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ESC

순수한 그림에 어우러진 소박한 요리

등록 2011-02-17 11:12

화가 김부연(오른쪽)씨와 요리사 문영화씨
화가 김부연(오른쪽)씨와 요리사 문영화씨
[매거진 esc] 김부연·문영화의 ‘사랑이 꽃피는 요리’ 3월3일부터 연재
남편은 그림을 그린다. 아내는 요리를 한다. 작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한쪽 방에서는 붓이 휙휙 하얀 도화지 위를 날면서 원색의 세상을 펼치고, 다른 방에서는 뚝딱뚝딱 큰 주걱이 불판 위를 달리면서 새로운 맛을 만든다.

화가 김부연(43·사진 오른쪽)씨와 요리사 문영화(43)씨다. 이들 부부는 1996년부터 10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살았다. 김씨가 팔레트에 물감을 곱게 타는 동안 문씨는 냄비에 버터와 올리브를 정성스럽게 섞었다. 작업이 끝나면 서로의 작품을 품평하면서 사랑을 키웠다.

그림과 요리는 닮은 구석이 많다. 창조와 영감의 세계다. 요리사가 꿈이었던 20세기 천재 화가 살바도르 달리도 어린 시절 부엌을 훔쳐보면서 감성을 키웠다. 뜨거운 여름날 반쯤 열린 부엌문 사이로 보이는 수프 끓이는 여인들, 팬에 튀는 기름과 물방울 맺힌 무, 양파들은 훗날 달리 그림의 좋은 재료가 되었다. 김씨도 아내 문씨가 프랑스 땅에서 해주었던 아귀찜·불고기 같은 우리 음식, 코코뱅 같은 프랑스 가정식 요리가 큰 영감이 되었다.

문씨는 전문요리사의 길을 걸은 이는 아니다. 남편이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길에 나서자 따라나섰다. 불문학을 전공한 까닭에 자신도 문화사를 공부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한살배기 아이까지 있는 가난한 유학생 부부에게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문씨는 불문학과 대학원을 그만두고 통역을 하는 한편 미술잡지 등의 통신원 생활도 했다. 남편 김씨도 노트르담성당 앞에서 초상화를 그리거나 식당일을 했다.

빡빡한 현실에서 큰 힘이 된 것은 문씨가 만드는 음식이었다.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았다. 친정어머니는 한식당을 운영했고 이바지 음식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요리사다. 그는 파리에서 김치를 담그고 생선을 갈아 어묵을 만들고 김치찌개를 끓였다. 프랑스 친구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솜씨 때문에 이들 부부의 작은 집에는 늘 유학생들이 들끓었다. “우리 집을 안 거치면 파리에 유학 온 것이 아니다”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문씨는 프랑스 티브이의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타고난 맛에 대한 감이 점점 노련한 요리사로 만들었다. 프랑스 최상류층 가정식 요리도 배웠다. “나이가 67살이지만 그저 친구”인 자냉 주앵 랑베르(Janin Join Lambert)에게서였다고 한다. 파리 외곽으로 야외스케치를 나갔다가 비를 맞는 낭패를 당했을 때 자냉을 만나 도움을 받았다. 자냉은 부유한 프랑스인이었다. 한국인을 입양해 키운 인연으로 이들 부부와 친구가 되었다. “그 집에서 요리를 많이 배웠어요. 소 볼살로 만든 찜이나 푸아그라를 맛있게 먹는 법 등등.” 간단하면서 정감 있는 요리였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2007년 남편 김씨가 파리8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자 한국으로 돌아왔다. 김씨는 파리와 한국에서 각각 4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오는 11월 갤러리 팔레 드 서울에서 열 전시를 위해 그림 작업도 한창이다. 최근에는 한가지 일이 더 생겼다. 한국에 돌아와 월간 <베이커리> 기자를 하다 자신의 꿈을 위해 작은 레스토랑을 연 아내 문씨를 돕는 일이다. 문씨는 프랑스 가정식 요리로 손님들을 맞는다. “레시피는 많지만 맛의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로 정성으로 만들면 맛이 없을 수 없죠.” 맛에 대한 그의 철학은 굳건하다.

이들 부부의 그림과 맛있는 요리가 3월3일부터 지면을 타고 솜씨를 뽐낸다. 김씨의 ‘순수와 가벼움, 서투름, 동심에서 끌어낸 경쾌하고 긍정적인 미학’이 담긴 요리그림과 문씨가 연구한 소박한 요리가 독자들을 찾아간다. 개봉 박두! 기대하시라.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ESC 많이 보는 기사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1.

70년간 갈비 구우며 신화가 된 요리사, 명복을 빕니다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2.

만찢남 “식당 창업? 지금은 하지 마세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3.

내가 만들고 색칠한 피규어로 ‘손맛’ 나는 게임을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4.

히말라야 트레킹, 일주일 휴가로 가능…코스 딱 알려드림 [ESC]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5.

새벽 안개 헤치며 달리다간 ‘몸 상할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