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희의 스타일이 있는 TV
[매거진 esc] 심정희의 스타일이 있는 TV
요즘 10대나 20대들은 좋겠다. “섹시한 게 좋아”나 “섹시해 보이고 싶어” 같은 말을 대놓고 할 수 있으니까. 내가 10대 때만 해도 섹시해 보이고 싶어하는 여자는 이상한 여자 취급을 받았다. 이 화창한 가을날,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섹시’ 타령을 하며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건 ‘나인뮤지스’라는 걸그룹 때문.
어제,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켰는데 나인뮤지스가 나오더라고. 멤버들 전원이 더블 브레스트 재킷을, 레이스 덧댄 검은색 브래지어가 보이게 입은 다음 핫팬츠에 레이스 스타킹을 신고 섹시하게 몸을 흔드는 걸 보면서 질투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이제 대놓고 섹시해 보이고 싶어하는 게 흉이 아닌 세상이 되었구나” 하면서….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번들거리고 질겨 보이는 그녀들의 레이스에 눈이 가 닿는 순간, 절로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으니까. 세상엔 나이를 먹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는 법!
속옷을 비롯해 레이스로 만들어진 모든 것들의 매력은 연약함에 있다. 레이스의 치명적인 매력은 잡은 손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거나 거스러미가 일어난 손으로 쓰다듬었다가는 금세 흠이 날 것처럼 연약한 데서 비롯된다. 면 소재 티셔츠나 스커트는 시장에서 몇 천원짜리를 골라도 되지만 레이스는 고급스러운 소재로 섬세하게 공들여 짠 것을 골라야 하는 것은 그 때문. 그리고 ‘언니’로서 나인뮤지스에게 남자 심리와 관련한 비밀을 하나 알려주자면, 남자들은 드러내놓고 “나 섹시해요”라고 외치는 여자보다는 입으로는 “전 아무것도 몰라요” 하면서 눈빛으로는 “근데 내가 정말 모를까요?”를 말하는 여자가 더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섹시해 보이고 싶을 때는 섹시함과 거리가 먼 옷을 입고 몸짓이나 눈빛을 활용해야 승률이 올라간다. 그럼에도 레이스나 그물 스타킹처럼 그 자체로 도발적인 아이템으로 치장하고 싶다면 살짝 한두개만, 좀더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고.(여우 같은 소녀시대 ‘지지배’들이 맨투맨 티셔츠나 플리츠스커트 입고 나오는 게 괜히 그러는 게 아니라니까!)
나인뮤지스는 요즘 활동을 쉬고 있는 것 같던데 뒤늦게 이런 이야기를 쓰고 보니 좀 미안하다. 어쨌거나 나인뮤지스 동생들아, 하나만은 잊지 마라. 섹시함의 포인트는 “전 아무것도 몰라요(근데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모를까요?)”에 있다. 그리고 입과 눈으로뿐 아니라 옷으로도 이렇게 말할 줄 알아야 진짜 고수다.
심정희 <에스콰이어> 패션에디터·<스타일 나라의 앨리스> 저자
나인뮤지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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