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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뛰어든 음식물처리기의 세계

등록 2010-05-05 18:14수정 2010-05-09 11:23

루펜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는 모습.
루펜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는 모습.
[매거진 esc] 대표적 제품 루펜·클리베·에버그린 체험 품평기
요리의 고수들은 말한다. 고수의 세계엔 음식물 쓰레기가 없다고. 닭 한 마리를 쓴다고 하면 볏에서 내장까지 다 활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인들의 세계에선 요리의 최종 작품보다 쓰레기 규모가 더 큰 법. 200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기 시작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는 이제 냉장고·에어컨만큼이나 낯설지 않은 생활가전이다. 하지만 ‘지금껏 없어도 잘 살아왔는데 뭘 또 사냐’ 또는 ‘쓰레기를 그때그때 버려야지 집안에 며칠씩 둔다는 게 더 찝찝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독자들을 위해 기자가 직접 대표적인 제품을 사용해봤다. 시장점유율 1위인 ‘루펜’과 대표적 분쇄건조형인 웅진코웨이 ‘클리베’, 싱크대 배수구에 설치하는 싱크대 일체형 ‘에버그린’이 품평 대상이다. 사용 결과 각각 제품은 가격, 쓰레기 부피 축소력, 친환경성 등에서 장단점이 뚜렷이 갈렸다.

싱크대 배수구에 설치된 에버그린에 음식물 쓰레기를 밀어넣는 모습(왼쪽).  클리베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는 모습(오른쪽).
싱크대 배수구에 설치된 에버그린에 음식물 쓰레기를 밀어넣는 모습(왼쪽). 클리베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는 모습(오른쪽).

⊙ 점유율 1위 루펜 |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는 대략 온풍건조형과 분쇄건조형으로 나뉜다. 전자는 따뜻한 바람으로 말리고 후자는 갈아서 말리는 것이다. 2004년 처음 출시된 루펜은 대표적 온풍건조형으로 2008년부터 텔레비전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며 음식물 처리기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루펜 쪽 설명에 따르면 현재까지 80만대가 팔렸으며 이는 음식물 처리기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중이란다.

점유율 1위 루펜
점유율 1위 루펜

압도적 시장점유율의 비결은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에 있다. 네모반듯한 하얀 바탕에 그려진 주황·진홍·파란색 등의 깔끔한 동그라미 무늬는 디자인만으로도 집에 하나 두고 싶다는 주부들의 평가를 받으며 각종 디자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가격대는 성능에 따라 12만9000~39만9000원인데 가장 대중적인 제품은 15만원대이고, 인터넷에서 5만~6만원에 살 수 있는 모델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바람으로 말려서 건조하는 방법이라 쓰레기 부피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루펜 쪽에선 19시간 동안 말리면 70% 정도 부피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쓰레기가 적을 때는 루펜 쪽 설명이 맞을 순 있겠지만 매일 세 끼 밥을 해 먹는 집이라면 쓰레기가 마를 겨를이 없다. 4인가족인 기자의 경우 주말에 세 끼 밥을 해 먹을 땐 부피도 줄지 않아 그냥 일반 쓰레기통이나 마찬가지였고, 1주일에 2~3번 쓰레기통을 비워야 했다.

3~6개월에 한번씩 1만5000원짜리 탈취필터를 교체해야 한다는 점도 신경이 쓰인다. 주변에서 쓰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쓰레기 냄새가 잘 빠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법 한다. 한달 내내 24시간 가동할 경우 월 전기료는 3000원 정도다. 크기가 아담하긴 하지만 좁디좁은 싱크대에 한쪽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점도 좀 부담스럽다.


결론적으로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 먹는 다인가족이라면 실용성이 떨어진다. 대신 가끔 식사를 해 먹는 싱글에겐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가격 만족도 ★★★ 부피 축소력 ★
사용 편리성 ★★ 친환경성 ★

대표적 분쇄건조형 클리베
대표적 분쇄건조형 클리베

⊙ 대표적 분쇄건조형 클리베 | 2006년에 웅진코웨이에서 출시한 클리베는 일단 무게 21.5㎏과 가로 30㎝, 세로 33㎝, 높이 65㎝의 규모가 압도적이다. 혼자서는 옮길 수가 없다. 40평대 이상 집이 아니고서야 부엌에 두긴 어렵고 다용도실이나 베란다에 설치해야 한다. 물기가 줄줄 흐르는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 사용자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는 단점이다.

일시불 판매가격이 88만원이라는 점도 부담스럽다. 월 2만~3만원씩 렌털비를 낼 경우 4개월에 한번씩 점검을 받을 수 있고 5년 뒤에 소유권이 이전된다. 2개월에 한번 1만5000원짜리 필터를 교체해야 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쓰레기를 모아서 처리한다고 해도 매월 최소 6000~7000원에 이르는 전기료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 제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뛰어난 쓰레기 부피 축소력이다. 건조·분쇄·냉각·배출까지 최소 1시간 최대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쓰레기는 원래 이게 음식물이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게 고운 가루가 돼 나타난다. 소뼈·돼지뼈를 제외한 닭뼈·조개껍질 등 모든 쓰레기를 곱게 갈아준다. 4인가족 기준으로 2주에 한번 정도 버리면 된다. 따라서 친환경성도 뛰어나다. 세상의 모든 음식물 쓰레기가 이렇게 처리된다면 지구상에도 아주 유익할 것 같다.

대기업 제품이라 구매 때부터 회원으로 등록돼 애프터서비스가 확실하다는 게 장점이다. 결론적으로 가족 수가 많고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솔깃할 제품이다.

가격 만족도 ★ 부피 축소력 ★★★
사용 편리성 ★ 친환경성 ★★★
각각의 처리기가 음식물 쓰레기를 말리거나 분쇄한 뒤의 최종 모습. 왼쪽부터 루펜, 클리베, 에버그린.
각각의 처리기가 음식물 쓰레기를 말리거나 분쇄한 뒤의 최종 모습. 왼쪽부터 루펜, 클리베, 에버그린.

⊙ 싱크대 일체형 에버그린 | 쓰레기 부피도 줄이면서 음식물을 들고 베란다로 이동할 필요가 없는 제품은 없을까? 에버그린은 클리베의 장점은 취하면서 단점은 버리는 데 집중한 제품이다. 싱크대 배수구에 바로 분쇄기를 설치해 쓰레기를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싱크대에 널려 있는 쓰레기를 배수구에 밀어넣은 뒤 센서를 눌러주면 갈아서 압축하고 탈수한 뒤 쓰레기통으로 내려보낸 뒤 건조한다. 어차피 싱크대 아래 공간은 놀고 있을 때가 많아서 거기에 가로 18㎝, 세로 34㎝, 높이 38㎝ 규모의 직육면체 기계 하나를 설치하면 된다. 소뼈·돼지뼈를 제외한 닭뼈·조개류도 다 갈아준다. 신기하게도 젓가락이나 수세미와 같은 이물질이 들어가면 분쇄 작동을 멈춘다. 단 약간 갈아보다 멈추기 때문에 수세미는 이미 누더기가 돼 있다.

싱크대 일체형 에버그린
싱크대 일체형 에버그린

쓰레기는 고운 가루 형태는 아니고 음식물을 갈아서 뭉쳐진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분량은 클리베보단 많이 나온다. 업체 쪽에선 10분의 1 규모로 줄여준다고 말하고 있다. 4인가족이라면 1주일에 한번 정도 버려주면 된다. 이 정도면 친환경성도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분쇄할 때를 제외하곤 소음이 없고, 하수관을 통해 배출돼 냄새도 별로 나지 않는다.

단점은 88만원이라는 가격. 꽤나 부담스럽다. 렌털을 할 경우 매달 3만2000원을 내면 분기별로 점검받을 수 있고 36개월 뒤에 소유권이 이전된다. 필터 교체비가 없는 대신 이사 갈 때마다 업체를 불러서 이전 설치를 해야 되는데 그 비용이 7만~10만원이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전기료는 월 3000원 정도다. 지난해 3월 정식 판매를 시작했고, 사람에 따라선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지텍’이라는 중소기업이라는 게 좀 신경 쓰일 수도 있겠다.

가격 만족도 ★ 부피 축소력 ★★★
사용 편리성 ★★★ 친환경성 ★★★

글 김아리 기자 ari@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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