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 금대봉에서 찍은 솜방망이.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야생화 사진 이렇게 찍어봐요
야생화를 만나러 가는 여행길에 사진기는 필수다. 사진으로 남겨야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는다. 군대 간 애인의 사진을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이치와 같다. 이왕이면 잘 나온 사진이 좋다. 야생화 사진도 마찬가지다. 야생화는 일반적인 피사체와 다르다. 키가 작다. 내 몸을 낮춰야 제대로 보인다. 뷰파인더로 확인이 어려울 때도 있다. 이때 ‘앵글파인더’를 이용하기도 한다. ‘앵글파인더’를 장착하면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찍고자 하는 피사체를 발견하면 머릿속에 프레임을 구성해야 한다. 조리개를 열어 심도를 얕게 하는 등 최대한 배경과 야생화가 분리되게 찍는다. 그래야 야생화가 돋보이는 사진이 된다. 몸을 움직여서 꽃의 색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배경색을 선택해도 좋다. 군락을 찍을 때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초점이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맞으면 좋다. 프레임에 벌이나 이슬 등을 끌어들여 주인공을 빛내는 구성을 해도 멋지다. 야생화는 대낮에 사진을 찍더라도 빛이 부족할 수 있다. 숲은 빛이 적은 곳이다. 감도를 높여 부족한 빛을 해결할 수도 있지만 사진의 입자가 거칠어진다. 조리개를 다 열고도 셔터속도를 줄여야 적정 노출이 되기도 한다. 저속 셔터속도 때문에 흔들릴까 걱정스러운 이들은 삼각대를 사용하면 된다. 이때 야생화가 훼손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삼각대 중에는 다리의 굵기가 가늘고 높이가 10㎝도 채 안 되는 것이 있다. 작은 반사판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숲에 스며드는 적은 빛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다. 손바닥만한 반사판은 휴대하기도 편하다. 찍고자 하는 꽃의 노출 차이가 심할 때는 큰 고민에 빠진다. 한쪽 잎은 어둡고 다른 쪽 잎은 밝을 때다. 어느 쪽에 노출을 맞춰 찍어야 할지 난감하다. 한쪽을 선택해도 되고(나머지는 포기하는 것이다) 촬영자의 몸을 이용해서 꽃 전체가 그림자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찍어도 된다. 플래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때로 역광을 이용한 야생화 사진은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꽃잎들의 미세한 결들이 그대로 드러나 아름답다. 사진 전문가들은 매크로렌즈를 많이 사용한다. 프레임 안에 꽃을 꽉 차게 넣을 수 있다. 매크로렌즈가 없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망원렌즈를 적당히 활용해도 좋고 클로즈업 필터나 익스텐션 튜브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익스텐션 튜브를 렌즈와 카메라 몸체 사이에 연결해서 좀더 클로즈업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렌즈를 교환할 수 없는 콤팩트카메라만 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진기를 자세히 살피면 꽃 모양의 버튼이 있다. 매크로렌즈 기능을 한다. 피사체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소형 카메라가 오히려 유리할 때도 있다. 찍고자 하는 꽃들이 작게 찍혔다면 집에 돌아와 포토샵 프로그램에서 적당히 ‘자르기’ 기능을 활용하면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마치 꽃을 채집해서 식물도감을 만들듯이 사진을 찍다 보면 지겨워진다. 야생화 사진도 예술적이고 창조적일 수 있다. 시도해볼 만하다. 광각렌즈를 사용해서 원근감을 살리거나 조리개 수치를 줄여 별 모양으로 만든 빛을 앵글 안에 초청해서 극적인 사진을 만들 수도 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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