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슬기와 민의 리스트 마니아
속고 속이기를 즐기는 이들에게, 4월은 풍요로운 달이다. 속이기 장난 박물관(www.museumofhoaxes.com)에서 꼽은 역대 만우절 장난 베스트 100 가운데 특히 흥미로운 아홉을 꼽아본다.
만우절의 기원은 어디에 있을까? 1983년 <에이피>(AP) 통신은 그 수수께끼가 마침내 풀렸다고 보도했다. 보스턴대학 역사학 교수 조지프 배스킨에 따르면, 고대 로마에서 황제보다 광대가 제국을 더 잘 다스릴 수 있다는 주장이 일자,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시험 삼아 하루 동안 광대에게 통치권을 넘겼는데, 이에 광대 쿠겔이 그날 하루는 바보만 제국에 머물 수 있다는 칙령을 내렸고, 그래서 바보의 날, 즉 만우절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에이피는 물론 보도를 실어 나른 여러 언론사가 망신을 당했고, 얼마 후 보스턴대학은 사과 성명을 냈다.
1981년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에는 불운한 일본 마라톤 선수 나카지미 기모 기사가 실렸다. 런던 마라톤에 참가한 그는, 경기 규칙이 42.195㎞ 즉 26마일을 뛰는 게 아니라 26일 동안 뛰는 것으로 오해하고, 경기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영국 어딘가를 달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통역자가 일본어에 서툴러 일어난 실수라는 설명이 붙었다.
1975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시간이 미터법으로 바뀐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루는 20시간, 한 시간은 100분, 1분은 100초로 바뀐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시청자가 전화를 걸어왔는데, 어떤 이는 새로 산 디지털 시계를 미터법으로 변환하는 법을 묻기도 했다.
2008년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남극에서 펭귄들이 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내보냈다. 추운 남극 겨울을 견디지 못한 펭귄들이 햇볕을 쬐려고 남아메리카로 날아갔다는 것이다.
1976년 영국 천문학자 패트릭 무어는 비비시 라디오에 출연해, 오전 9시47분에 명왕성이 목성 뒤를 지나면서 지구 중력에 변화가 일어나리라 예측했다. 시각에 맞춰 뛰기만 하면 누구나 순간적 ‘공중부양’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청취자가 실제로 공중부양을 했다고 알려왔다.
1998년 버거킹은 ‘왼손잡이용 와퍼’를 발표하는 신문 광고를 실었다. 보통 와퍼와 재료는 같지만, 소스를 180도로 돌려 뿌려서 왼손잡이가 먹기 편하게 했다는 것이다. 수천명이 왼손잡이용 햄버거를 주문했다. 오른손잡이용 햄버거를 요구한 시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1996년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회사 타코벨은 미국 독립의 상징 ‘리버티 벨’(자유의 종)을 사들여 ‘타코 리버티 벨’이라 개명한다고 발표했다. 성난 시민 수백명이 필라델피아 역사 공원에 항의 전화를 걸었다.
흑백 티브이 방송밖에 없던 1962년 스웨덴 뉴스에 기술자가 출연해, 시청자 스스로 흑백 수상기를 컬러로 바꿀 수 있다고 안내했다. 화면에 나일론 스타킹을 씌우면 된다는 것이었다. 수천명이 제 티브이에 스타킹을 씌웠다. 스웨덴에서 정상적 컬러 방송은 1970년 4월1일에 시작되었다.
짓궂은 방송사 비비시! 1957년에는 농부들이 나무에서 스파게티를 따는 영상과 함께, 스위스에서 스파게티가 풍작이라는 보도를 냈다. 많은 시청자가 전화를 걸어 스파게티 나무 재배법을 물었다. 비비시는 “스파게티 조각을 토마토소스 깡통에 넣고 행운을 빌라”고 답했다.
최슬기·최성민/그래픽디자이너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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