고 있다.
● 헤링본(Herringbone) | 2004년에 만들어진 국산 브랜드. 일명 소간지 가방. 배우 소지섭이 한 카메라회사 광고에서 메고 나와 인기를 끌었다. 서류가방과 비슷한 디자인. 정장과 캐주얼한 옷에 모두 어울린다.
● 탐락(Tamrac) | 70년대 후반 미국에서 만들어진 가방. 방탄조끼 소재로 사용하는 케블라가 가방 재질이다. 미국 국립공원이나 야생처럼 거친 환경에서 사진을 촬영할 때 좋다. 내구성이 뛰어나다.
● 아티잔 앤 아티스트(Artisan & Artist) | 디자인이 고급스럽고 실용적이라는 평을 듣는 일본 제품. 카메라를 메는 끈도 유명하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흠. 카메라 외에 엠피스리, 휴대전화를 넣을 공간이 잘 구성되어 있다.
● 매틴(Matin) | 1987년부터 제작된 우리나라 가방. 1만원에서 19만원대로, 과거 다른 가방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 초보자가 많이 사용했다. 최근에는 디자인의 다양화에 주력하고 있다.
● 텐바(Tenba) |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 브랜드. 방탄 소재인 불리틴(bulletine)을 사용해서 방수가 잘되고, 가볍고 튼튼하다. 돔케와 비슷한 구성. 사진기자가 만든 가방으로 클래식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카메라 보호 기능이 좋다.
이렇게 많은 가방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좀더 싸게 살 방법은 없을까? 필름나라 윤승훈(32) 대리는 그 비법을 알려준다. 서울 남대문·충무로, 부산 광복동 등에 있는 카메라가방 매장을 돌면서 눈으로 반드시 자신에게 맞는 카메라를 확인하고 온라인매장이나 오픈마켓에서 사는 것이란다.
지금 카메라가방은 진화하고 있다. 훌륭한 기능성은 기본이고 현대적인 감각과 사용자의 ‘아이덴티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가방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충무로에 있는 카메라가방 <카타> 매장(왼쪽). 카메라가방 <로우프로>의 ‘레인커버’(오른쪽).
(위부터) 빌링햄· 돔케·로우프로·카타
(위부터) 싱크탱크포토·헤밍스·크럼플러·내셔널지오그래픽·헤링본
(위부터) 탐락·아티잔 앤 아티스트·매틴·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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