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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동 일대 노래방 습격사건

등록 2009-12-30 19:05수정 2010-01-02 12:05

노래방은 중대부중 학생들이 가장 사랑하는 놀이터다. 일부 노래방 운영자들은 청소년실을 따로 두는 등 학생 손님을 배려하고 있었다.
노래방은 중대부중 학생들이 가장 사랑하는 놀이터다. 일부 노래방 운영자들은 청소년실을 따로 두는 등 학생 손님을 배려하고 있었다.
[매거진 esc] 중딩 최고 놀이터 노래방 밀착취재…
우리도 어엿한 손님,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중대부중 학생들이 가장 많이 노는 곳으로 꼽은 게 피시방과 노래방이다. 어른들 사이에는 ‘불량스럽다, 건전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다수이다. 우리는 그 고정관념이 맞는지 보려고 노래방을 취재했다. 이전의 노래방은 주로 지하에 있어서 어둠, 술, 담배 등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학생들의 건전한 놀이문화를 위해 안팎이 서로 보이는 ‘청소년실’이 생기고 노래방 곳곳에 있던 담뱃재, 꽁초 등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덕에 노래방은 학생 손님 비중이 더 커지게 되었다. 중대부중 1학년 학생 60여명을 대상으로 주로 이용하는 노래방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약 30여명이 학교 근처 ‘케이투’(K2) 노래방을 뽑았고 그다음으로 ‘울트라모던2’ 노래방, ‘엠넷’(M-net) 노래방, ‘에스비에스’(SBS) 노래방을 순서대로 꼽았다. 학교에서 가까운 케이투 노래방과 울트라모던2 노래방을 심층취재했다.

쌓이는 포인트에 훈훈한 여가활용

울트라모던2 노래방은 가격이 저렴하고 아주머니가 친절해 학생들에게 각광받는 곳이다. 보통 노래방처럼 반지하임에도, 지하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노하우가 뭘까? 주인아주머니는 “아침에 1~2시간 정도 환기를 하는데, 보통 반지하와 달리 출입구가 2곳이어서 더 빨리 환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울트라모던2 노래방 아주머니는 아침마다 청소년들의 폐 건강을 위해 열심히 환기를 하신다. 이곳을 자주 찾는 중대부중 1학년 백혜민양은 “울트라모던2 노래방의 저렴한 가격을 정말 사랑하며, 조금씩 쌓여가는 포인트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한다. 2주에 한번꼴로 이 노래방을 찾는 백혜민양은 차곡차곡 많은 포인트를 쌓아 기본요금인 5000원을 내지 않고 포인트만으로 2시간40분 동안 노래방을 즐겼다고 말했다. ‘한 우물만 파라’는 말처럼 꾸준히 한곳에 다니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대부분의 노래방에서 이루어지는 포인트 적립도 울트라모던2 노래방에선 특유의 스타일로 변신한다. 보통 노래방에선 포인트 적립을 기계로 하는데 이곳에선 손글씨와 스프링노트로 이루어진다. 섬세한 이 노트 포인트 제도는 이름을 찾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었다.

다음으로 조사한 곳은 큰길에 자리잡아 안전성이 높은 케이투 노래방이다. 이곳은 쾌적한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노래방답게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어 더욱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1학년 김현정양은 시험이 끝난 후 주로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을 찾는다. 김현정양이 케이투를 찾는 이유는 환경이 쾌적하고 흡연 공간이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또 방 크기가 다양하고, 마이크가 무선이라 일행의 수와 관계없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다. 하지만 중학생이 자주 이용하기에는 한 시간에 1만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다.

케이투 노래방도 포인트 적립을 하지만 원활하게 적립받는 데는 조금 어려움을 느낀다. 가게 입구에 있는 데스크에 포인트 적립에 대한 안내가 붙어 있긴 한데, 눈에 잘 띄지 않을뿐더러 부연설명이 미약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중대부중 학생은 직원분이 왠지 무서워 보여 포인트에 대해 말도 못 꺼내고 나름 단골인데도 포인트 카드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시험을 보는 있는 중학생들. 한겨레 자료
시험을 보는 있는 중학생들. 한겨레 자료

흑석동에서 먼 노량진에 있음에도 생각보다 많은 중대부중 학생들이 선호하는 에스비에스 노래방과 엠넷 노래방은 조금 어두운 분위기로 처음 갔다면 삭막하고 무서울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다양한 인테리어의 방들이 무서운 분위기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반지하 구조로 인한 어두운 분위기다. 계단식으로 이루어진 방이 있는가 하면, 일반 가정집처럼 바닥에 장판이 깔려 바닥에 편히 앉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방도 있고, 다른 노래방처럼 의자에 앉거나 서서 부를 수 있게 꾸며진 방도 있다. 반면, 다시 오기 싫어지는 이유도 있다. 김지영양은 쌀쌀맞은 주인아저씨의 태도를 꼽았다. 누구나 자신에게 틱틱거리는 사람을 싫어하듯 어린 학생이라도 틱틱거리는 주인아저씨를 가까이하기 싫을 것이다. 이 의견에 대해 중대부중 1학년 오채현양은 “아무리 어린 청소년이라도 어른들보다 덜 대우받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동의했다.


보통 노래방 카운터에서 볼 수 있는 분들은 아르바이트생이더라도 청소년층 학생보단 대학생 이상 어른들이 많다. 그분들 중엔 중학생들에게 웃으며 친절히 대해 주는 분이 별로 없다. 학생 손님이라고 돈을 내지 않는 것도 아니고 어른들처럼 정당하게 돈을 내고 즐기다 가려는 것인데 툭툭거리는 분들이 적지 않다. 되레 청소년 손님이 어른들보다 나을 수도 있다. 어른들은 흡연과 음주로 자칫하면 방 안에 담배 냄새, 술 냄새, 혹은 음주로 인한 실수의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

공부, 외모, 친구 스트레스 한방에 뻥 날려!

박철진, 이수정 청소년 기자
박철진, 이수정 청소년 기자
눈치 보지 않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이어서, 아니면 조명이 좋아 사진이 예쁘게 나와서, 또는 노래 부르는 것을 너무 사랑해서 등 여러 이유로 노래방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많은 이유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공부뿐 아니라 외모, 대인관계 등에 의해 어른들 못지않게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꼭 스트레스를 푸는 곳이 노래방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용돈으로 생활하는 학생이라는 신분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신나게 놀 수 있는 노래방이 하나의 구원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청소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질풍노도의 시기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몰라 더욱 가능성이 많은 나잇대다. 어른들이 청소년의 건전한 놀이문화로 노래방을 받아들여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마친다.

글 박철진, 이수정 청소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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