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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남매의 비극적 사랑

등록 2010-12-02 15:55

도깨비불 전설이 어린 관매도 해변. 강제윤 제공
도깨비불 전설이 어린 관매도 해변. 강제윤 제공
[매거진 esc] 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진도군 조도의 새끼 섬, 관매도에는 관매리와 관호리 두 마을이 있다. 인구가 많을 때는 2000명까지 살았지만 이제는 180여명만 남은 한적한 섬이 되었다. 경관이 수려해 여름 피서철이면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들지만 붐빌 정도는 아니다. 뭍에서의 접근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것이 또한 섬을 막개발로부터 막아주는 방어막이 돼주기도 한다.

1965년 여름, 청춘 남녀가 관매도를 찾았다. 둘은 마을 뒷산에서 동반자살을 했다. 음독. 지금도 자살을 위해 외딴섬을 찾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자살자들은 고립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섬을 찾는 것은 아닐지. 20대 후반의 남녀는 우연히 만나 깊은 사랑에 빠졌다. 평생 함께할 것을 약속하고 양가 부모님들의 결혼 허락까지 받아냈다. 비극은 상견례 날 시작되었다. 마침내 식당에서 만난 양가 부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남자의 아버지와 여자의 아버지는 남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한국전쟁 때 이북에서 피란 내려오다 헤어진 친형제였다. 상견례장은 이산가족 상봉의 장이 되고 말았다.

기막힌 인연. 다시 만난 형제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만 연인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사랑하던 연인이 갑자기 사촌 남매가 되고 말았다. 사랑은 금단의 사랑이 되었고 결혼은 불가능해졌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던 남녀는 외딴섬으로 마지막 여행을 준비했다. 그곳이 관매도였다. 현생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다음 생에서 이루기로 기약한 연인은 극약을 나눠 마시고 생을 하직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와 슬픔에 잠긴 양가 부모도 그들의 비극적 사랑이 다음 생에서나마 완성되기를 소망했다. 그래서 그들이 목숨을 끊은 섬에 둘을 묻어주기로 했다. 마을 사람들도 두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무당을 불러 씻김굿을 해주었다. 장례도 마을에서 치러 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또 두 사람이 죽어서나마 서로 자유롭게 만나기를 바라며 양쪽 관의 가운데를 터서 합장시켜 주었다. 그 뒤 비가 오는 날이면 바구니만한 불덩어리 두 개가 백사장 끝 해안가 절벽을 누비며 춤추는 것이 목격되곤 했다. 사람들은 그것이 두 남녀가 원한을 풀기 위해 추는 춤이라 믿었다.

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강제윤의 섬에서 만나다

저물녘 관매도에 도착한 나는 마지막 피서객들로 떠들썩한 관매리를 피해 관호리로 숨어들었었다. 늦은 밤, 민박집 방에서 목포 관매도 향우회가 만든 작은 책자를 뒤적이다 만난 몇 줄짜리 이야기다. 나는 공수(신탁)받은 무당처럼 그 사연을 받아적어나갔다. 짧은 이야기, 그 행간에 숨어 있던 절절한 사연이 되살아났다.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누구였을까. 혹 그때의 그 연인들은 아니었을까.

강제윤 시인·<자발적 가난의 행복> 저자 bogilna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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