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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청기는 끼셨쎄요~?

등록 2009-12-23 19:27

‘시금치 토르티야 파이’. 하이스코트 제공
‘시금치 토르티야 파이’. 하이스코트 제공
[매거진 esc] 하이스코트 킹덤과 함께하는 영업맨 사연 공모전




날씨가 추워지는 이맘때 늘 생각하는 분이 있다. 휴대전화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시절이었다. 유난히 추웠던 어느 날, 날씨 탓인지 마트에는 고객이 별로 없었다. 마트에 들어오는 할아버지 한 분을 발견했다. 난 그분의 관심을 끌려고 유도작전(?)을 시작했다. 화면이 크고 숫자도 크게 보이는 기종을 추천하며 말했다. “할아버님~ 이 기종은 화면도 크고 숫자도 크게 나와서요~ 할아버님께서 쓰시기에 편하실 거예요~.”

그러자 그분은 “나이 먹은 사람 취급한다”며 기분 나쁜 듯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어찌나 큰 소리로 호통을 치셨는지 당황해 힘이 쑥 빠졌다. 시간이 지나 할아버지는 다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이게 요즘 젤 잘 나간다”고 말해가며 설명해드렸다.(먼저 내가 추천한 기종이 노인들께 유용했지만 또 기분 나빠 할까 봐 추천 기종을 바꿨다) 할아버지는 한참 고민하시더니 결국 내가 처음에 추천한 기종으로 개통하셨다.

‘한 건 했다’는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날 할아버지는 멀리서부터 호통을 치며 다가왔다. “노인네들한테 괜찮은 거라며!” 이유인즉슨, 상대방 말이 잘 안 들린다는 것이었다. 어찌나 호통을 크게 치시던지 상담중인 다른 고객이 자리를 뜰 정도였다. 할아버지를 진정시킨 뒤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시험 통화를 했다.

그런데 웬걸? 아주 잘 들리는 게 아닌가. 시험 통화 중간에 할아버지를 바꿔 드렸다. 그런데 “전혀 안 들린다”는 게 아닌가. 볼륨을 최대로 키웠는데도 마찬가지였다.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할 수 없이 “잘 안 들리신다니 그냥 취소해드릴게요”라고 말씀드렸다. 그건 또 싫으셨던지 일단 마트에 가겠다며 자리를 비우셨다. 눈물마저 찔끔 나왔다. ‘사회생활이란 이런 거구나’라고 절감했다. 그때 할아버지가 다가오시더니 씩 웃으신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내가 보청기를 안 끼었지 뭐야~ 허허허.” “예……?!” 그걸로 상황 종료였다. 돌이켜보면 신입 신고식을 할아버지께서 톡톡히 마련해주신 셈이다. 보청기를 안 낀 채 “소리가 안 들린다”며 큰 소리로 화내시던 할아버지. 나의 첫 고객인 그 할아버지가 오늘처럼 추운 날이면 떠오른다.

박주연/서울 구로구 구로1동

◎ 안주 | 쿠킹노아 김은경 선생님이 추천하신 ‘시금치 토르티야 파이’는 시금치를 치즈, 소고기와 함께 구워 만든 요리입니다. 매콤한 칠리 소스와 함께 먹으면 느끼하지 않아 위스키 맛을 부드럽고 편안하게 해줍니다.


위스키 킹덤과 < esc >가 영업사원들의 애환과 성공담을 나눕니다. ‘영업사원의 생존전략’ ‘까칠한 고객과의 일화’ ‘목표 달성을 위한 좌충우돌 사연’ 등을 보내주세요. 매주 1분을 뽑아 50만원 상당의 킹덤 및 하이스코트 와인 세트와 골프 용품 세트를 선물로 드립니다. 자세한 응모 요령은 <한겨레>(www.hani.co.kr) 누리집에 접속해 esc 게시판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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