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웃긴 여행 울린 여행
10년 전 대학입시를 마친 나는 엄마·언니와 함께 강원랜드로 여행을 갔다. 나는 평소 말이 없고, 집에서도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무뚝뚝한 막내였다. 운전대를 잡은 엄마와 앞좌석에 앉은 언니는, 돈을 따면 어떻게 쓸 것인지 들떠서 얘기했고, 나는 뒷좌석에서 가끔 ‘훗~’ 하고 웃어주며 분위기만 맞췄다. 우린 산골짜기 국도변 작은 가게에 들러 음료수를 샀다. 내가 차에 다시 타기 위해 차 문을 열려는 순간, 차가 출발하더니 그대로 가버렸다. 휴대폰도 차 안에 둔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엄마가 금방 차를 돌려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참을 지나도 차는 돌아오지 않았다. 무서워진 나는 매점 할머니에게 전화기를 빌려 엄마한테 전화했다. “엄마!” 당황한 건 엄마였다. “너?” 엄마는 내가 차 안에 있는 줄 알고 있었다. 내가 원래 있어도 없는 것 같으니, 그냥 차에 있겠거니 생각했다는 것이다. 나한테도 말을 계속 시키면서 갔다고 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낯선 산속에 홀로 있으면서 가족들의 살가움을 새삼 느꼈다. 내 존재감에 조금 충격을 받긴 했지만.
김세화/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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