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유학 뒤 슬로푸드 전도사이자 신개념 미식가로 나선 노민영씨.
[매거진 esc] 유럽 미식기행 책 펴낸 슬로푸드 활동가 노민영씨
중세 유럽의 미식가들은 먹은 음식을 토해내면서까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자 탐닉했던 대식가들이었다. 현대적 미식의 시초는 와인과 음식 맛의 조화에서 즐거움을 찾는 ‘에노-가스트로노미’(와인 미식가)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이것이 먹는 행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에코-가스트로노미’(친환경 미식가)로 발전했다.
노민영(30)씨는 자신을 ‘신개념 미식가’(네오-가스트로노미)라고 정의한다. 신개념 미식가란, 환경뿐 아니라 역사, 문화, 사회, 과학까지의 관련성까지 고려하면서 미식을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그는 최근 자신의 이탈리아 유학과 유럽 미식 여행 경험을 녹여낸 책 <씨즐, 삶을 요리하다>(리스컴 펴냄)를 통해 슬로푸드와 신개념 미식 전도사로 나섰다.
그가 처음부터 신개념 미식에 관심을 뒀던 건 아니다. 대학시절 요리와 음식의 매력에 빠져 ‘통계학’이란 전공은 제쳐두고 푸드스타일리스트 과정을 밟았다. 휴학하고 유명 요리 선생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어학연수를 떠났단다. 남들은 영어 공부를 위해 떠나는데, 그는 영어 공부를 빌미로 한 미국 외식산업 탐방이 진짜 목적이었다. 그래서 더듬더듬하는 영어로 유명 카페를 전전하며 알바를 뛰었단다. 한국에 돌아와선 매드포갈릭·스파게티아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갖춘 ‘썬앳푸드’ 사장에게 당돌한 이메일을 보냈다. 자신의 이러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썬앳푸드의 창의적인 브랜드 개발에 힘을 보태겠다고. 마케팅팀에 채용돼 1년 반 정도 새로운 브랜드 개발을 위해 뛰었다. 그런데 마음 한쪽에 음식과 요리 자체를 뛰어넘는 학문적 욕구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때 발견한 어떤 학교의 커리큘럼에 “바로 이거다” 싶었단다. 음식과 기호학, 음식과 인류학, 음식과 심리학 등이 주요 커리큘럼이었던 그 학교는 국제슬로푸드협회가 설립한 이탈리아 파르마의 ‘미식과학대학’. 이 학교가 유명한지 어떤지, 졸업 후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2007년부터 1년간 이 대학에서 전세계에서 날아온 유학생들과 이탈리아 6개 도시와 스페인·그리스·프랑스 등을 돌면서 슬로푸드 생산·유통·소비 현장을 경험하며 슬로푸드 철학을 몸에 새겼다.
그에게 “유럽 각국의 대표적인 슬로푸드를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바로 수정이 들어왔다. “슬로푸드는 특정 음식을 지칭하는 게 아닙니다. 슬로푸드란, 지속가능한 농업과 전통음식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곁들인 음식을 뜻합니다. 햄버거라고 하더라도, 우리밀로 만든 빵에다가 항생제·성장촉진제를 쓰지 않은 고기를 쓴다면 슬로푸드가 될 수 있죠. 하지만 이런 고민과 노력 없이 만든다면, 김치라고 하더라도 슬로푸드가 아니죠.”
슬로푸드 공부와 현장경험이 그에게 끼친 영향은 무엇일까? “음식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었죠. 이탈리아 유학 전에 제 머릿속은 120%가 맛있는 것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었죠. 하지만 이젠 맛의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환경과 농업의 지속가능성, 생물종의 다양성까지 생각한 맛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점을 물어볼 때 추천하던 음식점과, 지금 추천하는 음식점이 완전히 달라졌죠. 또 농산물을 구매하는 등 소비패턴도 달라졌고요.”
그는 2009년 초부터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슬로푸드팀이 꾸려진 남양주시청에서 슬로푸드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2010 남양주시 슬로푸드 대회’를 도왔고, 최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세계 슬로푸드 대회’도 다녀왔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기존의 음식 관련 운동이 생산자 중심으로 유기농·친환경 농업을 하자는 것이었다면, 이젠 소비자들이 중심이 되는 운동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소비자들이 자신의 선택이 생물종 다양성과 문화 다양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이벤트나 교육을 통해 소비자들을 그런 철학에 노출시킬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글 김아리 기자 ari@hani.co.kr·사진 제공 노민영
(왼쪽) 유럽에서 만날 수 있는 수제 치즈들. (오른쪽) 돼지다리를 염장해 숙성시킨 프로슈토를 파는 이탈리아 가게.
노민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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