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김신이 만든 <매시트포테이토>.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김신의 ‘꼬미꼬미’
배고픈 수습 요리사의 혀를 녹인 매시트포테이토
배고픈 수습 요리사의 혀를 녹인 매시트포테이토
내가 감자를 사랑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맛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전 주전부리를 쉽게 사 먹을 수 없었다. 가끔 종로 길거리에서 보던 토스트는 어린 식탐을 자극했다. 음식에 엄격했던 외할머니는 간식 투정을 할 때마다 감자를 쪄 주셨다.
일본 요리 유학 시절 처음 일했던 곳이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1990년대 초 ‘식당계의 격전장’이라 일컬어지던 도쿄의 가구라자카. 지금 많은 한국 블로거들이 “돌담길이 사랑스러워요”라며 “사진은 퍼가시면 안 되삼”이라고 찬사를 던지는 바로 그 예쁜 거리 구석에 ‘라비튀드’(L’habitude)라는 비스트로(편안한 분위기의 작은 식당)에 내가 있었다. 견습으로 불리는 접시닦이라 요리는커녕 프라이팬과 접시를 닦는 게 일의 전부였던 어느 날, 같이 일하던 열아홉 살 야마시타란 어린 친구가 말을 걸었다.
“기무상…고레, 다베테모 다이조부데스.”(김상, 이거 먹어도 돼요) 뭐라고? “한번 드셔 보세요”도 아니고 대뜸 “먹어도 된다”니…. 그가 내민 건 다름 아닌 으깬 감자(매시트포테이토)였다. 일본 주방은 인심이 박하다. 음식을 견습에게 주지도 않고 몰래 먹을 수도 없다. 항상 배고프던 나는 ‘소 안심이라도 맛보나’ 싶었으나 눈앞에 보이는 건 감자!(기껏 으깬 감자 한 국자에 생색은) 그러나 먹고 싶지도 않던 으깬 감자가 나를 요리사로 만들어 줬다.
접시 닦던 손을 행주에 훔치고 한 줌 떠먹은 야마시타의 감자는 사르르 녹았다. 버터와 크림이 만든 부드러움은 검은 흙 속의 감자를 구름 위로 올려놓았다. “어떻게 만드는 거니?” 야마시타는 그러나 내 질문에 짐짓 모른다며, 오너 셰프가 만들었다고 말을 돌린다. 요리는 배우는 게 아니라 훔치는 것이라 했던가. 그날 밤 이후 나는 바쁜 저녁시간, 설거지통에 쌓인 손님 접시에 남은 으깬 감자와(워낙 맛있어 묻어 있는 것도 별로 없었다) 소스를 몰래 닦아 먹기 시작했다.(더럽지 않다. 배고픈 유학 생활의 일상이다!) 그 맛이 혀와 머리에 기억되기 시작됐다. 지겹던 설거지가 즐거웠다.
매시트포테이토를 유명하게 만든 건 프랑스의 요리사 조엘 로뷔숑이다. 1980년대에 포스트 누벨 퀴진의 기수로 영국의 고든 램지, 뉴욕의 에릭 리퍼트 등 다수의 스타 셰프를 양성한 이른바 ‘요리사의 요리사’. 25개의 <미슐랭 가이드> 별점 레스토랑을 보유한 조엘 로뷔숑의 음식 철학은 의외로 “심플리 프렌치”(simply French)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조리 방법을 추구한다. 인구 10만도 안 되는 시골에서 태어났기에 재료 본연의 맛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찍 깨달은 건 아닐까? 조엘 로뷔숑의 매시트포테이토를 당신도 만들 수 있느냐고? 당연히!
올리브 앤 팬트리 주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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