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사진은 노출을 잡기가 쉽지 않다. <뛰어난 사진을 위한 노출의 모든 것>
[매거진 esc] 구도잡기부터 사진집까지 초보자를 위한 사진책 총정리
서점에 가면 카메라 관련 서적이 수십 종 진열되어 있다. 카메라 기술서부터 사진 에세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본격적인 촬영에 나서기 전에 우리는 사진책부터 구입한다. 하지만 무엇을 골라야 할지 난감하다. 내 실력에 적당한 책이 무엇인지 감이 오질 않는다. 지난 3년간 교보문고에서 팔린 사진서적 판매순위를 참고해 초보자를 위한 책들을 정리해보았다.
우선 서점에 가기 전에 봐야 할 책이 있다. 카메라 설명서다. 내가 산 카메라가 어떤 기능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알아야 한다. 카메라 기계에 대한 기본 설명서이다. 설명서를 따라 2번 이상 찍어보는 것이 좋다. 아무리 소질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연장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좋아하는 사진분야 생기면 ‘내셔널지오그래픽’시리즈 참고
기계에 대해 익혔다면 사진기술서 한두 권을 골라 공부를 시작해보자.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구도>(정승익 지음·한빛미디어 펴냄)는 지난 3년간 꾸준히 판매 1위를 차지한 책이다. 이 책은 구도에 대한 설명서다. 구도는 사진예술에서 중요하다. 내 눈으로 본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인 사각 프레임 안에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구도를 결정하는 기본조건이나 구도의 3요소 등이 아주 쉽게 설명되어 있다. 사진을 통한 비교설명이 많아 술술 넘어간다.
〈DSLR 카메라 입문〉(박기덕 지음·대림 펴냄)은 사진애호가가 쓴 왕초보자를 위한 기술서이다. 회사별 콤팩트카메라의 종류부터 디에스엘아르 카메라의 종류까지, 카메라 구입처부터 온라인장터 용어까지 철저하게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기술한 책이다. 심지어 메모리칩을 카메라 몸체에 집어넣는 방법도 설명되어 있다. 지은이가 사진을 찍으면서 부닥쳤던 난감한 상황들에 대한 해결책도 적혀 있다. 〈DSLR 촬영테크닉〉(이박고 지음·웰기획 펴냄)은 카메라 종류, 노출, 셔터, 초점, 빛과 조명 등 기본적인 기술들과 바다, 노을, 야경 등 특수한 상황에서 사진찍기가 차분하게 기술되어 있다. 지은이 세 사람의 노하우가 녹아 있고, 피사체마다 다른 촬영법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사진학 강의>(바버라 런던 업턴 지음·미진사 펴냄)는 과거 사진 애호가가 지금처럼 많지 않던 시절, 사진학과 학생들이 입학하면 누구나 한권씩 샀던 책이다. 1985년 발매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개정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의 기본적인 원리와 디지털시대 이전의 사진현상법 등이 기술되어 있다. 사진의 역사나 사진가들의 이야기는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세계적인 사진교육자 브라이언 피터슨의 책도 꼭 찾아볼 만하다. <사진의 모든 것>, <뛰어난 사진을 위한 노출의 모든 것>, <뛰어난 사진을 위한 셔터속도의 모든 것>, <뛰어난 사진을 위한 DSLR의 모든 것>(청어람미디어 펴냄) 등이 그것이다. <사진의 모든 것>은 그가 지금까지 쓴 사진기술서들의 총정리편이다. <뛰어난 사진을 위한 노출의 모든 것>은 특히 인기를 끌었다. 사진기술의 핵심인 ‘노출’에 대해 쉽고 간편하게 설명되어 있다. 책에 등장하는 화려한 사진들은 읽는 이의 이해를 돕는다.
이런 책들은 역사서로 보자면 시대를 한정하지 않고 전 시대를 기술한 통사와 비슷하다. 통사를 읽고 나면 관심이 가는 시대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사진 관련 서적도 마찬가지다. 기본기술서를 익혀 사진을 찍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생긴다. 사람에 따라 심장이 뛰는 분야가 다르다. 철수는 풍경사진에, 영희는 인물사진에, 영수는 꽃사진에 ‘필’이 꽂힌다. 이때 찾아볼 만한 책이 <내셔널지오그래픽 포토그래피 필드 가이드>(청어람미디어 펴냄)이다. 이 시리즈는 <여행사진을 잘 만드는 비결>, <인물사진을 잘 만드는 비결> 등 다양한 분야의 사진찍기에 대한 책들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잡지인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가들의 현장지도서 같은 책이다. 사진가들의 인터뷰와 현장 노하우도 함께 실려 있다.
여행사진을 좋아하는 사진애호가라면 <대한민국 베스트 촬영지 55>도 볼만하다. 대관령 양떼목장부터 임실 옥정호, 가천 다랭이마을 등 훌륭한 풍광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가 적혀 있다. 찾아가는 법과 촬영지에 관한 간단한 이야기, 촬영법, 필터 사용법과 같은 특수 기법들도 기술되어 있다.
사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한 사진초보자라면 <필립 퍼킨스의 사진강의 노트>(필립 퍼킨스 지음, 눈빛 펴냄)와 <사진에 관하여>(수전 손택 지음·이후 펴냄)도 읽어볼 만하다. <필립 퍼킨스의 사진강의 노트>는 40년이 훌쩍 넘는 긴 세월 동안 사진을 가르쳐온 노학자의 사진에 관한 이야기들이 녹아 있다. <사진에 관하여>는 ‘사진론의 고전’이라고도 불리는 책이다. 사진이 무엇인가, 어떤 자세로 사진기를 들어야 하는지 등 사진에 관한 여러가지 의문점을 던져준다.
최민식부터 유진 스미스까지 사진가 작품집도 자주 보면 도움
사진기술이 손에 익고 난 다음에는 사진 자체의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서점 판매순위에는 들지 않았지만 이때 도움이 되는 책들은 사진집들이다. 사진사에서 평가받고 있는 사진가들의 작품을 많이, 자세히, 자주 보는 일은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열화당 사진문고>는 한국의 사진가 최민식, 구본창, 강운구, 주명덕, 민병헌 등과 세계적인 사진가 베르너 비쇼프, 워커 에번스, 낸 골딘, 도로시아 랭, 요세프 수데크, 유진 스미스, 유진 리처즈 등의 작품을 작가의 연대기와 함께 실은 작품집 시리즈다. 손바닥만한 크기지만 작가들의 작품이 시대별로 꼼꼼히 실려 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동안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틈틈이 기회가 닿는 대로 사진집을 구입해서 보면 좋다. 그림을 공부하는 이들이 명화를 자주 보는 것과 같다. <20세기 컬렉션 사진>(류얼 골든 지음·동녘 펴냄)은 40년대 앤설 애덤스의 사진부터 70년대 엘리엇 어윗의 사진, 90년대 마틴 파의 사진까지 시대별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클라시커 50 사진가>(빌프리트 바츠 지음·해냄 펴냄)는 만 레이, 신디 셔먼, 세바스티앙 사우가두(살가도) 등 세계적인 사진가들이 작품과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때 각종 사진 관련 서적들은 여행할 때 지도와 같다. 지도가 여행자에게 필수품이듯 사진애호가들에게도 사진책은 중요하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순천만. <대한민국 베스트촬영지 55곳>
<사진학 강의>(바버라 런던 업턴 지음·미진사 펴냄)는 과거 사진 애호가가 지금처럼 많지 않던 시절, 사진학과 학생들이 입학하면 누구나 한권씩 샀던 책이다. 1985년 발매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개정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의 기본적인 원리와 디지털시대 이전의 사진현상법 등이 기술되어 있다. 사진의 역사나 사진가들의 이야기는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인물사진에서 노출은 중요하다. <뛰어난 사진을 위한 노출의 모든 것>
극적인 접사사진. <브라이언 피터슨 접사사진의 모든 것>
대관령 양떼목장. <대한민국 베스트촬영지 55곳>
사진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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