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16일, 미국 헤비메탈 가수 로니 제임스 디오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음악적 업적 외에도, 그는 이른바 ‘악마 뿔’ 손짓을 유행시킨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악마 뿔이란 엄지, 중지, 약지는 오므려 모으고 집게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곧게 펴서 형성하는 손짓으로서, 공연에서 가수와 청중이 교감을 표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악마 표시’, ‘염소 뿔’, ‘메탈 뿔’, ‘죽음의 주먹’, ‘뿔 던지기’, ‘철권’, ‘사탄의 경례’ 등으로도 불린다.

두 손을 쓰는 악마 뿔도 있다. 새끼손가락만 빼고 나머지를 오므린 채 두 손을 나란히 맞대는 형태다. ‘한 손에 담기에는 너무 메탈해’라고 불린다. 검지와 엄지를 뻗은 상태에서 두 엄지 끝을 맞대는 형태도 있다. 때로는 두 팔을 교차시키고, 두 새끼손가락을 꼰 상태에서 두 검지와 엄지를 뻗기도 한다. 이 손짓은 헤비메탈 가수 오지 오스본을 따 ‘슈퍼 오지’라고 불린다.

두 사람이 하는 동작도 있다. 한 사람이 악마 뿔 손짓을 하면, 다른 사람이 검지와 중지를 펴서 상대방의 악마 뿔 손가락 사이에 집어넣는 방식이다. 헤비메탈식 악수 또는 하이파이브인 셈이다.

물론 악마 뿔은 디오가 창안하지 않았고, 헤비메탈에 국한된 손짓도 아니다. 여러 미국 대학에서 악마 뿔은 학교 정신을 상징하는 손짓으로 쓰인다. 유타대학은 그 손짓이 유(U)자를 닮아서, 사우스플로리다대학은 학교 마스코트가 황소라서, 노스다코타주립대학과 텍사스대학은 마스코트가 들소라서 그렇다.

지중해 문화권에서 악마 뿔은 저속한 뜻으로 쓰이는데, 그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간다. 힌두교와 불교에서 그 손짓은 ‘카라나 무드라’라고 불리는데, 악마나 어두운 힘을 몰아내는 신호로 쓰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브람 스토커의 1897년 작 <드라큘라>에서, 주인공 조너선 하커는 악마 뿔로 추정되는 손짓을 언급한다. “출발하려 하는데, 여관 입구를 에워싼 군중이 모두 십자를 긋고는 두 손가락을 뻗어 나를 가리켰다. 어리둥절한 나는 주변 사람에게 그 뜻을 물었다. 처음에는 답을 하지 않더니, 내가 영국인이라는 걸 안 그는 그 손짓이 악마의 시선을 뿌리치는 부적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비틀스의 1969년 앨범 <노란 잠수함> 표지에는 존 레넌이 악마 뿔 손짓을 하는 모습이 만화로 실렸다. ‘사랑’을 뜻하는 손짓을 잘못 그렸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레넌이 당시 얼리스터 크롤리의 흑마술 서적을 읽었다는 사실은 시사적이다. 크롤리는 헤비메탈에 악마적·주술적 영감을 준 신비주의자였다. 예컨대 오지 오스본은 ‘미스터 크롤리’라는 히트곡을 그에게 바쳤다. 그전에 오스본은 헤비메탈 밴드 블랙 사바스의 가수였다. 오스본이 탈퇴한 빈자리를 채운 사람이 로니 제임스 디오였다.

생전에 디오는 자신이 퍼뜨린 악마 뿔이 오용되는 일을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악마 뿔은 어둠의 상징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할 만한 손짓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흔히 실수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집게손가락과 새끼손가락만 빼고 나머지는 오므려야 하는데, 종종 엄지마저 뻗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탄의 경례’가 ‘너를 사랑해’로 바뀌어 버린다. “멍청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무대에서 정말 어두운 무언가를 가리킬 때에만 그 손짓을 했다.”(로니 제임스 디오, 2009)
최슬기·최성민/그래픽 디자이너 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