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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가 총 들면 국민 실격?

등록 2011-04-07 14:25

김조광수의 ‘마이 게이 라이프’
김조광수의 ‘마이 게이 라이프’
[매거진 esc]김조광수의 ‘마이 게이 라이프’
이렇게 참담한 일이 또 있을까? 2011년 3월31일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소는 합의에 의한 사적인 동성간 성적 접촉을 처벌하는 조항이 담긴 군형법 제92조에 대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군형법 92조를 들여다보자.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어? 문제가 없다고? 자세히 들여다보자. ‘추행을 한 자’라는 규정 때문에 지나쳤을 텐데 동성간의 성행위를 ‘계간’ 그러니까 닭들이 하는 짓이라고 비하하는 동시에 ‘비정상적인 행위’로 규정하여 동성애를 명백하게 차별하고 있으며, 동성애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조항이다. 강제추행을 엄히 처벌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강제가 아닌 합의에 의한 것이라면 180도 달라진다.

몇몇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동성애를 법으로 처벌하는 나라는 없다. 게다가 많은 나라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법을 제정하거나 동성결혼 또는 동성간 파트너십을 보장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추세에 있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이 다수의 폭력이라고 정의되었고 그것이 일반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군형법 92조를 제외하면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조항은 없다. 그런데 군형법 92조만 남아 있는 이유는 뭘까? 군이라는 특수한 상황,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모병제가 아닌 징병제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위계에 의한 폭력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은 군에서 동성애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으면 상관에 의한 동성간 성추행이나 성폭력이 만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맞지 않는 이야기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강제적인 성폭력 사건은 동성애든 이성애든 구분 없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게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면 가중처벌하는 방법을 꾀하면 된다. 동성애 성폭력에 대해 처벌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단지 합의에 의한 동성애, 그러니까 사랑의 행위 자체를 처벌하지 말라고 하는 거다.

합의에 의한 것이라도 군 영내에서의 성관계는 문제가 있지 않으냐고 말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해외에 파병중인 부대 안에서 이성애 성관계를 한 장교들이 감봉 등의 징계를 받은 일이 있었다. 사랑의 행위라도 사적인 공간이 아닌 작전 시설에서 성관계를 한 것은 징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었다. 그렇다. 바로 그렇게, 이성애와 똑같은 잣대를 동성애에도 적용하면 된다. 동성애만 특정하여 따로 처벌 규정을 둘 이유도 없고 또 동성애만 더 가혹하게 처벌해서도 안 된다. 그건 명백한 차별이다. 실제로 영내에서 성관계를 한 동성애 군인들의 경우 징역형(이성애는 감봉인데 동성애는 징역이다)을 받는 사례들이 있고 영외에서의 성관계를 처벌한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동성애자 군인들을 훨씬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단지 그들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그들의 행위가 닭들이나 하는 짓인 계간이니까?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이렇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헌법 11조는 이렇게 바뀌게 되었다. 동성애자 군인을 제외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김조광수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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