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화려한 실패의 대부’ 맬컴 매클래런

등록 2010-04-21 19:49

슬기와 민의 리스트 마니아
슬기와 민의 리스트 마니아
[매거진 esc] 슬기와 민의 리스트 마니아




지난 4월8일, 영국의 예술가, 연예사업가, 희대의 기회주의자 맬컴 매클래런이 숨졌다. 향년 64.

어린 시절 매클래런은 부모에게 버림받고 외할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외할머니는 그가 10살이 될 때까지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그를 가르쳤다. “나쁜 사람이 되기는 무척 어렵다. 그러나 가치 있는 일이다”라는 매클래런의 신조도 “좋은 것은 따분하다”라는 외할머니의 가르침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1960년대에 이런저런 미술대학을 전전하던 그는, ‘나쁜 사람이 될 거야’ 회화 연작을 마친 다음 결국 대학을 중퇴했다. “얌전한 성공보다 화려한 실패가 더 값지다”는 게 이유였다. 급진 좌파 상황주의 운동에 매료된 그는 1968년 파리 학생운동에 가담하려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상황주의에서 터무니없고 자극적인 정치 전략 전술을 배워, 훗날 대중문화 사업에 적용했다.

1970년대에 매클래런은 패션 디자이너 비비언 웨스트우드와 사귀면서 함께 의상실을 열었다. ‘렛잇록’에서 시작해 ‘살기에는 너무 빠르고 죽기에는 너무 젊다’를 거쳐 ‘섹스’로 이름을 바꾼 의상실이었다. 특히 ‘섹스’는 사도마조히즘 패션을 파는 곳으로 유명했다. 이 상점은 저녁이 돼서야 두어 시간 문을 열곤 했다. 매클래런에 따르면, 그 목표는 “아무것도 안 파는” 데 있었다.

1975년, 매클래런은 의상실 단골 몇몇을 꾸려서 섹스 피스톨스라는 록 그룹 결성에 앞장섰다. 그렇다. 펑크를 전세계적 문화 현상으로 전파한, 바로 그 섹스 피스톨스였다. 매클래런의 지도에 따라, 섹스 피스톨스는 방송에 출연해 욕을 하는 등 고약한 행동으로 유명해졌다. 영국 여왕 즉위 기념행사가 성대히 열리던 1977년, 매클래런은 섹스 피스톨스에게 템스강 유람선에서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를 연주하게 한 죄로 체포됐다.

섹스 피스톨스는 머지않아 해산했고, 그 유산을 놓고 매클래런은 나머지 밴드 멤버들과 법적 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영국에서 사기죄로 고소를 당해 프랑스로 도망치기까지 했다. 훗날 그는 섹스 피스톨스가 자신의 예술 작품, 심지어 “캔버스”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에 그는 솔로로 데뷔해 소박한 히트곡을 몇몇 발표했다. “바-바-바-”로 시작해 “나는 원숭이”를 되뇌며 끝나는 ‘버펄로 갤스’가 대표적이다.

‘펑크의 대부’라는 별칭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1999년 매클래런은 런던 시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도서관에서 술을 팔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지만, 결국은 출마를 포기했다.

매클래런의 마지막 배우자였던 한국계 미국인 영 킴은, 그의 사망 원인이 1970년대에 ‘섹스’ 의상실에서 석면에 노출돼 생긴 암이라고 주장했다. 그와 웨스트우드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조지프 코레는 세계적인 여성 속옷 체인점 ‘아장 프로보카퇴르’를 공동 설립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무척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도둑질은 영광스러운 직업이다. 특히 예술에서는.” - 맬컴 매클래런

최슬기·최성민/그래픽 디자인 듀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