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여근석이 바람 조장?

등록 2010-11-04 14:40

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바다나 강, 호수 등의 물로 둘러싸인 육지의 일부를 섬이라 한다. 그렇다면 유인도와 무인도는 어떻게 구분할까.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 무인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모든 섬이 유인도는 아니다. 국제해양법은 섬에 두 가구 이상 거주하고 식수가 있고, 나무가 자라야 유인도라 인정한다. 식수와 나무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한 가구만 거주하는 섬을 유인도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뜻 보기에 타당하지 않은 듯한 이 규정은 사람살이(有人)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의이기도 하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이니, 사람이 살아도 홀로(한 가구) 사는 섬은 유인도가 아니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섬뿐이랴. 사람이 땅에 발 딛고 사는 한 홀로 살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안좌도는 신안의 섬이다. 안좌도 대리마을에는 3개의 성기 바위가 있다. 남자의 성기가 둘이고 여자의 성기가 하나. 화강암을 조각해서 만든 남근석 둘은 우주를 향해 발기한 것처럼 밭 한가운데 빳빳하게 서 있다. 여근석 하나는 마을 뒷동산인 후동산 정상에 있다. 남근석은 마을의 당제 때 당신으로 모셔지기까지 했다. 옛날 이 마을 여자들은 바람이 잘 나기로 유명했다. 마을의 장로들은 여자들의 바람기가 후동산의 여근석이 눈에 띄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부정한 기운을 막기 위해 여근석 앞에다 소나무를 심어서 가렸다. 그래도 걱정이 남아 마을 어귀에 남근석 두 기를 세워 음기를 제압하고자 했다. 그 후에 마을 여자들의 바람기가 잠잠해졌는지 전하는 이야기는 없다. 아주 없어지기야 했겠는가. 더 은밀해졌겠지. 그 바람이 어디 말없는 바위 탓이기만 했을까. 그런데 장로들은 무슨 근거로 여자들이 여근석을 보고 바람이 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 여근석을 보고 음심이 동한 것은 장로들을 비롯한 남자들이었을 텐데. 더구나 여자들의 바람 상대는 남자들인 것을. 바람의 원인을 여자들에게 뒤집어씌운 것은 장로들도 뭔가 찔리는 것이 많아서는 아니었을까. 안좌도 해변, 외로운 백로 한 마리 먼 산을 보고 서 있다. 물고기 한 마리 자셨는가. 오늘 굶주림을 면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집도 없고 쌓아둔 먹이도 없으나 근심이 없다. 사람이 한 마리 새보다 나은 것이 무엇일까. 고대광실에 몇 달, 몇 년치의 식량을 쌓아놓고도 늘 근심 걱정 끊일 날이 없는 것을.

시인·<자발적 가난의 행복>저자 bogilnara@hanmail.net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