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키 몬스터 랩의 ‘더 몬스터 시리즈’.
[매거진 esc] 황선우의 싱글 앤 더 시티
백만장자 공상 깨면 ‘작은 사치’ 가능
패션잡지 기자란 저주받은 직업이다. 세상의 온갖 좋은 것들을 먼저 접할 기회는 가졌으되, 그걸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재력은 못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나 세상의 좋고도 비싼 것들이 문제다. 베엠베(BMW) X6을 시승할 수 있지만 내 차로 만들기엔 연봉이 턱없고, 반클리프 앤 아펠이나 부셰론의 하이주얼리를 촬영하지만 내 몸에 걸칠 여유는 모자란다. 아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눈은 끝 간 데 없이 높아가는데 이건 자동차나 보석보다 더 값나가는 경우도 많다.
예산에 구애받지 않고 내 취향대로 미술작품들을 사들여 집을 꾸미는 상상을 가끔 해본다. 현관에는 우선 줄리언 오피의 ‘렌티큘러’(보는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효과가 있는 그림)를 걸어놓는다. 손님들은 마치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초상화 같은 그림 속 인물과 눈을 마주치면서 긴장을 풀고 웃게 될 거다. 우리나라 집집마다 거실 소파 뒤에 걸어두는 스타일의 부드러운 풍경화나 꽃그림 같은 건 딱 질색이다. 다른 요소 없이 강렬한 색감만으로 힘을 내뿜는 회화 작품이 좋겠다. 이브 클랭의 푸른색 모노크롬이나 마크 로스코의 깊고도 뭉클한 색·면 분할 같은 것 말이다. 서재에는 칸디다 회퍼의 사진을 걸어두고 싶다.
도서관·극장 등 공공장소의 균형 잡힌 조형미를 살려 찍은 웅장한 사진을 보면 마음을 추스르고 긴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침실 동쪽 벽면은 요시오카 도쿠진의 스펙트럼으로 장식하면 어떨까? 아침마다 부서지는 빛 속에 황홀하게 눈을 뜰 수 있겠지. 화장실에는 위르겐 텔러나 테리 리처드슨이 엉덩이를 까고 있는 우스운 사진을 걸어야지! 그러나 성냥팔이 소녀의 불이 꺼지듯, 현실로 돌아오면 나는 일개 월급쟁이일 뿐이다.
엄청난 부자가 나를 개인 큐레이터로 고용해주는 기적 대신에, 내 돈으로 그림을 구입하는 작은 경이가 벌어졌다. 국내 아티스트 그룹인 ‘스티키 몬스터 랩’의 실크스크린을 전시에서 만난 순간 “언젠가 훅 하고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이 있을 것”이라는 선배 컬렉터들의 충고는 현실이 되었다. 이 걸린 내 작은 자취방에서, 더 이상 나는 혼자가 아니다. 들여다볼 때마다 작은 뿌듯함이 마음에 차올라서, 앞으로도 1년에 한 점 정도는 그림을 사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물론 젊은 국내 아티스트의 것이어야겠지만. 현실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허황된 공상 속 컬렉션을 이겼다. 그래서 그림 값이 얼마냐고? 지난번에 소개한 이브 생로랑 클러치백보다는 저렴했다.
글·사진 황선우/<더블유 코리아> 피처 에디터
스티키 몬스터 랩의 ‘I AM NOT ALONE’.
황선우의 싱글 앤 더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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