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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의 육개장

등록 2011-05-26 10:33

밥스토리-밥알! 톡톡!
2002년 여름, 유럽 배낭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첫 여행지인 영국을 떠나 네덜란드·벨기에를 거쳐 드디어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 고풍스러운 하이델베르크성을 구경하고 성 위에서 구시가지를 바라보며 감탄을 터뜨렸다. 잔잔한 강물과 다리, 숲과 나무 사이로 보이는 집들…. 구경을 잘 하고 내려와 다리를 건너 칸트, 헤겔, 야스퍼스, 하이데거 등 여러 철학자들이 사색하며 거닐었다는 ‘철학자의 길’에 가려는데 햇볕을 쬐며 걸었던 피로와 열흘째 먹지 못한 밥 생각이 간절해졌다.

영국에서는 국적 불명의 국수나 바나나로 끼니를 때웠고, 네덜란드·벨기에에서도 햄버거와 각종 과일만 먹었던 터다. 평생 먹을 밥, 버텨보자는 생각에(사실 외국에서 한국식당을 간다는 건 배낭여행자에겐 특급호텔 식사에 버금가는 중죄였다) 한국식당으론 눈도 돌리지 않았다. 그러나 한번 밥 생각이 들자 다리는 어느새 나를 한국식당에 데려다 놓았다. ‘그래,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사는 거야. 밥 먹고 나머지 여행 건강하게 잘 하면 그게 남는 거지.’ 이런 생각에 호기롭게 육개장을 외치고 말았다. 매 끼니 평균 3유로를 넘지 않았던 내 여행 중 가장 비싼 식사였다.(포장 밥까지 포함 거의 14유로!) 주인 아저씨는 40대의 풍채 좋은 한국인이었다. 더러운 내 행색과 밥을 향해 불타오르는 눈빛을 감지한 듯했다. 육개장이 도착했다. 성인 남자 2명이 족히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국물 음식은 꼭 남기는 내가, 그 뜨거운 육개장을 땀을 뻘뻘 흘리며 한 대접을 거의 마시다시피 비우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행복해하는 순간, 내 앞에는 육개장 한 그릇이 다시 놓였다. 거지처럼 미친 듯이 먹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나 보다. 아뿔싸, 내 배는 물 한 모금도 더 마실 수 없을 정도로 꽉 채워졌는데…. 그래도 그 정성을 거절할 수 없어 최대한 기쁘고 행복한 표정을 유지하며 한 그릇을 더 비워냈다. 목까지 음식이 꽉 찬 것 같은 기분으로 식당을 나왔을 때 저 멀리 건너야 할 다리와 오솔길이 꿈처럼 보였다. 칸트 같은 유명한 철학자가 걸었던 길이라고 기대를 많이 한 곳이었는데 코앞에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간간이 만난 여행자들이 응원을 해줬지만 결국, 배부른 돼지는 배고픈 소크라테스처럼 걸을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하는 야간열차 침대칸 내 배낭 속에는 아저씨에게 감사하며 산 포장 밥이 곱게 넣어져 있었다. 덕분에 아침 일찍 도착한 빈역 앞 잔디밭에서 고추장을 뿌린 포장 밥으로 친구에게 한턱 쏘기도 했다. 풍경 같던 하이델베르크는 희미하지만 가장 맛있고 배부른 밥 한 그릇과 그 사장님의 마음은 10년이 더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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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 | 경기 의정부시 심곡2동 김성심님

응모방법 | <한겨레> 누리집(hani.co.kr) 위쪽 메뉴바의 ‘esc’를 클릭한 뒤 ‘밥알! 톡톡!’에 사연과 사진을 올려주시거나 한겨레 요리웹진 끼니(kkini.hani.co.kr)의 ‘커뮤니티’에 내용을 올려주시면 됩니다.


상품 | PN풍년 압력밥솥 ‘스타켄’(STARKEN) 시리즈 1개

문의 | mh@hani.co.kr

추신 | 잔잔하고 따스한 밥 이야기뿐만 아니라 포복절도, 엽기발랄, 대박 웃음 밥 이야기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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