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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등록 2009-12-23 19:19수정 2009-12-25 10:42

새벽 시간 탐앤탐스에서 잡지를 읽으며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성들.
새벽 시간 탐앤탐스에서 잡지를 읽으며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성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붐비는 저녁시간 만나 밥 먹고 맥주 한잔? 노!
대학생·자유직 중심으로 변하는 놀이·카페 문화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장기하와 리쌍이 이렇게 외친다. 또 이렇게 덧붙인다. “간단히 차나 한잔하자, 카라멜마키아토.” 그런데 ‘지금’은 투애니원 씨엘이 노래했던 ‘새벽 다섯시 반’.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근데, 우리 어디서 만나?”

술 없어도 잘나가는 클럽 부럽지 않아

‘약은 약사에게, 약속은 저녁 7시에’의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퇴근 시간은 출근 시간에 따라 얼마든지 변동 가능해졌고, 일은 저녁 시간이 끝나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교통지옥에 가까운 서울에서 행여 한강이라도 넘어야 하는 경우 저녁 7시 약속을 지키려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저녁 7시에 만나서 저녁 먹고 맥주 한잔하는 뻔한 이동 경로도 지겹다. 대안은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의 늦은 밤. 서로 일 끝내고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시간대다. 문제는 공간이다. 굳이 술을 마시지 않을 거라면 만날 곳이 없다는 것. 이럴 때 찾는 곳이 바로 24시간 영업을 하는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이다. 최근에는 “커피전문점에 있을 테니까 11시쯤 와” “10시 반에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나” 등 새로운 형태의 만남이 늘고 있다.

겨울밤은 맥도날드의 밤 시간 매출이 가장 좋은 시기다. 특히 추운 날 새벽에 마시는 핫초코 한잔은 기분까지 따뜻하게 해준다.
겨울밤은 맥도날드의 밤 시간 매출이 가장 좋은 시기다. 특히 추운 날 새벽에 마시는 핫초코 한잔은 기분까지 따뜻하게 해준다.

24시간 영업이 트렌드가 된 지는 꽤 됐다. 대형마트는 2003년부터 경쟁적으로 24시간 영업에 들어갔고, 골프연습장이나 헬스클럽, 미용실 등에서도 24시간 영업이라고 써붙인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은 2005년을 기점으로 24시간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여러 업체들이 서울 시내 주요 기점을 중심으로 24시간 영업점을 늘려갔고 지금은 전국적으로 350개가 넘는 매장이 쉬지 않고 돌아간다. 24시간 영업하는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의 대중화는 24시간 마트나 헬스클럽, 골프연습장의 대중화와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일정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닌 열려 있는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다. 문화는 열려 있는 공간에서 만들어진다.

커피전문점 탐앤탐스는 2005년 1월 로데오본점을 시작으로 24시간 영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5년 동안 24시간 영업 매장이 36개 매장으로 늘어나면서 주요 지점의 매장은 밤 시간대 ‘만남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탐앤탐스 이문희 대리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를 즐기는 이들을 중심으로 밤문화가 발달했고, 동시에 커피전문점 문화가 전파되면서 이 두 가지가 맞물려 자연스럽게 24시간 매장 영업을 시작하게 됐다”며 “스타벅스 등 외국 브랜드 커피전문점과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마케팅의 일환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시 탐앤탐스’를 주제로 진행된 사용자제작콘텐츠(UCC)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으로 뽑힌 장준우씨의 작품은 탐앤탐스의 공간적인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언제든지 누구든지 어디든지’라는 문구와 시간대별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리면서 누구나 자기 방식대로 공간을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겨울밤은 맥도날드의 밤 시간 매출이 가장 좋은 시기다. 특히 추운 날 새벽에 마시는 핫초코 한잔은 기분까지 따뜻하게 해준다.
겨울밤은 맥도날드의 밤 시간 매출이 가장 좋은 시기다. 특히 추운 날 새벽에 마시는 핫초코 한잔은 기분까지 따뜻하게 해준다.

맥도날드는 238개 모든 매장의 70%에 이르는 175개 매장이 24시간 영업중이다. 청담점이 2005년 4월에 24시간 영업을 시작한 1호 매장이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24시간 영업을 하는 매장이 있지만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맥도날드 류지은 대리는 “다른 국가에 비해 국내에서 24시간 영업이 활발한 편”이라며 “매년 ‘맥투나잇’ 캠페인 등을 진행해 고객들이 맥도날드의 24시간 영업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높다”고 말했다. 올해 진행한 ‘맥투나잇’ 광고에서 맥도날드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트렌디한 젊은 남녀로 가득 찬 클럽처럼 그려진다. 이 광고는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제 맥도날드는 지난달 구준엽과 함께 맥도날드 청담점 2층에서 400여명을 초대해 파티를 열기도 했다. 내부 인테리어도 공간의 측면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서서 먹는 편의점 문화에서 앉아서 얘기하는 카페 문화로

허니버터브레드는 낮 시간에는 식사 대용으로, 밤 시간에는 야식으로 잘 팔리는 메뉴다.
허니버터브레드는 낮 시간에는 식사 대용으로, 밤 시간에는 야식으로 잘 팔리는 메뉴다.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생겨난 새로운 새벽 풍경은 ‘서서 먹는’ 편의점 문화에서 ‘앉아서 얘기하는’ 카페 문화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모든 걸 다 갖췄지만 머무를 공간이 없고 차가운 음식을 주로 먹어야 했던 편의점에 비해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은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자리를 잡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새벽 시간에 알코올 아닌 음료를 마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제 새벽 시간에 친구들과 놀기 위해 억지로 술집에 맥주를 시켜놓고 앉아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지역별로 특유의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가 많은 강남 청담동과 압구정동 일대에는 새벽에 주로 일하는 작곡가 등 음악 관계자와 방송 관계자들이 주로 이런 24시간 영업점을 찾는다. 홍대 부근에는 20대 대학생과 프리랜서 디자이너, 작가, 뮤지션 등이 주를 이루면서 새벽 시간의 랜드마크 구실을 하고 있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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