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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초의 은은한 매력

등록 2010-12-02 11:53

록시땅코리아 제공
록시땅코리아 제공
[매거진 esc] 싱글 앤 더 시티
며칠 전 서울 부암동으로 이사한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새집에 뭐 필요한 것 없냐는 질문에 친구는 “같이 마실 술이나 한 병”을 주문했다. 하지만 집들이에 정 없이 빈손으로 갈 수는 없는 법, 달달한 빌라엠 로소 와인과 함께 선물 하나를 챙겼다. 언젠가부터 홈 파티라든가 생일선물이 고민될 때 대개 이걸 고른다. 누구에게 줘도 크게 취향을 타지 않으며 내 돈 주고 사기엔 꽤 비싸지만 받을 때는 반가운 물건, 바로 향초다.

외국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파리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며 ‘딥티크’(diptyque) 향초 같은 데다가 자신만의 스토리를 덧씌운다. 내 경우 초는 어린 시절 엄마의 그림자를 소환한다. 성당에 다니는 모친은 거실 한편에 성모 마리아상과 함께 꽃병이며 커다란 초들을 두고 자신만의 제단을 꾸며놓았다. 그 큰 초들은 기도할 때뿐 아니라, 생선이나 고기를 구웠을 때 집 안의 냄새를 빼기 위해서도 종종 자신을 태워 눈물을 흘리곤 했지만. 혼자 사는 지금 나는 거실 한쪽에 이런저런 초를 모아두고 기분에 따라 불을 밝힌다. 기도는 하지 않는 대신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의 집중을 즐긴다. 물론 누군가를 초대했을 때 집의 지저분함에서 시선을 뺏기 위해서도 촛불은 유용하다.

예민한 사람들은 재료가 파라핀이니 천연 밀랍이니 따지는 모양이지만 나는 대개 향과 브랜드에 혹해 초를 고른다. 유리 용기 전면에 타이포를 강조한 라벨이 붙어 있는 딥티크는 패션 피플 사이에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소품쯤 된다. 최근 며칠 사이 들른 디자이너의 사무실과 칼럼니스트의 집에도 여지없이 놓여 있었다. 꽃잎까지 제법 정교하게 생긴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장미 향초는 불을 켜지 않아도 향이 강해서 차량용 방향제로 딱이다. ‘아베다’의 베르가모트는 청량하고 ‘프레시’의 목련향은 화려하다. 친구에게 사다 준 건 금속 캔에 뚜껑이 있어 여행용으로 적합한 ‘록시땅’ 제품이었다. 싱글을 위한 선물로 향초만한 건 없는 것 같다. 좋은 사람과 좋은 시간에 쓰라는 덕담을 곁들이면 연애사를 캐묻기에도 훌륭한 미끼가 되어주니 말이다.

황선우/<더블유 코리아>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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