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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표 남발 막아주는 ‘휴대용 프린터’

등록 2010-04-15 08:32

후지필름사 사진인화기, <MP-300>
후지필름사 사진인화기,
[매거진 esc] 카메라 히스토리아




사진을 뽑기 위해 동네 인화점을 가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된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지 모니터로만 사진을 확인한다. 예전에는 수학여행이나 소풍을 다녀오면 사진을 찍은 친구가 사람 수대로 사진을 나눠 주었다. 그 추억이 사라졌다. 이제는 이메일로 받아 본다. 그 시절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그렇게 멀지 않은 과거다. 10여년 전만 해도 사진을 뽑아주는 동네 사진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998년 개봉했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초원사진관’ 같은 곳이 흔했다. 종종걸음 치며 필름과 사진이 든 종이봉투를 찾으러 가는 설레는 기분이란!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는 곧장 동네 사진관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간단한 사진 촬영, 필름 판매, 현상, 인화까지 맡아서 했던 동네 사진관은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갈 수밖에 없었다. 발 빠르게 디지털 인화 장비를 들이는 곳도 있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곳에선 큰 부담이었다. 대형 할인마트에 인화점이 생기고 온라인 인화점이 급성장하자 폐업하는 곳이 속출했다. 고향에서 오랫동안 단골로 다녔던 ‘이왕카메라’ ‘중앙사진관’도 문을 닫은 지 오래다. 그리고 사진을 뽑아서 나눠 주는 일도 가뭄에 콩 나듯 드문 일이 되고 말았다. 벌써 액자에 넣어 멋지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던 사촌 여동생 결혼식 사진도 하드디스크에서 1년 넘게 잠자고 있는 중이고, 예쁘게 찍힌 아이들 사진만 따로 뽑아 앨범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머릿속에서만 오랫동안 맴돌이를 하고 있다. 사진으로 인화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사진’은 없고 ‘파일’만 남는 삭막한 현실이 가슴 아프기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편한 쪽으로 빨리 기우는 법이다.

만약 프린터를 가지고 다니며 가장 잘 나온 사진만 뽑아줄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생각하는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 사용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중에 메일로 보내겠다거나, 사진으로 인화해주겠다는 지키지 못할 빈 약속을 남발하는 것보다 찍은 자리에서 바로 사진을 줄 수 있다면 그야말로 사랑받는 사진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필요는 수요를 낳는 법이라고 했던가. 휴대용 프린터가 시장에 나온 지도 꽤 됐다. 후지필름은 휴대전화 카메라 사용자를 위해 2003년 MP-1 프린터를 선보인 이후 MP-100, MP-300 등 선으로 연결하지 않아도 적외선 통신(IrDA)만으로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휴대용 프린터를 만들어냈다. 엡손의 포토프린터 PM-310 같은 모델도 별도의 배터리팩을 구입하면 휴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진정한 ‘휴대용 프린터’는 현재로선 MP-300이 유일하다. 덕분에 MP-300의 경우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지만 꽤 많은 사용자들이 있다. MP-300의 가장 큰 매력은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에 286g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작고 가벼워 촬영을 나갈 때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다. 거기다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뽀사시’ 효과는 기본이라 여자친구에게 점수 따기도 좋다(?)는 사용자들의 의견도 많다. 단점은 인화지가 아닌 전용필름(후지 인스탁스 미니에 사용되는 즉석필름과 거의 같다)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가격이 꽤 비싸다. 사진 크기도 작아 딱 명함 크기다. 하지만 크기가 무슨 상관이랴! 디에스엘아르 엘시디창으로 잘 찍힌 사진을 골라 인화하는 재미에다 그 자리에서 바로 주는 재미까지 가득한데!

글 조경국 월간 <포토넷> 기자·사진 후지필름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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