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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 좀, 팔로 좀

등록 2010-03-17 19:06

[매거진 esc] 곰사장의 망해도 어쩔 수 없다
음반 제작업을 시작했을 무렵, 원활한 음반 생산을 위해 맞서야 했던 것 중 하나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이었다. 일찍이 나도 식음을 전폐하며 몰두한바,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가 묘사한 상황을 몸소 구현했던 적이 있었기에 그 폐단을 알던 터에 임직원 및 뮤지션 일동에게 이를 엄금하였다.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우리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었을 테니, 인디 음악계 전체를 봤을 때는 게임 할 시간에 만들어졌어야 할 노래들이 음반 십수개 분량은 나왔을 테다.

그리고 이 무시무시한 녀석도 이제 끝물이다 싶을 최근, 비슷한 자질을 가진 새로운 물건이 등장했다. 트위터라는 웹 서비스다. 최근 사용자가 느는 와중에 인디계의 여러 인물들도 잇따라 입문을 하고 있다. 별다른 흥미를 못 느끼고 이내 그만둬버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열띠게 활동을 하는 몇몇으로부터는 “트위터 하느라 노래를 만들 시간이 없어!(하지만 어쩔 수 없어.)”라는 절규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심지어 모 밴드는 합주한다고 모여서는 둘러앉아 스마트폰을 들고선 트위터에 몰두한다니, 자칫하다가는 정말로 새로운 창작의 주적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싶다.

써보니 물건이다 싶다고 느끼는 것은 일단 그 단순함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게 한번에 140자 이내로 글을 올리는 것뿐, 사진에 벽지에 배경음악에 꾸미고 나서 일촌 맺기에 이웃 찾기 하다가 결국 기진맥진하고 말아서 미니홈피고 블로그고 다 접은 나 같은 사람한테는 더할 나위 없다.

관계 맺음의 방식도 그럴싸하다. 내가 누구의 글을 보고 싶으면 그 사람한테 허락받을 필요 없이 그냥 팔로잉하면 된다. 누가 날 팔로잉한다고 해도 내가 싫으면 이쪽에서는 안 하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작가-독자와 같은 딱딱한 관계는 아닌 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잡담을 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물론 저쪽에서 안 받아주면 꽝이긴 하지만. 관계의 의무는 없지만 그걸 만들 가능성은 있는 적당한 거리감이 괜찮다.

창작의 주적이 될 재능이 다분하지만 유통에서는 구원자가 될 수도 있다. ‘에픽하이’의 타블로가 트위터를 통해 열심히 홍보한 덕에 미국의 커다란 음원 시장에서 차트 1위를 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국내에서 하는 미투데이라는 서비스가 이런 쪽에서는 더 괜찮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하라는 얘기를 듣고서도 우리 뮤지션들은 안 하겠다고 그런다. 자기 일상을 전시해 놓는 게 개인적으로 못할 짓이란다. 하긴 트위터의 입력 창에 떠 있는 게 ‘지금 뭔 일 있니?’(What’s happening?) 최근에 장사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글 하나 올릴 때마다 돈 안 들이고 물건 파는 방법과 일상의 보존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끼리끼리 막무가내로 할 때는 확실히 재미있었는데. 어쨌든 내 아이디는 @momcandy. 팔로 좀.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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